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카메라에 담길 이야기를 만드는 드라마 작가 X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드라마 작가 X / 인터뷰어 : 김희라 기획차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코로나19의 암흑을 지나
X는 영화와 방송 분야를 오가며, 10년 정도 일 해왔다. 원래 영화 감독이 되는 것이 목표여서, 시나리오 작가 일을 하고 있었던 X는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같이 일을 하던 제작사들이 드라마로 넘어가고 하여서 드라마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운명 같다고 느꼈던 게... 제가 자주 다니던 카페에 영화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죠. 제가 가진 취미나 역량을 작품을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예요. 글 쓰는 일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지 싶었죠.”
원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것도 아니다보니, 인맥도 별로 없다보니 맨 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시작한 일이지만, 일을 하면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고 X는 말한다. 어떻게든 자리잡아보려고 외국 가서 관련한 일을 하는 시도도 해보고, 생계를 위해서 중간에 광고 일이나 이것 저것 다른 일들도 해봤다. 그래서 이제 조금 자리잡아간다 싶었더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X는 지난 2년이 깜깜한 암흑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집필 계약의 사각지대
“이게 각본이라는 게 무슨 제품 같은 물질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기계처럼 시제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보니, 계약 관계가 중간에 틀어지면 돈을 전혀 못 받죠. 내가 각본 작업을 오롯이 했어도, 제작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끝인 거예요. 이런 일이 너무 많아요.”
드라마 작가가 집필 계약할 때 쓰는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서 원고료를 받게 되어 있다. X는 계약 관계가 중간에 틀어지면 작가는 계약 당시에 받기로 한 돈을 전혀 못 받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제작사에서 계약 파기를 하면, 원칙적으로 제가 쓴 데까지는 못 쓰게 돼 있죠. 근데 한국에서 표절률이 얼마 나오는지 아세요? 그냥 솔직히 토씨 몇 개 바꾸고 사건 상황 앞뒤만 바꾸면, 표절로도 안 보고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려요.”
돈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파기된 원고에 대한 권리가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작가들이 받는 노동의 대가는 20년 전하고 똑같다. 집필을 완료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보니 계약 총액은 많아보이더라도,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의 소득에 절반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계약하고서 몇 회까지 썼는데, 제작사에서 마음에 안 든다며 원고료를 안주면, 받아낼 방법이 거의 없다. 업계도 좁다보니 평판 관리에 대해 신경 쓰게 되고, 최근의 분위기는 40대가 되어서 입봉을 해도 빠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더 젊고 능력 있는 이들이 올라가기에 벅찬 상황이 반복되고,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공모전이나 집필 기회도 굉장히 많이 줄었다고 X는 말한다. 작품 제작에 대한 지원 정책도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니, 현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일은 점점 없어져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받아내지 못하는 원고료와 원고 하이재킹
원고를 집필하고 나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촬영하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 방향에 대한 피드백이 있다.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은 작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필요한 일이다. X는 무조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만 반복하면서, 더 좋은 글을 쓸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함께 작품을 만드는 입장인데,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식으로만 나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개선이나 보완의 여지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통보로 돌아온다. 집필한 부분까지는 완성된 원고가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원고료를 주지 않는 것이 아예 관행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더욱 문제는 그렇게 중단된 원고를 조금만 수정해서 다른 작가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다.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율성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점도 있는데, 제작 구조에서 이해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문화나 풍토가 창작의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존중이 결여된 현장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남아 있던 도제 시스템의 영향인지, 인간 취급을 안 하고 갈아 넣는 존중이 결여된 현장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예술이 흔히 자유로움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자유로움과 무례함은 엄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방송도 옛날에는 방송사가 다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 외주 제작사나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시대잖아요. 어디 예능 작가나 예능 PD가 드라마 만들고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다 섞였어요. 그러면서 마치 돌려막기하듯이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거죠.”
X는 제작비 결정 구조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제작비가 오르고, 저예산 작품을 찍기 어려워져서 작품의 다양성도 줄어들었고, 광고를 많이 넣을 수 있거나 비싸게 팔 수 있을만한 작품만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창작 노동에 대해서 평가 절하되는 풍토도 심하다고 한다. 막상 해보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겠지만, 창작을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도 이 현장에서 성공할 수 있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10년 넘게 현장에 남아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요.”
