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CJ e&m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
대책위원회 참가 단위 : 청년유니온, 희망을 만드는 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일과건강,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민주노총 언론노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건강연대, 노동시간센터, 민달팽이유니온, 서울대 총학생회,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 민주노총 법률원, 알바노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중앙대 민주동문회, 경기청년유니온, 경남청년유니온, 광주청년유니온, 대구청년유니온, 부산청년유니온, 인천청년유니온 (24일 오전 10시반 현재 기준, 28개 단체)
2017. 4. 24.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CJ E&M 앞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66)
1. 귀 언론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지난해 10월 26일에 발생한, tvN (CJ E&M 소속)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故이한빛 PD 사망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4월 18일,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희망을 만드는 법, 참여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 28개의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CJ E&M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3. 18일 입장발표 기자회견 이후 CJ E&M은 그동안 유가족에게 밝힌 입장과 다르지 않은 형식적인 보도자료만 배포하였을 뿐, 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4. 대책위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CJ E&M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느낀다. 이에 CJ E&M을 규탄하고 책임 있는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0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상암DMC에 위치한 CJ E&M 본사 앞에서 진행한다.
□ 기자간담회 개요 및 순서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CJ E&M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
2017. 4. 24.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CJ E&M 앞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66) - 故이한빛 PD 모친 김혜영 님 발언 - 대책위원회 참가단체 발언 - 대책위원회 공식입장 발표 |
[별첨1] 대책위원회 공식입장
[별첨2] 故이한빛 PD 모친 김혜영님 발언 전문
[별첨3] 故이한빛 PD 친구 박수정님 편지
[대책위원회 공식 입장]
CJ E&M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 팠다.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스스로가 가장 경멸하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뒤로하고 이한빛 PD가 고발하고자 했던 ‘노동착취’ 실태의 진상규명과 사건의 해결을 위해 회사 측과의 면담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호도하고, 사망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했습니다.
CJ E&M의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은 불운한 신입조연출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닙니다. 이는 “원래 그렇다”, “우리 때는 더 심했다”는 말로 잘못 된 관행이 축적되어 온 방송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이고, “노동착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대책위원회는 이한빛 PD의 사망에 CJ E&M 본사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근거를 규명했고,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청춘의 애환을 다루는 <혼술남녀>의 제작현장이 역설적으로 가장 비인간적으로 작동되었다는 현실,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해주는 드라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잔혹한 하루로 만들어져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한빛 PD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드라마 현장의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는 형식적인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였을 뿐, 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이 대책위원회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CJ E&M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CJ E&M에 재차 요구합니다.
1. CJ E&M은 본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십시오.
2. CJ E&M은 본 사건의 책임자를 징계하고, 제작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십시오.
3. CJ E&M은 본 사건의 문제해결을 위해 대책위원회와의 논의에 정식으로 참여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드라마와 방송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한빛 PD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CJ E&M이 지금까지와 같이 이번 사건을 회피하고 모면하는 데에 급급하다면,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없습니다.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CJ E&M에 책임 있는 문제해결을 촉구합니다.
