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대사를 담아내는 사람들 _ 동시녹음 스태프 Y

202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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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배우들의 연기력을 전달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녹음 스태프 Y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동시녹음 스태프 Y / 인터뷰어 : 송하민 사무차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아르바이트로 발을 들인 방송노동

Y는 취업준비생으로 몇 년을 보냈다.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 노동을 전전하던 중에 부모님으로부터의 압박을 점점 받게 되면서 방송 일을 처음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많이들 그렇듯이 보조 출연으로 일을 시작했다. 잠깐은 촬영 보조 일도 해보기도 했지만, 방송 일에 큰 뜻 없이 일을 했다.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연예인이 있는 방송 촬영 현장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러던 중 친해진 동시녹음 스태프가 같이 일하자고 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시녹음팀은 세 명이 기본적으로 한 팀이 된다. 동시녹음기사와 마이크를 드는 붐맨, 막내 스태프로 구성이 된다. 촬영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장비를 가져와 카메라와 소리가 합쳐질 수 있도록 음향 선을 연결하는 것이다. Y가 하고 있는 붐맨 역할은 배우들에게 무선 마이크를 달아주거나,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앵글과 조명의 그림자를 고려해서 최대한 깔끔하게 소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앵글을 피하고 빛을 피해서 들어가는 마이크

Y는 일을 하면 할수록 동시녹음 일이 자기 역할을 존중 받지 못하고 부수적인 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촬영팀과 조율해야 하는 일에서 특히 그런 일들이 많다고 말한다.

“카메라 앵글에 마이크 위치를 맞춰야 하는데, 카메라가 하나면 몰라도 요즘은 두 대라서 마이크 위치를 잡기 힘든 상황이 많아요. 그래서 감독에게 조율을 요청해서 조정하면 괜찮은데 그런 조율을 안 해주는 감독이 정말 많아요. 우리는 소리를 잘 담아야 하는 역할인데 카메라 앵글만 신경쓰는 거죠. 그런 경우에는 녹음이 깔끔하게 안 되어도 무선 마이크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하죠.”

배우의 대사가 잘 전달되는 것은 드라마의 완성도에서 중요한 측면이다. 촬영 후에 따로 배우가 대사를 녹음을 하는 후시녹음이 아닌 동시녹음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동시녹음 팀의 역할 중에 하나이다.

“어떤 때는 어차피 편집할 때는 앵글을 줄일 텐데 크게 잡는 감독이 있어요. 그 때 마이크가 들어가게 앵글 조금만 줄여 달라고 해도 ‘동시팀 때문에 이거 촬영을 못 하겠네’라고 하죠. 또 그렇게 마이크 넣으면 조명팀과의 다툼이 생기기도 해요. 마이크랑 조명은 위에 있으니까 마이크 그림자가 생기지 않게 천 같은 걸로 흐릿하게 해서 조명팀이 깔아주거든요. 조명을 피해서 마이크를 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앵글이 걸리죠.”

Y가 말한 동시녹음팀의 업무는 다른 팀과의 소통과 관련한 애로사항이 많았다. 사소하게는 모니터에 연결된 카메라와 동시녹음 장비의 선을 관리하는 부분에서도 생긴다. 카메라가 크게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선이 연결되어 있도록 잡고 있기도 해야 하는데, 각자의 일이 바쁠 때는 서로 떠넘기기가 되기가 쉽다.

 

이런 현장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기를

일하기 힘든 현장은 결국 사람들의 분위기가 날이 서있는 곳인 것 같다고 Y는 말한다. 그럴 때는 어차피 최악이고, 욕설이 오고가는데, 그 화살이 나에게만, 우리 팀에게만 오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일을 할 때 노동시간 제한을 넘겨도, 밤을 새도 상관없으니까, 현장 분위기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제발 그냥 다들 다투지 말고 누구 하나 짱이고 밑이고 갑이고 을이고 그거 상관없이 그냥 현장 분위기만 다 웃으면서 촬영하면 좋겠어요. 근데 하다 보면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일할 맛이 났으면 한다는 Y의 이야기이다. 출근하면서 ‘오늘은 어떻게 넘어가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좋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마음의 부담 없이 촬영에 나가면서 ‘이런 현장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으니 일하는 것도 너무 행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일하다 보면 다툼은 항상 있을 수 있다는 Y는 같이 협의하고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다함께 하나의 팀으로서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지 못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바쁘게 굴러가는 촬영 현장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하는 스태프들이 행복하게 출근할 수 있는 현장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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