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보도자료] 방송 촬영을 위해 환기 안 되는 공간에 100명, 200명씩 모여도 ‘업무’니 문제 없다? 방송 노동자의 건강권을 방치하는 정부 당국과 방송사를 규탄한다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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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방송 촬영을 위해 환기 안 되는 공간에 100명, 200명씩 모여도 ‘업무’니 문제 없다?

방송 노동자의 건강권을 방치하는 정부 당국과 방송사를 규탄한다


- 제대로 된 환기도 없이, 형식적 방역이 만연하는 방송 제작 현장

- 정부와 방송사는 ‘괜찮다’는 말만 말고 방송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서라



1. 정론직필에 힘쓰시는 기자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2.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tvN 조연출로 방송업계의 문제를 지적하며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유지를 이어받아 2018년 1월 설립됐습니다. 방송사 및 미디어 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및 취약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 및 낡은 방송 제작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방송 노동 산재 문제에 대한 연구와 캠페인을 시작하며, 방송 미디어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3. 최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지속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단계가 2.5단계로 조정되고, 곧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사적 회합을 금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실내 공간에서 최소 100명, 많게는 200명 이상이 밀집된 상태로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제보가 접수된 드라마는 2020년 12월 현재 총 MBC에브리원 드라마 <제발 그 남자 만나지마요> (제작사 : 코너스톤픽쳐스), tvN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제작사 :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지음), tvN 드라마 <본팩토리> (제작사 : 스튜디오그래곤, 본팩토리, 스튜디오N), OCN 드라마 <다크홀> (제작사 : 영화사우상, 키위미디어그룹),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제작사 : 필름몬스터, JTBC스튜디오)까지 총 5곳입니다.

제보자들은 모두 촬영에 참여하는 드라마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제작사들이 마스크 착용이나 온도 체크 같은 형식적인 방역 조치만 할 뿐 정작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수많은 인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일을 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동시에 한빛센터에 제보를 한 방송 노동자들은 “속속 방송 촬영 현장에서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오는데 별다른 대책이나 조치가 없다.”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조치를 부탁해도 이렇다 할 지침이 없다는 답변만 왔다.”며 많은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4. 제보자들의 주장대로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은 12월 현재에도 위험천만한 실내 촬영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확산되자 상당수의 작품이 코로나 전염 방지를 위하여 촬영을 중단했던 영화와 달리, 방송은 코로나 확산이 끊이지 않았던 2020년 내내 촬영장에서 코로나가 직접적으로 번질 때를 제외하면 제작을 순연하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들은 ‘정상적인 방송 스케줄’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 드라마 촬영을 강행했고, 방송 노동자들은 방송사와 제작사는 자신들의 건강을 두려워하며 매일 촬영에 임해야 했습니다. 겉으로는 계속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촬영에 나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실내 촬영 시에도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을 구축하지 않는 등 코로나가 번지기 좋은 환경은 계속 방치된 채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5. 여기에 정부 당국의 지침도 이러한 환경을 계속 방치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최근 배포한 ‘방송 관련 업무 시 인권 기준 등 안내’ 문서를 통하여 ‘방송사의 촬영은 업무에 해당하며, 출연자, 스태프 등의 방송 관계자에 대한 인원 제한은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바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뒤이어 이러한 지침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환기·소독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에 대한 준수’가 제대로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말하고 있습니다. 허나 실제 방송 촬영 현장에서는 방송 노동자들에 대한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최근 전국 각지에 진료소를 설치하며 증상이 없는 이들도 검진을 받을 수 있게 했지만, 대다수의 방송 노동자는 새벽에 출근하여 다시 밤늦게 퇴근하는 초장시근의 ‘디졸브 노동’을 하는 상황에서 이조차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6. 12월 현재에도 계속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방송 촬영 현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방송사와 제작사는 물론, 정부도 코로나 감염 위험 요소가 산재한 방송 노동 환경을 계속 방치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방송 촬영은 업무에 해당하니 인원 제한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송 현장의 방역 수칙이 지켜질 수 있는 강화된 지침과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방송사와 제작사 역시 프로그램 촬영을 무턱대고 강행하는 대신, 방송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은 물론 방송 노동자들과 충실하고 적극적인 논의를 계속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7. 오랜 시간 방송 노동 환경은 끊임없는 산재와 안전 사고의 연속이었습니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촉박한 제작 일정을 이유로 위험한 환경을 계속 방치해왔고, 그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사고로 피해를 입거나 심하게는 죽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도 방송사나 제작사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방송 노동자는 방송사와 제작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엄연한 한 명의 사람입니다. 더 이상 자신들의 이득을 이유로 방송 노동자를 위험에 방치하는 일은 다시는 없길 바랍니다.

[첨부자료]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송 관련 업무 시 인원 기준 등 안내’ 일부, OCN <다크홀> 촬영 현장 제보 사진.

(맨 마지막 사진은 앞 사진의 <다크홀> 촬영 현장과 같은 곳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촬영장 내부의 검댕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잔뜩 묻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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