2017년 4월 24일
<tvN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故이한빛 PD 모친 김혜영님 발언 전문]
6개월이나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한빛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침밥을 차려놓고 “한빛 밥 먹어라”하며 방문을 열다가 주저앉곤 합니다. 그동안 매일 성당에 가서 한빛과 대화하고 기도를 하면서 눈가가 짓눌리도록 울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지난 4월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용기를 내어 한빛의 죽음을 알렸습니다. 저에게는 한빛의 죽음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이었기에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 가운데 뜨거운 불덩이를 얹은 채 살아온 지난 6개월. 역시 인간의 삶은 아니었습니다. 강했던 한빛 아빠도 매일 술에 의지해 한빛을 부르며 오열하다 결국 쓰러졌습니다. 매사 긍정적이던 동생 한솔이도 부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또 한빛의 죽음이 우리 가족만의 슬픔인 줄 알았는데 한빛의 친구와 많은 지인들이 우리에게 내색은 못하고 각자들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냥 가슴에 묻고 살아가기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먹구름이 가득찬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답답해 신경정신과에 다니며 속으로 삭이고 있는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빛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CJ E&M이 인정해야 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하고 한빛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J E&M은 보도자료를 냈을 뿐 유가족과 대책위에 연락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유감이란 말만 되풀이했고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과라는 것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진실되게 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까지 포함돼야 합니다. 비인간적이고 야비하게 한빛을 죽음으로 몰았던 그들은 한 청년의 죽음이후에도 반성은커녕 군림하고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빛 엄마로서 다시 한번 CJ E&M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아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고 성실하며 책임감도 강한 청년이었습니다. 지인들도 한빛이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았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많이 올려주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촬영에 들어간 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새벽에 들어와도 2시간 뒤에 나가는 걸 보면서 이게 아니다 싶었지만 저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던져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PD가 된 아들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아들을 어떻게 CJ E&M은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요? 아들의 명예회복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아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기에 CJ E&M을 뛰쳐나와 다른 곳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해결 없이 혼자만 살겠다고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입니다. 방송촬영일정에 맞추기 위해 밤을 새고 끼니도 챙겨먹지 못한 채 일하는 많은 청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방송을 만든다며 그 뒤에서는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비인간적인 관행을 한빛은 힘들어했던 것 입니다. 다시는 한빛과 같은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통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 것을 CJ E&M에게 요구합니다.
비록 거대한 괴물과의 힘겨운 싸움이겠지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4월 18일 이후 뜻밖에 많은 청년들과 시민들이 격려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우리 가족, 내아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인 저도 지금 한빛에게 조금은 빚을 갚은 것 같아 아들에게 덜 미안합니다.
어제 미사를 보면서 저는 한빛에게 하늘에서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엄마에게 용기를 주어 고맙다고. 난 너가 떠난 지금도 너에게서 희망을 보는구나. 아들아 고맙다. 끝까지 다 갚을게 하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저는 아들을 가슴에 묻지 않고 부활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듯 앞으로도 아들의 격려를 받으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월 18일 이후 격려해주시고 자신의 문제처럼 걱정해주신 청년과 시민 모두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CJ E&M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故이한빛 PD 친구 박수정님 편지]
홀로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직원 김 군, 부장 검사 폭언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검사, 인격 모독을 가장 많이 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다 죽음을 택한 콜센터 현장 실습생.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습니다. 나름의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만이었습니다. 저는 금세 그들을 잊었습니다. 책임자가 처벌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켜봤어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분들이 제 친구를 금방 잊어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염치없지만 잊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유족들의 긴 싸움에 관심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이한빛' 이름처럼 빛나던 친구였습니다. 삶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고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았습니다. 유명한 피디가 되어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정당에서 '러브콜'이 오면 모두 거절하고 어느 노조 투쟁에나 관심 가지라고 일침 하겠다는 '계획'을 꽤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때마다 앞서 나가지 말라고 면박을 줬습니다. 속으로는 노동 문제를 대하는 친구의 태도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유명한 피디가 될 것이라는 데에 한 치 의심도 없었는데 그 말도 해주지를 못 했습니다.
