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길을 만드는 사람들 _ 그립스태프 W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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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스물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드라마 현장에서 그립 스태프로 일하는 W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그립스태프 W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카메라의 시선을 헤아리며 일하는 그립 업무

그립팀의 업무는 카메라를 움직이게 하는 많은 종류의 일들이다. 사용할 카메라의 앵글이 정적이냐 동적이냐에 따라서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설치하고 조작한다. 손으로 들고 이동하면서 찍기 위해서 흔들림을 덜게 해주는 짐벌을 사용하거나, 혹은 레일을 설치하여 그 위에 카메라를 올리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자동차 보닛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한다. 카메라 위치를 어떻게 놓아서 동적인 앵글을 만들 것인가를 담당하는 것이다.

“원래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 들어가는 음악이요. 그래서 관련된 공부 겸 일하면서, 촬영 현장을 몇 번 가볼 수 있었어요. 현장 분위기도 좀 봤고, 나도 일하면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은 잘 안 맞다고도 생각했거든요.”

W는 처음 촬영 현장에 올 때는 그립팀이 아니었다. 이제는 10년이 흘러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당시만 하여도 막내라는 이유로 당연해지는 온갖 일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촬영현장과 사무실만 오가면서 집가는 시간도 없이 일을 했어야 했다. 처음이니 당연히 배우는 자세로 시작하였지만, 높은 강도의 노동환경 속에서 여러 갈등 상황을 마주하면서, 회의감이 커졌다. 그렇게 일을 그만 두려고 하였는데, 그립팀에서 같이 해보자고 권유해서 처음 그립 업무를 배우게 되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처음 제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과 한 컷, 한 컷, 만들어 가는 게 소중하면서 신기하기도 했죠. 찍는 사람 마음도 헤아릴 수도 있어야 하고, 촬영 현장에 있는 여러 가지를 헤아리면서 일하는 것이 역할이죠.”

그립팀은 팀 내의 역할에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함께 장비를 나르고 세팅하고 하는 업무가 많은 것이다. 달리(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든 장비로 오퍼레이터가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움직이면서 찍을 수 있도록 바퀴가 부착된 장비)와 같은 무거운 장비를 함께 옮겨야하고, 레일을 설치하면 수평을 맞추는 작업을 함께 한다.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장비를 설치할 지를 생각하는 것인 1st의 역할이다. W도 처음에는 시키는 대로 장비를 옮기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점차 역할도 높아졌다. 때때로는 짐벌을 직접 잡고 촬영을 할 때도 있다. 촬영팀의 역할과 경계가 흐릿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 관련 전공을 하고 그립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W는 영상을 공부하면서 일하고 있어서 새롭게 배우는 일은 재밌기도 하다고 말한다.

 

장비를 다루다보면 커지는 산재 위험

현장에 오래 있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자면 역시 일하는 날짜의 수다. 과거에는 한 달에 25일을 촬영을 나갔다면, 요즘은 16일 정도이다. 일급은 올라서 월 소득은 비슷하거나 직급에 따라서는 약간 줄어든 정도라고 한다.

OTT 이후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많이 흐려진 점이 그립팀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장비는 사실 영화나 드라마나 비슷하지만, 일하는 스타일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고 W는 말한다. 영화는 콘티 작업을 미리 하고 촬영을 하기 때문에, 콘티를 보고 거기에 맞춰서 장비를 세팅하지만, 드라마는 임기응변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쁘게 말하면 급한거고 좋게 말하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급하게 움직이다가 다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립팀은 무거운 장비를 많이 다루다보니 다치는 경우에는 더 큰 위험성이 따르기도 한다. 무거운 장비를 들다가 허리를 다치는 경험이라거나, 레일 같은 장비의 끝 부분에 부딪히거나, 장비가 움직이는 반경이 크다보니 다른 스태프들을 다치게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크레인을 움직이는 경우에는 머리를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촬영장에서 다쳤을 경우에는 병원비를 제작사에서 처리해주는 편이지만, 일을 쉬게 되면서 생기는 소득 손실에 대해서는 역시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에는 무조건 통계약이었어요. 그래서 잠깐 아르바이트로 데려온 인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모른 척 하기도 하고요. 만일 다치거나 그러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립팀장도 버거운 경우도 있죠. 그러다보니 개별 계약으로 더욱 바뀌는 것이기도 하죠. 다른 팀에서도 개별 계약이 더 정착해야 해요.”

조명팀과 마찬가지로, 장비를 많이 다루게 되는 그립팀은 고가의 장비를 업무에 투입하는 경우도 많다. 팀장급으로 가면 장비를 할부로 구입하기도 하고, 중고로 사서 개인 소유의 장비를 업무에 투입하기도 한다. 개인 소유의 장비를 사용하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영화에서는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서 일련번호를 기입하고 관련한 보험도 미리 들어주는데, 드라마는 그런 부분에서는 고려가 없다. 장비 중에는 전자장비도 꽤 많아서 비나 눈을 맞으면서 촬영을 하면 고장 날 수도 있는데 요구받기도 하는 것이다.

 

여전히 이상한 관행이 있는 현장들

다른 기술팀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립 일도 드라마와 영화만 있지 않다. 뮤직비디오나 광고 촬영 현장에 일을 할 때도 있다. 이들 촬영장은 대체로 하루에 끝을 내는 편인데 임금은 두 세 달이 지나서야 들어온다고 한다. 일찍 받으려면 받을 임금을 좀 깎아야 하는 이상한 관행도 존재한다. W는 그냥 바로 주면 되는 돈을 왜 두세 달 후에 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방송 산업 한편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런 관행들이 바꾸려면 결국 당사자들이 나서야만 한다. 각자가 바꾸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W는 광고 일은 거의 안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그런 실천이다. 우리가 보다 함께하는 방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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