성명 및 논평

[성명] 청년 드라마제작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2018-08-02
조회수 315

청년 드라마제작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1일 SBS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제작에 참여한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서른살의 젊은 노동자는 이 뜨거운 여름! 가족에게 아무 인사도 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이도 없이 외롭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숨진 자리에는 먹지 못한 라면 한 그릇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25일 14시간 30분, 26일 13시간 10분, 27일 14시간 30분, 28일 17시간 50분, 29일 14시간. 방송사가 밝힌 청년 노동자의 1주 노동시간은 75시간 20분입니다.

은행, 증권가가 모여 있는 여의도는 1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이 제한이 되면서 ‘야간 뒤 한잔 문화’가 사라져 포장마차가 문 닫을 위기라고 하지만, 드라마를 제작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렇게 촬영하다 죽을 것 같아요”, “잠도 못자고 매일 촬영하고 있어요”, “4시간 이상 재워 주세요”, “아침밥 주세요”, “염전노예가 된 기분입니다”, “인권이라고는 전혀 없는 곳”......

 

이 이야기는 70년대 전태일 열사가 폭로한 청계천 시다 노동자들의 삶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태프들의 하소연입니다.

 

<나의 아저씨>, <시크릿 마더>, <검법남녀>, <리치맨>,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리와 안아줘>, <열두밤>, <아는 와이프>, <라이프 온 마스>, <마녀의 사랑>, <같이 살래요>, <마성의 기쁨>....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1일 20시간 이상의 촬영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이들 드라마 제작 현장에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를 제작하는 노동자들은 항상 죽음의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서른살을 넘기지 못한 젊은 드라마제작노동자의 죽음은 언제나, 누구라도 비켜날 수 없는 예고된 죽음입니다. 드라마제작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남편이 “잠도 자지 못하고 매일 아침 졸음운전으로 드라마 현장으로 나가는 아내에게 사고가 날까 매일 매일이 너무 무섭고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빛센터는 <서른살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드라마제작 스태프의 죽음을 애도하며,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방송사는 모든 방송제작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 제한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라!

방송사는 즉시 방송제작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제작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발표하라!

방송사는 드라마 편성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라!

제작사는 방송제작스태프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고용노동부는 드라마제작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조속히 발표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 긴급하게 인권구제조치를 시행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폭염에 따른 대책을 발표하고 모든 드라마 제작 현장 실태를 조사하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외주제작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라!

 

 2018년 8월 2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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