친구가 위태해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부터였습니다. 지난해 8월 어느 날 새벽 친구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윗선에서 지금까지 촬영된 드라마를 보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을 해고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스탭들은 계약금까지 토해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친구는 책임을 지어야 하는 건 연출부인데 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스탭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아파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조연출은 비정규직이냐 묻습니다. 아닙니다. 친구는 정규직이었습니다. 친구는 자신이 속한 연출부가 지어야 할 책임을 힘없는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것을 못 견뎌했습니다. "여긴 미친 세상이다", "너무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동네 악질이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딱히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그냥 같이 욕이나 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장난스럽게 "방송국 놈들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고 했더니 뜻밖에도 친구는 사과를 했습니다. 누구누구 자를까 하는 회의에서 한 마디도 못(안) 하는 막내 피디라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그 후로 친구에게 촬영장 분위기는 괜찮냐며 안부를 물었는데 그때마다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더 이상 묻지 마"라고 하는 느낌이 들어 캐묻지 못 했습니다. 위태하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고 어쩌면 친구가 퇴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습니다. 친구가 '퇴사'가 아니라 '죽음'을 택할 것이라곤 정말로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며칠 전 친구 어머니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사실 거기서 자기만 뛰쳐나오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자기 혼자만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만 살겠다고 나오는 게 안 됐던 거죠. 그래서 아이가 그런 결정을 한 것 같아요" ...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이한빛은 이런 사람이었지. 대답하지 못 하는 이에게 "왜 그랬냐" 수없이 물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회사는 친구의 성격과 근무태만이 문제였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시해 갈등을 빚었다는 말까지 했다더군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 따뜻한 사람. 사회적 약자에 늘 관심을 기울이던 사람. 모두가 그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너무 힘든 숙제를 남기고 간 친구가 많이 원망스럽습니다. 동시에 친구가 무거운 짐을 혼자 떠안고 있을 동안 아무 도움이 되어주지 못 했던 제가 많이 원망스럽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데... 미안하기만 합니다. 노동을 착취당하는 이가 누군가의 노동을 착취해야 하는, 이런 폭력적인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게 친구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겠지요.
늘 누군가를 위로해왔던 제 친구를 많이 위로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CJ e&m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
대책위원회 참가 단위 : 청년유니온, 희망을 만드는 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참여연대, 일과건강,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민주노총 언론노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동건강연대, 노동시간센터, 민달팽이유니온, 서울대 총학생회,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 민주노총 법률원, 알바노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중앙대 민주동문회, 경기청년유니온, 경남청년유니온, 광주청년유니온, 대구청년유니온, 부산청년유니온, 인천청년유니온 (24일 오전 10시반 현재 기준, 28개 단체)
2017. 4. 24.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CJ E&M 앞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66)
1. 귀 언론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지난해 10월 26일에 발생한, tvN (CJ E&M 소속)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故이한빛 PD 사망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4월 18일, 유가족과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희망을 만드는 법, 참여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 28개의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단체는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CJ E&M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3. 18일 입장발표 기자회견 이후 CJ E&M은 그동안 유가족에게 밝힌 입장과 다르지 않은 형식적인 보도자료만 배포하였을 뿐, 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4. 대책위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CJ E&M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느낀다. 이에 CJ E&M을 규탄하고 책임 있는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0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상암DMC에 위치한 CJ E&M 본사 앞에서 진행한다.
□ 기자간담회 개요 및 순서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CJ E&M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라
2017. 4. 24.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CJ E&M 앞 (서울 마포구 상암산로 66)
- 故이한빛 PD 모친 김혜영 님 발언
- 대책위원회 참가단체 발언
- 대책위원회 공식입장 발표
[별첨1] 대책위원회 공식입장
[별첨2] 故이한빛 PD 모친 김혜영님 발언 전문
[별첨3] 故이한빛 PD 친구 박수정님 편지
[대책위원회 공식 입장]
CJ E&M은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는 유서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습니다.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 팠다.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스스로가 가장 경멸하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
유가족들은 슬픔을 뒤로하고 이한빛 PD가 고발하고자 했던 ‘노동착취’ 실태의 진상규명과 사건의 해결을 위해 회사 측과의 면담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호도하고, 사망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했습니다.
