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이 필요한 지금_방송 편집 기사 B의 이야기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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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 현장에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정을 쏟는 종사자 여러분이 계십니다. 이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현장의 '더 아래로, 더 옆으로' 빛을 비추어 이들의 삶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방송일터에서의 나의 삶을 함께 이야기나눌 분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저희 센터 또한 '한빛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더 나은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 시작합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방송 편집기사 B님 / 인터뷰어 : 김희라 기획차장

내용각색 : 김희라 기획차장



소개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두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방송 편집 기사 B님입니다. B님은 영화와 드라마 장르에서 10년 이상 활약하신 잔뼈 굵은 베테랑입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주요 장르에서 긴 호흡을 갖고 일해온 그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방송미디어 산업의 과거와 오늘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옮겨 다니는 삶의 시작

그는 영화 편집실의 조수로 처음 방송미디어 업계를 마주했다. 일이 좋았던 것도 잠시, 함께 합을 맞춰 일했던 사수인 편집 기사와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생활고까지 겹치게 되었다. 막막해진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에 B는 영화 현장에서의 경험을 끝맺고 드라마 현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는 옮겨 다니는 삶이 시작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B는 처음 마주한 드라마 현장에서 스크립터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쉽지 않은 직업생활이었지만 묵묵히 맡은 바를 열심히 수행했다. 현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B는 우연한 계기로 드라마 편집 업무를 맡게 되었고 돌고 돌아 다시금 편집 기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B의 삶은 현장과 직업을 때때로 넘나들며 옮겨 다니는, 부유(浮游)하는 무언가였다.



‘다름’보다는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현장

B의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장르에 구애 없이 현장을, 그리고 직업을 옮겨 다니는 것이 흔히 일어나는지. 그래서 B에게 물었더니 꽤 있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당사자의 입장과 사고와는 무관하게 편견을 보일 때도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작업하는 장르를 옮겨온 누군가가 실수하게 됐을 때,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어. OO에서 넘어온 애들은 다 이렇다니까.’라는 이야기를 B는 종종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B는 “저마다 일해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닌데, 편견을 관행화한 방송미디어 현장은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부족한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평가를 절하하는 프레임 씌우기

B는 편집 기사가 (실제로 그러한지 의문이 들어도) ‘일을 잘한다’고 입소문 나면 소화하기 힘든 수준으로 일감이 몰리는 상황이며, 몰려있는 일을 하나씩 떨어뜨릴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맡게 되면서 각자의 생계가 유지되기도 한다고 했다. 또한 편집 분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송출 매체와 작품의 장르에 따라 편집 기사의 역량이 낮고 높음을 평가해 낙인찍는 것이라고 했다. 편견과 낙인이 곧 역량 평가 기준이었던 것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말이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돈을 좇는 사람’의 경계 발생

B는 방송미디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과 ‘돈을 좇는 사람’의 경계가 생겨난 현재 상황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스스로 되물었다고 한다. 그 결과 ‘메시지’를 담은 창작이 ‘돈의 원리’로 읽히고 이용된다면, ‘자극에 자극이 더해져 변질된 욕구가 드러나는 문제가 현장에 덧칠될 것’이라는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B의 이야기를 통해 방송의 본질과 가치 추구의 관계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다시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줄기 빛이 되어준 ‘한빛센터’ 그리고 집단적 연대의 필요

마지막으로 B는 한빛센터의 등장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등장으로 발전 없던 현장이 전환기를 맞이했다.”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과 삶의 균형을 얻고 싶어 노력해도 얻지 못하고, 밤샘과 현장 숙식이 일상이었던 방송미디어 업계가 한빛센터의 등장으로 아주 조금씩 정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에... 덧붙여 B는 “한빛센터의 고군분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남아있는 우리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톱니바퀴가 물려지듯 긴밀한 신뢰와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목표에 닿을 듯 닿지 않았던 손끝이 마침내 닿아 빛을 마주한 경험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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