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 현장에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정을 쏟는 종사자 여러분이 계십니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현장의 '더 아래로, 더 옆으로' 빛을 비추어 이들의 삶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방송일터에서의 나의 삶을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우리 센터 또한 '한빛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아홉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방송사 아나운서 I님 / 인터뷰어: 송하민 사무차장
내용각색 : 김희라 기획차장
소개말
《한빛이 만난 사람들》 아홉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방송사에서 10여 년 이상 활약하신 아나운서 I님입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오랜 기간 아나운서로서 방송 노동 현장에서 지내온 I님의 일 경험과 삶을 중심으로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경청 문화의 최일선에 선다는 것
I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경청이 필요로 한 사람들의 옆에서 자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I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I는 이렇게 답했다. “사회에는 수많은 사각지대가 자리하는데, 그냥 둔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거든요.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귀 기울여 소통하고, 공감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과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의 끝 무렵부터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꿈꿔왔었어요.”라고.
오랜 언론고시 준비로 지칠 대로 지친 I였지만, 마침내 아나운서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면서 더욱더 자신이 아나운서를 꿈꾸게 되었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고 했다.
“제가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은임 아나운서님처럼, 곧고 바른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은임 아나운서께서 생전에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요. 오프닝이나 엔딩 멘트에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소외된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하셨어요. 라디오 진행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한 공감을 이끌어내신거죠. 물론 이런 진행 때문에 프로그램이 엎어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고 들었지만...”
I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경청이 아나운서로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자 방향성이라고 여겼고, 이를 지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었다.
입직을 위해 노동 착취를 감내해야 할 때,
I에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는 어떠했는지 물었다. 이러한 물음에 I는 “지망생을 향한 착취가 곳곳에 있었기에 입직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I가 말한 착취란 무엇인지 조심스레 되물었다.
“아나운서 채용 구조는 굉장히 복잡한데 채용 규모는 바늘구멍만큼 작아요. 공개채용 방식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나 전문 채널 일부에서 활용하고, 중소 채널이나 지역 방송 등은 (아카데미) 추천제도가 많이 활용되는 편이고요. 아카데미마다 제휴된 방송사가 다를 수 있어서, 입직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여러 곳의 아카데미를 등록해서 다니게 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하면 수강료로만 수천만 원을 들이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추천 채용이 되더라도 이 자리가 단발적이고 저임금이거나 무임금인 자리인 경우도 꽤 있는데요. 작은 경력이라도 필요한 지망생들은 이를 뿌리칠 수 없기 때문에 착취를 감내해야 할 때를 마주하게 되죠.”
아나운서 입직을 위한 사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상황은 방송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보여주는 이미지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입직 후에도 이어지는 불합리한 관행
I는 어렵게 아나운서로 입직했지만, 고유의 업무영역에서 벗어나는 업무 배정을 주로 받았다고 전했다.
영역별 프로그램 진행이나 때에 따라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 진행까지 담당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고유 업무영역이라고 하면,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방송사들에서는 약 20~30% 수준으로만 고유 업무를 배정받고, 그 외에는 경영지원이나 PR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업무를 약 70~80% 배정받아 일했다고 했다. 입직하면서 설명을 듣지 못했던 것들이었지만, 일사천리로 업무 배정이 진행되면서 맡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I에게 회사에서 이렇게 불합리한 관행을 유지하고 실행하는 이유를 전해 듣거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I는 “사업비용의 절감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인력 감축이나 신규 채용을 꺼리는 탓에 직무에 상관없이, 그리고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특정 입사자들에게 주로 배정하는 관행이 적용된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토록 원했던 아나운서 생활이었지만 입사와 동시에 불합리한 사내 관행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불합리한 관행 그 자체였지만, 오랜 기간 아나운서 입직을 위한 노력과 소속감과 애사심이 넘쳤던 I였기에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말그대로 입직하고서도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다각화되어 가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사각지대를 돌이켜보아야 할 때,
마지막으로 I는 다각화되어 가는 방송미디어 산업이 기회인 동시에 위기일 것임을 전하며 ‘산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많은 종사자를 보호할 안전망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할 때 마다 산업 종사자들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마치 ‘황무지’와도 같아서 누구도 보호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아나운서라는 업(業)과 방송이라는 영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깃든 I의 이야기를 통해 아나운서의 경험과 시각을 통해 방송 현장의 또 다른 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동료와 함께 더불어 활동하는 건강한 방송 현장을, 소외된 대중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는 I의 모습을 통해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방송사 아나운서 I님 / 인터뷰어: 송하민 사무차장
내용각색 : 김희라 기획차장
소개말
《한빛이 만난 사람들》 아홉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방송사에서 10여 년 이상 활약하신 아나운서 I님입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오랜 기간 아나운서로서 방송 노동 현장에서 지내온 I님의 일 경험과 삶을 중심으로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개선이 필요한 점은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경청 문화의 최일선에 선다는 것
I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경청이 필요로 한 사람들의 옆에서 자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I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I는 이렇게 답했다. “사회에는 수많은 사각지대가 자리하는데, 그냥 둔다고 해서 해결되진 않거든요.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과 귀 기울여 소통하고, 공감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과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 시절의 끝 무렵부터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꿈꿔왔었어요.”라고.
