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및 논평

[성명] JTBC 드라마 <강남미인>의 노예노동은 정부의 책임이다.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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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강남미인>의 노예노동은 정부의 책임이다.

 

지난 7월 1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산업의 근로시간은 1주 68시간으로 제한됐습니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와 KBS, MBC, SBS, EBS는 방송산별협약을 통해 드라마산업의 표준 제작가이드라인을 마련했으며,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1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준수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제작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표하겠다고 밝혔습다.

 

요즘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소장 탁종열, 이하 한빛센터)에는 1주 68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편법으로 악용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스태프의 제보에 따르면 “스케줄은 하루 밤새고 하루 쉬고, 아니면 이틀 밤새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돈은 안 되는데 하루하루 노동량은 증가합니다. 스텝들의 피로는 풀리지 않고 회차로 계산하는 스텝들의 급여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규칙한 무제한의 노예노동에 대해 김철주 직업환경전문의는 “하루 20시간이나 24시간의 연속노동은 극단적인 형태의 교대근무로서 산재 사고와 각종 질환 발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금지해야 할 근무형태”라고 밝혔습니다.(의견서1 참고)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사업주는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명희 예방의학전문의는 한빛센터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강남미인>과 같은 장시간 근로, 야간근로, 교대근무가 건강에 부정적 연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야간근무와 유방암, 교대근무와 심혈관질환, 대사증후군, 당뇨병 사이에 원인적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음을 확인하는 연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찍이 과로사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진 일본에서는, 과로가 기존의 전통적인 뇌심혈관 질환 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져 '과로자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과로자살이 산재로 인정되고 정부의 예방 대책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일급제 노동자들에게 1일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하루 일당만을 지급하고, 휴차하는 날은 아예 임금이 지급되지 않습니다. 2~3일은 A팀이 20시간 넘게 촬영하고, 다른 2~3일은 B팀이 20시간 이상 촬영하는 방식으로 1주 100시간이 넘는 촬영을 하지만, 일당제 스태프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예노동은 대부분의 드라마제작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드라마스태프는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있어 근로자로 볼 수 없으며, 근로기준법으로 판단해서 안된다”고 하면서 “1일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무제한적인 노동을 하고, 휴차할 경우 1일의 임금을 주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빛센터는 올 2월 전국언론노동조합, 청년유니온 등과 함께 드라마제작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고용노동부는 JTBC <미스티>, tvN <크로스>, KBS <라디오로맨스>, OCN <그남자 오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면담에서 고용노동부는 “스태프의 근로자성은 인정되지만,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의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한빛센터와 언론노조, 방송스탭노조 등에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할 것을 촉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제작현장은 온갖 편법이 벌어지고 있으며 드라마제작 노동자들은 노예노동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드라마제작노동자들의 노예노동의 또 다른 원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업무위탁계약서에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산업, 대중문화예술의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 및 방송영상 제작,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8종의 표준계약서」를 제정하여 발표했지만,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업무위탁계약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제작사와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은 대부분의 스태프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표준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스스로 근로자를 부인하는 족쇄가 되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표준업무위탁계약서에 따르면 임금은 근로시간에 대한 기준도 없이 총액, 회당 계약하도록 되어 있으며, 법률 상 분쟁의 해결을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나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의 조정,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에 따르도록 돼 있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일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되고, 사람이 먼저인 일터가 되어야 창의력이 넘치는 젊고 우수한 청년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다”면서 방송계의 갑질문화 근절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현장과 괴리된 정책, 방송통신위원회의 외면이 드라마 제작 스태프의 노예노동을 부추기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한빛센터는 다음과 같이 요구하며, 다가오는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드라마 제작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2018년 9월 6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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