CJ E&M의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은 불운한 신입조연출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닙니다. 이는 “원래 그렇다”, “우리 때는 더 심했다”는 말로 잘못 된 관행이 축적되어 온 방송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이고, “노동착취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대책위원회는 이한빛 PD의 사망에 CJ E&M 본사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근거를 규명했고,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청춘의 애환을 다루는 <혼술남녀>의 제작현장이 역설적으로 가장 비인간적으로 작동되었다는 현실,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해주는 드라마가 또 다른 누군가의 잔혹한 하루로 만들어져왔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한빛 PD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드라마 현장의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는 형식적인 입장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였을 뿐, 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이 대책위원회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CJ E&M의 태도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항을 CJ E&M에 재차 요구합니다.
1. CJ E&M은 본 사건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십시오.
2. CJ E&M은 본 사건의 책임자를 징계하고, 제작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십시오.
3. CJ E&M은 본 사건의 문제해결을 위해 대책위원회와의 논의에 정식으로 참여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도 드라마와 방송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한빛 PD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CJ E&M이 지금까지와 같이 이번 사건을 회피하고 모면하는 데에 급급하다면, 또 다른 희생을 막을 수 없습니다.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CJ E&M에 책임 있는 문제해결을 촉구합니다.
2017년 4월 24일
<tvN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故이한빛 PD 모친 김혜영님 발언 전문]
6개월이나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한빛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침밥을 차려놓고 “한빛 밥 먹어라”하며 방문을 열다가 주저앉곤 합니다. 그동안 매일 성당에 가서 한빛과 대화하고 기도를 하면서 눈가가 짓눌리도록 울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눈물이 하염없이 나오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지난 4월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용기를 내어 한빛의 죽음을 알렸습니다. 저에게는 한빛의 죽음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이었기에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 가운데 뜨거운 불덩이를 얹은 채 살아온 지난 6개월. 역시 인간의 삶은 아니었습니다. 강했던 한빛 아빠도 매일 술에 의지해 한빛을 부르며 오열하다 결국 쓰러졌습니다. 매사 긍정적이던 동생 한솔이도 부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또 한빛의 죽음이 우리 가족만의 슬픔인 줄 알았는데 한빛의 친구와 많은 지인들이 우리에게 내색은 못하고 각자들 힘들어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냥 가슴에 묻고 살아가기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먹구름이 가득찬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답답해 신경정신과에 다니며 속으로 삭이고 있는 친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한빛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CJ E&M이 인정해야 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하고 한빛처럼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CJ E&M은 보도자료를 냈을 뿐 유가족과 대책위에 연락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유감이란 말만 되풀이했고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과라는 것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진실되게 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까지 포함돼야 합니다. 비인간적이고 야비하게 한빛을 죽음으로 몰았던 그들은 한 청년의 죽음이후에도 반성은커녕 군림하고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빛 엄마로서 다시 한번 CJ E&M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아들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고 성실하며 책임감도 강한 청년이었습니다. 지인들도 한빛이가 얼마나 아름답게 살았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많이 올려주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촬영에 들어간 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새벽에 들어와도 2시간 뒤에 나가는 걸 보면서 이게 아니다 싶었지만 저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사회에 따뜻한 메시지를 던져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PD가 된 아들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아들을 어떻게 CJ E&M은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요? 아들의 명예회복을 강하게 요구합니다.
아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기에 CJ E&M을 뛰쳐나와 다른 곳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해결 없이 혼자만 살겠다고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을 것입니다. 방송촬영일정에 맞추기 위해 밤을 새고 끼니도 챙겨먹지 못한 채 일하는 많은 청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방송을 만든다며 그 뒤에서는 청년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비인간적인 관행을 한빛은 힘들어했던 것 입니다. 다시는 한빛과 같은 슬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통해 행복한 일터를 만들 것을 CJ E&M에게 요구합니다.
비록 거대한 괴물과의 힘겨운 싸움이겠지만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4월 18일 이후 뜻밖에 많은 청년들과 시민들이 격려해주시고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우리 가족, 내아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인 저도 지금 한빛에게 조금은 빚을 갚은 것 같아 아들에게 덜 미안합니다.
