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및 논평

[성명]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故 김기홍님과 故 변희수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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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故 김기홍님과 故 변희수님의 명복을 기원하며


지난 3월 3일, 너무나도 충격적인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MtF(Male to Female,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성정체성을 인식함을 일컫는 표현) 트렌스젠더임을 밝히고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이었던 육군 하사 변희수님이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폐쇄적인 집단 중인 하나인 군대 안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 해외로 출국을 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가 재직하던 부대에서는 그의 해외 출국을 승인했고, 다른 군 고위 인사들도 계속 군복무를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믿었기에 변희수님은 성전환 수술을 받고 귀국했지만 정작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강제전역 조치’였다. 성전환 수술을 ‘신체장애’로 규정하고, 이를 이유로 계속 군대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던 그를 강제로 군대에서 내쫓은 것이다.


故 변희수님의 죽음은 한국 사회가 사전에 규정한 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이들에게 어떤 핍박을 가하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故 변희수님은 학창 시절부터 직업군인이 되길 꿈꾼 청년이었고, 군 재직시절에는 공군참모총장상을 받을 정도로 군 수뇌부로부터 인정받은 군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꿈은 ‘트랜스젠더’라는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여전히 군사문화의 잔재가 남아있는 한국에서 스스로 군인이 되길 바랐던 故 변희수는 어떤 의미로는 한국 사회의 주류가 원하던 인재상이었지만, 정작 한국 군대는 성소수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배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성소수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24일에는 제주도에서 중학교 음악교사로 일하는 한편, 녹색당에서 두 차례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었던 트렌스젠더 활동가 故 김기홍님이 “지쳤다‘는 말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 밖에도 뉴스로 나오지 않더라도, 오랫동인 켜켜이 쌓인 차별과 혐오, 그리고 폭력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입고 세상을 떠나는 성소수자들이 결코 적지 않다.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이들의 문제를 계속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이들이 호소하는 이야기를 뒤로 계속 미루는 사이 점점 성소수자들은 지쳐가고 비극적인 일은 계속 반복되어 간다.


대체 언제까지 성소수자들은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를 참고 견뎌야만 하는가. 그리고 다시 언제까지 같은 비극이 반복되어야만 하는가.


2016년 10월 26일, CJ ENM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로 일하다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외치면서 죽음으로 항거한 이한빛 PD의 뜻을 이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창립했다. 더 이상 열악하고 폭력적인 방송·미디어 노동 환경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모든 방송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더욱 다양한 영역의 방송·미디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당장하게 주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동·청소년,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로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이를 위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와 함게 ‘스탠바이큐’(Standby-Q)라는 명칭의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한빛센터는 ‘스탠바이큐’ 활동을 통해 성소수자 친화적인 미디어 제작 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한편,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의 성소수자 제작 스태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오는 활동을 계속 전개해왔다. 그리고 올해 스탠바이큐 프로젝트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던 중에, 김기홍님과 변희수님의 안타까운 죽음이 들려오게 되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故 김기홍님과 故 변희수님을 추모하고, 두 분의 명복을 기원한다. 그리고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방송·미디어 노동 영역은 물론 한국 사회 전역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염원한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올 한 해에도 ‘스탠바이큐’ 활동에 더욱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수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움직임을 만드는 것에도 함께 연대의 의지를 보내고자 한다. 모든 방송·미디어 노동자들이, 모든 성소수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으며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1년 3월 5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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