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성명]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성평등한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을 만들자

2021-03-08
조회수 322

[성명]

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성평등한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을 만들자!


오늘 3월 8일은 올해로 113주년을 맞이하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페미니즘의 싹이 조금씩 타오르던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일을 하다 숨진 여성들을 추모하기 위해 미국의 노동자들이 궐기를 한 것을 기점으로 그 다음 해인 1909년 전 세계의 여성 노동자들과 페미니스트들은 거세게 여성의 권리 향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쳤다. 그렇게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 되어 많은 여성 운동가들과 노동자들에게 널리 기념되고, 새로운 움직임을 다짐하는 날이 되고 있다.

2021년 3월 8일. 한국의 방송·미디어 영역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예로부터 방송은 지금보다 성차별이 훨씬 심하던 1950-1960년대에도 ‘여성도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으로 여겨져왔지만, 실제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철저하게 위계 관계로 구축된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은 직군이나 나이는 물론, 성별 등을 명목으로 다양한 의견이나 움직임을 억압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현장이었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오른 ‘공정언론’ 운동이 조금은 언론을 비롯해 미디어 현장에 만연한 성차별 문제를 없애는 듯 싶었지만, 1997년 IMF 경제위기와 함께 찾아온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한층 더 미디어 현장으로 하여금 구습과 관행을 따르도록 만드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2019년에 처음 문제가 제기되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2020년에 함께 연대했던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사건’은 한국 언론과 미디어의 민낯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공대위의 조사 결과 무려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지역에 위치한 MBC 방송국들이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남성은 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과 달리, 여성을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은 2010년대에도 변하지 않은 한국 방송·미디어 노동의 성평등 현실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아나운서를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로 채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불안정한 노동을 여성들에게 주로 떠넘기는 행동은 엄연한 성차별적 발상이었다. 그러한 행동을 다른 곳도 아닌 ‘공영방송’인 MBC 지역국들이 태연하게 저질러 왔던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 2020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는 그 여느 때보다 여성 노동자들의 제보가 넘쳐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보다 직군이나 경력이 낮다는 것을 명목으로 쉽게 폭언과 욕설을 내뱉는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제보들이 속속 접수되었다. 여전히 야간-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차별과 여러 폭력에 시달리는 ‘이중의 폭력’을 참고 견뎌야만 했다. 동시에 작가 직군이나 미술 직군 같이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은 방송·미디어 현장의 직군들은 함께 매주 한 편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똑같이 노력하고 고생함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부당한 차별과 대우에 시달려야 했다.

방송·미디어 노동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적정 노동시간 준수, 산재 예방과 같은 제도적인 차원의 움직임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현장의 노동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변화는 결코 온전할 수가 없다. 아무리 형식적인 노동 환경이 나아져도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동료들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부당한 이유로 서로를 계속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상황을 어떻게 좋은 노동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방송·미디어 노동자들의 진정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성별을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노동의 가치를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했던 방송·미디어 영역의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의 노동 문화는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할 것이다. 성별에 상관없이, 더 나아가 성적 정체성을 비롯해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속성에 상관없이 모든 차별은 부당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어야만 한다. 한때는 방송과 다를 바 없이 열악했던 영화 노동 현장은 전국영화산업노조와 여성 노동자들의 오랜 싸움과 연대 끝에 영화 촬영 전에는 반드시 성폭력 예방 및 성평등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고, 민관 합동으로 영화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를 전담으로 해결하는 기관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개설하며 변화를 향해 나아간바 있다.

113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는 오늘 3월 8일, 영화 노동 환경이 오랜 투쟁 끝에 성평등을 향해 나아간 것처럼 모두가 평등하고 존중받는 방송·미디어 노동 환경을 상상하고, 그 날이 올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며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도 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다.


2021년 3월 8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0 0

본 홈페이지는 공익재단 공공상생연대기금과의 공동 사업으로 2019년에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