어제 미사를 보면서 저는 한빛에게 하늘에서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엄마에게 용기를 주어 고맙다고. 난 너가 떠난 지금도 너에게서 희망을 보는구나. 아들아 고맙다. 끝까지 다 갚을게 하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저는 아들을 가슴에 묻지 않고 부활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듯 앞으로도 아들의 격려를 받으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4월 18일 이후 격려해주시고 자신의 문제처럼 걱정해주신 청년과 시민 모두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CJ E&M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故이한빛 PD 친구 박수정님 편지]
홀로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직원 김 군, 부장 검사 폭언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홍영 검사, 인격 모독을 가장 많이 당하는 부서에서 일하다 죽음을 택한 콜센터 현장 실습생.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습니다. 나름의 문제의식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만이었습니다. 저는 금세 그들을 잊었습니다. 책임자가 처벌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지켜봤어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분들이 제 친구를 금방 잊어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염치없지만 잊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유족들의 긴 싸움에 관심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이한빛' 이름처럼 빛나던 친구였습니다. 삶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고 하고 싶은 일도 참 많았습니다. 유명한 피디가 되어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정당에서 '러브콜'이 오면 모두 거절하고 어느 노조 투쟁에나 관심 가지라고 일침 하겠다는 '계획'을 꽤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때마다 앞서 나가지 말라고 면박을 줬습니다. 속으로는 노동 문제를 대하는 친구의 태도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유명한 피디가 될 것이라는 데에 한 치 의심도 없었는데 그 말도 해주지를 못 했습니다.
친구가 위태해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8월부터였습니다. 지난해 8월 어느 날 새벽 친구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윗선에서 지금까지 촬영된 드라마를 보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며 비정규직 스탭들을 해고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스탭들은 계약금까지 토해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친구는 책임을 지어야 하는 건 연출부인데 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스탭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하냐고 아파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이들이 조연출은 비정규직이냐 묻습니다. 아닙니다. 친구는 정규직이었습니다. 친구는 자신이 속한 연출부가 지어야 할 책임을 힘없는 비정규직에게 떠넘기는 것을 못 견뎌했습니다. "여긴 미친 세상이다", "너무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동네 악질이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딱히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그냥 같이 욕이나 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장난스럽게 "방송국 놈들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고 했더니 뜻밖에도 친구는 사과를 했습니다. 누구누구 자를까 하는 회의에서 한 마디도 못(안) 하는 막내 피디라 미안하다고 말입니다.
그 후로 친구에게 촬영장 분위기는 괜찮냐며 안부를 물었는데 그때마다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는데 "더 이상 묻지 마"라고 하는 느낌이 들어 캐묻지 못 했습니다. 위태하다고 느낀 순간이 많았고 어쩌면 친구가 퇴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했습니다. 친구가 '퇴사'가 아니라 '죽음'을 택할 것이라곤 정말로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며칠 전 친구 어머니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사실 거기서 자기만 뛰쳐나오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하나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자기 혼자만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나만 살겠다고 나오는 게 안 됐던 거죠. 그래서 아이가 그런 결정을 한 것 같아요" ...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이한빛은 이런 사람이었지. 대답하지 못 하는 이에게 "왜 그랬냐" 수없이 물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회사는 친구의 성격과 근무태만이 문제였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시해 갈등을 빚었다는 말까지 했다더군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 따뜻한 사람. 사회적 약자에 늘 관심을 기울이던 사람. 모두가 그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너무 힘든 숙제를 남기고 간 친구가 많이 원망스럽습니다. 동시에 친구가 무거운 짐을 혼자 떠안고 있을 동안 아무 도움이 되어주지 못 했던 제가 많이 원망스럽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위로를 받았었는데... 미안하기만 합니다. 노동을 착취당하는 이가 누군가의 노동을 착취해야 하는, 이런 폭력적인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게 친구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겠지요.
늘 누군가를 위로해왔던 제 친구를 많이 위로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