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세계에서 괴롭힘을 마주할 때_마케팅 프로듀서 E의 이야기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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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 현장에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정을 쏟는 종사자 여러분이 계십니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현장의 '더 아래로, 더 옆으로' 빛을 비추어 이들의 삶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방송일터에서의 나의 삶을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우리 센터 또한 '한빛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다섯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마케팅 프로듀서 E님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희라 기획차장



소개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다섯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방송 마케팅 프로듀서로 다년간 활약한 E님입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 마케팅 프로듀서라는 익숙한 듯 생소한 직무에 대한 이해를 E님의 삶을 중심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는 현장

우연한 계기로 방송계에 진입하게 된 E는 마케팅 프로듀서 일을 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제한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다양한 광고 지원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협찬 상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촬영, 소품, 세트 구성, 이야기 흐름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하는 일의 특성이 그를 변화하게 했다고 전했다.

생소했던 일이었지만 수년간 접해보니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채로운 마케팅 프로듀서의 일에 매력을 느꼈고, 동시에 보람과 재미를 안겨주었다.



때때로 개인에게 책임소재를 전가할 때,

E가 느끼는 일의 만족감은 높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E가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E는 현장 내에서 파악해야 할 것의 범위가 넓고, 다른 직무와 업무 범위가 겹칠 때도 있었기에 이것을 조율하는 역량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분쟁과 같이 고객사와 다퉈야 할 상황을 맞이할 때면, 마케팅 프로듀서에게 책임을 전가할 때가 있다고 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일을 한 것이 아님에도, 현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을 요구할 때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원치 않은 퇴사와 괴롭힘의 연속

E는 오랫동안 마케팅 프로듀서로서 일을 해왔지만, 지금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의 이야기에는 어떤 상황이 있었기에 보람의 연속이었던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E에게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E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이렇게 전했다.

“뉴스에서나 접했던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겪었어요. 서로 화해를 하기엔 선을 넘은 괴롭힘이 오래 지속되었어요.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내가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해야 하니 열심히 하려고 더 노력했는데, 해야 할 업무 과정조차도 하지 못하게 여러 가지 수를 써서 정말 난감했죠...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퇴사했는데 또 다른 방식으로 절 괴롭히더라고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인데 퇴사 이후에도 괴롭힘이 지속되니 자괴감을 넘어서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E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근절되어야 할 폭력이 현장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 센터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더욱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느슨하고도 긴밀한 ‘연대’를 모색해야 할 때

방송미디어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저마다의 어려움을 수시로 겪고 있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쉽지 않음에 대해 E는 “비정규직이 많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불안정한 방송 현장에서 꼭 필요한건 느슨하고도 긴밀한 연대, 툭 터놓고 종사자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기제”라고 전했다. E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경험한 애로사항이 너무나 많았고,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 현장에 남아있는 많은 동료가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지 않고 행복한 일터를 누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필자는 이야기를 전하는 E의 모습을 통해 ‘더 아래로, 더 옆으로’ 방송 미디어 현장의 곳곳에 가려진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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