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및 논평

[성명] 코로나19로 인한 일방적인 촬영 중단과 무급 휴직! 코로나19가 번지는 와중에서도 방역 대책 없는 촬영 강행! 방송사와 제작사는 코로나19를 핑계로 방송 노동자의 노동인권 침해를 중단하라!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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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코로나19로 인한 일방적인 촬영 중단과 무급 휴직!

코로나19가 번지는 와중에서도 방역 대책 없는 촬영 강행!

방송사와 제작사는 코로나19를 핑계로 방송 노동자의 노동인권 침해를 중단하라!


코로나19가 한국을 강타한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3월 초에 비하면 다행히도 코로나19의 확진자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 않으나 아직 방심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고강도의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전염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밖에 없는 대다수의 문화예술 활동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방송 노동 역시 이에 자유롭지 않다. 지난 4월 1일,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이하 ‘청주방송 대책위’)가 발표한 ‘비정규직(프리랜서) 방송계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이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방송 노동자가 2020년 현재 겪고 있는 노동환경의 실태를 조사하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응답을 수집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821명의 방송 노동자 중 약 1/3에 해당하는 30.33%(249명)의 응답자가 코로나19로 인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한 불이익 중 가장 많은 것은 ‘무급휴직(무급연가)’로 34.94%(87명)에 달했다.

해당 보고서에 함께 수록된 ‘코로나19로 인해 당한 불이익 – 기타 응답’에 의하면 코로나19가 방송 노동자에게 미치는 피해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로 프로그램 제작이 무산되거나 연기되어 일방적으로 계약이 파기되거나,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호소하는 대답이 부지기수였다. 대대수의 방송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을 맺는 대신 프리랜서 용역 계약을 맺고, 그러한 계약을 맺는 방송 노동자의 상당수는 월급이 아니라 회차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방송계에서는 이전부터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함을 호소하는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방송계의 문제적 관행은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으로 방송계가 영향을 받으며 더욱 심각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전에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며 방송 노동자를 마음대로 대했던 방송사와 제작사는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사태 앞에서 더욱 방송 노동자에게 자신들이 받는 피해를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을 중단하는 가운데에서 여전히 촬영을 강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드라마이다. 코로나19가 한창 번지는 와중에서도 드라마 제작은 전염병 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촬영이 진행되었다. 많은 방송 노동자들은 촬영장에서 코로나19가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방송사와 제작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을 많이 거두는 드라마 프로그램의 제작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촬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일, Cj ENM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스태프 중 한명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며 촬영을 중단한 것은 방송계의 안전 불감증이 단적으로 불거진 사례였다. 다행히 해당 스태프는 최종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 사건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방송 노동자가 놓인 환경이 무척이나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청주방송 대책위가 발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불이익을 묻는 질문에서 ‘무급휴직(무급연가)’ 다음으로 많은 응답은 보호장비 미지급, 재택근무 거부 등의 불이익으로 22.89%(57명)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보고서에 함께 수록된 응답자의 기타 답변 중에서는 ‘마스크 지급을 요청해도 (방송사나 제작사가) 지급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특집 프로그램으로 휴무없이 일하고 있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계속 출근을 강요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번지는 상황에서도 어떤 방송 노동자는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고, 어떤 방송 노동자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된 방역 대책 없이 계속 촬영장에 투입되고 있다. 코로나19를 놓고 방송 노동자들이 겪는 서로 상반된 상황들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방송 노동을 대하는 자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임금 지급 등에 대해 제대로 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급휴직을 강요하지만, 정작 드라마나 코로나19 특집 프로그램의 제작 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코로나19 방지 요구조차도 무시하며 노동자를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그대로 방치한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이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가 퍼지는 와중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방송 노동자를 계속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위기에 놓일 취약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조차도 휴업급여의 3/4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 대상으로만 시행할 뿐, 방송 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에게는 사실상의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심해지자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낮은 이자율로 생활안정자금을 융자해주겠다는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다수의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아무런 대책 없이 실업자가 되는 마당에서 큰 효과를 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듯 코로나19는 방송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에도 고강도의 장시간-야간 노동, 근로계약서 미작성, 4대보험 미적용, 안전하지 않는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해야만 했던 방송 노동자들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더욱 쉽게 사회 안전망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전부터 방송 노동을 함부로 대했던 방송사와 제작사는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더욱 방송 노동자를 위험한 환경에 방치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방송사와 제작사의 노동 인권 침해 행위를 사실상 놓아두며 방송 노동자들은 더더욱 고통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사와 제작사, 그리고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방송사와 제작사는 방송 노동자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무급휴직 중단하라!

2. 방송사와 제작사는 코로나19 방역 대책 없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중단하라!

3. 방송사와 제작사는 방송 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지 않도록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4대 보험 가입을 비롯한 노동 환경 개선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

4. 정부는 방송 노동자를 비롯한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2020년 4월 2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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