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및 논평

[제117주년 세계 여성의 날 성명] 카메라 뒤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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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주년 세계 여성의 날 성명]

카메라 뒤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자!

 

방송산업을 비롯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2020년대에 여성 종사자가 늘어난 대표적인 산업이다. 방송업과 영상·오디오 제작/배급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2020년 11.9만 명에서 2023년에 16.2만 명으로 36% 증가하였다. 이 중에서 여성 종사자는 거의 2배로 늘어나, 이는 코로나19 이후 방송산업의 종사자 증가의 80%는 여성 노동자의 증가로 설명된다. 그러나 방송산업의 성차별적인 고용구조와 남성중심적인 문화는 여전하다.

 

방송사의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는 여성이 다수인 직무에서 특히 심각하다. 방송작가가 가장 대표적인 직군이다. 시사, 교양,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일하는 방송작가들은 원고 작성 뿐만 아니라 출연진 섭외, 촬영 현장 관리 등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시청률이 저하되면 작가부터 교체하거나, 기획 단계에서 제작이 무산되어 돈을 못 받는 등 고용 불안과 임금체불 상태에 쉽게 처해진다.

 

여성이 많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의상, 분장, 미술팀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더욱 취약하다. 촬영시간은 일주일에 52시간을 지키려고 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촬영 이외의 시간에도 이뤄진다. 추가 촬영이 이어져도 이들은 초과수당은 지급받지 못한다.

 

엔터산업에 종사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은 계약서도 없이 일하다가 돈을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팀원들도 전일제로 일하면서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것은 여전히 흔한 일이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님의 경우도 방송산업에서 여성 노동자가 놓인 열악한 지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방송사는 기상캐스터를 공채로 선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 위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최소한의 인력만 저임금으로 유지하기 때문에 이들은 휴가를 사용하기도 어렵다. 비정규직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기상캐스터 직군이 젊은 여성만 고용하는 유독 직업 수명이 짧은 직군이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더 강도 높은 고용불안과 생존 경쟁에 시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남성중심적인 문화는 어린 여성을 동등한 동료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지난해에 센터에는 당사자의 거부 의사에도 사적인 연애 관계를 일방적으로 몰아가거나 언어적 성희롱 등이 있었던 사례도 접수된 바 있다. 문제는 방송미디어산업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작성하는 계약서가 근로계약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미디어 산업의 불안정한 고용구조와 성차별적인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이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성평등한 일터를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117번째 여성의 날을 맞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카메라 뒤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싸워갈 것을 다짐한다.

 

2025년 3월 7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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