오랜 언론고시 준비로 지칠 대로 지친 I였지만, 마침내 아나운서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면서 더욱더 자신이 아나운서를 꿈꾸게 되었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고 했다.
“제가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은임 아나운서님처럼, 곧고 바른 아나운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은임 아나운서께서 생전에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셨는데요. 오프닝이나 엔딩 멘트에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소외된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하셨어요. 라디오 진행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회 문제에 관한 공감을 이끌어내신거죠. 물론 이런 진행 때문에 프로그램이 엎어지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고 들었지만...”
I는 소통과 공감 그리고 경청이 아나운서로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자 방향성이라고 여겼고, 이를 지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었다.
입직을 위해 노동 착취를 감내해야 할 때,
I에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는 어떠했는지 물었다. 이러한 물음에 I는 “지망생을 향한 착취가 곳곳에 있었기에 입직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 절망스러울 때도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I가 말한 착취란 무엇인지 조심스레 되물었다.
“아나운서 채용 구조는 굉장히 복잡한데 채용 규모는 바늘구멍만큼 작아요. 공개채용 방식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나 전문 채널 일부에서 활용하고, 중소 채널이나 지역 방송 등은 (아카데미) 추천제도가 많이 활용되는 편이고요. 아카데미마다 제휴된 방송사가 다를 수 있어서, 입직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여러 곳의 아카데미를 등록해서 다니게 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하면 수강료로만 수천만 원을 들이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추천 채용이 되더라도 이 자리가 단발적이고 저임금이거나 무임금인 자리인 경우도 꽤 있는데요. 작은 경력이라도 필요한 지망생들은 이를 뿌리칠 수 없기 때문에 착취를 감내해야 할 때를 마주하게 되죠.”
아나운서 입직을 위한 사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상황은 방송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보여주는 이미지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입직 후에도 이어지는 불합리한 관행
I는 어렵게 아나운서로 입직했지만, 고유의 업무영역에서 벗어나는 업무 배정을 주로 받았다고 전했다.
영역별 프로그램 진행이나 때에 따라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 진행까지 담당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고유 업무영역이라고 하면, 자신이 몸담고 있었던 방송사들에서는 약 20~30% 수준으로만 고유 업무를 배정받고, 그 외에는 경영지원이나 PR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업무를 약 70~80% 배정받아 일했다고 했다. 입직하면서 설명을 듣지 못했던 것들이었지만, 일사천리로 업무 배정이 진행되면서 맡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I에게 회사에서 이렇게 불합리한 관행을 유지하고 실행하는 이유를 전해 듣거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I는 “사업비용의 절감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인력 감축이나 신규 채용을 꺼리는 탓에 직무에 상관없이, 그리고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특정 입사자들에게 주로 배정하는 관행이 적용된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토록 원했던 아나운서 생활이었지만 입사와 동시에 불합리한 사내 관행을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불합리한 관행 그 자체였지만, 오랜 기간 아나운서 입직을 위한 노력과 소속감과 애사심이 넘쳤던 I였기에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말그대로 입직하고서도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다각화되어 가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사각지대를 돌이켜보아야 할 때,
마지막으로 I는 다각화되어 가는 방송미디어 산업이 기회인 동시에 위기일 것임을 전하며 ‘산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많은 종사자를 보호할 안전망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할 때 마다 산업 종사자들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마치 ‘황무지’와도 같아서 누구도 보호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아나운서라는 업(業)과 방송이라는 영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깃든 I의 이야기를 통해 아나운서의 경험과 시각을 통해 방송 현장의 또 다른 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동료와 함께 더불어 활동하는 건강한 방송 현장을, 소외된 대중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하는 I의 모습을 통해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