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이 현장 문화로 자리할 때_드라마 작가 K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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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 현장에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정을 쏟는 종사자 여러분이 계십니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현장의 '더 아래로, 더 옆으로' 빛을 비추어 이들의 삶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방송일터에서의 나의 삶을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우리 센터 또한 '한빛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열두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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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드라마 작가 K / 인터뷰어 : 김희라 기획차장 

내용각색 : 김희라 기획차장




《한빛이 만난 사람들》 열두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드라마 작가 K님입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드라마 작가로서의 일과 삶을 중심으로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개선이 필요한 문화는 무엇인지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생계를 위해 접어둔 꿈 그리고 새로운 시작

K는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기 전, 출판계에 종사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5편의 문학 작품을 내기도 했고, 의뢰를 통해 비문학 작품 구성에 참여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았지만, 세상에 나온 자기 작품들로는 생계유지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몇 년을 붙잡고 있던 이상과 꿈이 나를 배고프게 하니까... 금전적인 이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해서 업을 바꾸게 되었죠.”

- K의 이야기 중에서. -


K는 고민 끝에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드라마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 접해보는 방송 노동 환경이었지만, 언젠가는 꿈을 다시 펼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차선의 선택을 했다. ‘드라마 작가’로서 새롭게 시작한 K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동시에 자신에게 향하는 비상식을 마주하게 되었다.





비상식적 문화를 마주하며 생긴 불신의 늪

K에게 드라마 1부에 해당하는 대본을 쓰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물었다. 이러한 물음에 K는 “저와 같은 경우에는 3주 정도 걸렸어요. 근데 제작사에서 수정 요청하면 그게 몇 번이든 상관없이 수정했고, 담당 PD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제작사 사무실로 출근해서 자기가 보는 앞에서 대본을 쓰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멋모르고 한 달가량을 출근해서 대본쓴 적도 있고, PD는 상부에 보고를 하기도 전에 저에게 본인이 원하는 글의 톤이 아니라면서 폭언을 쏟은 적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존중받지 못한 채 일을 하는 게 드라마 작가인가?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라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 편성이 확정된 제작진과 아닌 제작진에 대한 제작사의 미묘한 차별을 마주할 때도 있다고 했다.

“작품 편성이 확정된 작가나 제작진에게는 제작사의 대우가 달라져요. 저는 편성을 못 받은 작가니까 제작사에서 제공하던 복리후생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더 이상 제공할 수 없으니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하고선 작품 편성이 안된 이유가 모두 저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라고요. 작품 편성, 안 되고 싶어서 안 된건 아닌데...”


드라마 작가로서 일을 한지도 4년이 지난 K는 알음알음 알게 된 드라마 작가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제가 “작가님은 작품이 흥행해서 스타 작가로 부상하면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게 뭐에요?” 라고, 물으니까 동료 작가님이 “난 제작사가 나한테 한대로 갑질해 보고 싶어. 근데 나도 똑같은 사람이 되면 안 되니까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만 있네….”라고요.

 

방송 현장에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이들로부터 익히 들었지만, 생각보다도 기저에 깔린 비상식적 문화가 사람들에게 불신을 낳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점을 지난 현장을 되돌아보는 자정이 필요한 때,

마지막으로 K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정점이 코로나 펜데믹을 전후로 지나갔음을 이야기하며 ‘현장에 남아있는 세대가 비상식이 관성화된 상황을 자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K는 국내의 경우에도 작품 편성이 줄어들고, 더 나은 수익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검증된 PD, 작가들만 계약하는 분위기인 데다 현장의 조직 문화가 비상식적인 관행으로 이탈하는 종사자들이 많아 사실상 인력난이 판을 치는데, 이것을 선배 세대가 자정하려는 노력 없이는 정점에 달했던 방송미디어 산업을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걱정을 내비쳤다.

 

익숙하지 않은 방송 영역으로 진입하면서 겪은 다양한 상황에 대한 K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 작가의 경험과 시각을 통한 방송 현장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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