X는 계속 작가로 버티면서 일하는 이유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제작 현장이 되어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했다. 창작의 고독함과 고달픔이 고통을 수반해야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 제작의 시작점에 있는 작가들의 노동이 기본적인 보호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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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카메라에 담길 이야기를 만드는 드라마 작가 X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드라마 작가 X / 인터뷰어 : 김희라 기획차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코로나19의 암흑을 지나
X는 영화와 방송 분야를 오가며, 10년 정도 일 해왔다. 원래 영화 감독이 되는 것이 목표여서, 시나리오 작가 일을 하고 있었던 X는 코로나19로 영화 산업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같이 일을 하던 제작사들이 드라마로 넘어가고 하여서 드라마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운명 같다고 느꼈던 게... 제가 자주 다니던 카페에 영화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죠. 제가 가진 취미나 역량을 작품을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던 거예요. 글 쓰는 일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지 싶었죠.”
원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것도 아니다보니, 인맥도 별로 없다보니 맨 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시작한 일이지만, 일을 하면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고 X는 말한다. 어떻게든 자리잡아보려고 외국 가서 관련한 일을 하는 시도도 해보고, 생계를 위해서 중간에 광고 일이나 이것 저것 다른 일들도 해봤다. 그래서 이제 조금 자리잡아간다 싶었더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X는 지난 2년이 깜깜한 암흑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집필 계약의 사각지대
“이게 각본이라는 게 무슨 제품 같은 물질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기계처럼 시제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보니, 계약 관계가 중간에 틀어지면 돈을 전혀 못 받죠. 내가 각본 작업을 오롯이 했어도, 제작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끝인 거예요. 이런 일이 너무 많아요.”
드라마 작가가 집필 계약할 때 쓰는 표준계약서를 보면,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서 원고료를 받게 되어 있다. X는 계약 관계가 중간에 틀어지면 작가는 계약 당시에 받기로 한 돈을 전혀 못 받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제작사에서 계약 파기를 하면, 원칙적으로 제가 쓴 데까지는 못 쓰게 돼 있죠. 근데 한국에서 표절률이 얼마 나오는지 아세요? 그냥 솔직히 토씨 몇 개 바꾸고 사건 상황 앞뒤만 바꾸면, 표절로도 안 보고 저작권을 주장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려요.”
돈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파기된 원고에 대한 권리가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작가들이 받는 노동의 대가는 20년 전하고 똑같다. 집필을 완료하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보니 계약 총액은 많아보이더라도,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의 소득에 절반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계약하고서 몇 회까지 썼는데, 제작사에서 마음에 안 든다며 원고료를 안주면, 받아낼 방법이 거의 없다. 업계도 좁다보니 평판 관리에 대해 신경 쓰게 되고, 최근의 분위기는 40대가 되어서 입봉을 해도 빠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더 젊고 능력 있는 이들이 올라가기에 벅찬 상황이 반복되고,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공모전이나 집필 기회도 굉장히 많이 줄었다고 X는 말한다. 작품 제작에 대한 지원 정책도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니, 현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일은 점점 없어져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받아내지 못하는 원고료와 원고 하이재킹
원고를 집필하고 나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촬영하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 방향에 대한 피드백이 있다. 작업물에 대한 피드백은 작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필요한 일이다. X는 무조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만 반복하면서, 더 좋은 글을 쓸 기회와 시간을 주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함께 작품을 만드는 입장인데,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식으로만 나오는 것이다.
그러다가 개선이나 보완의 여지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통보로 돌아온다. 집필한 부분까지는 완성된 원고가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원고료를 주지 않는 것이 아예 관행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더욱 문제는 그렇게 중단된 원고를 조금만 수정해서 다른 작가 이름으로 나가는 것이다. 작가들의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율성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점도 있는데, 제작 구조에서 이해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문화나 풍토가 창작의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존중이 결여된 현장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남아 있던 도제 시스템의 영향인지, 인간 취급을 안 하고 갈아 넣는 존중이 결여된 현장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예술이 흔히 자유로움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자유로움과 무례함은 엄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방송도 옛날에는 방송사가 다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 외주 제작사나 예능국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시대잖아요. 어디 예능 작가나 예능 PD가 드라마 만들고 영화감독이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다 섞였어요. 그러면서 마치 돌려막기하듯이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거죠.”
X는 제작비 결정 구조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제작비가 오르고, 저예산 작품을 찍기 어려워져서 작품의 다양성도 줄어들었고, 광고를 많이 넣을 수 있거나 비싸게 팔 수 있을만한 작품만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창작 노동에 대해서 평가 절하되는 풍토도 심하다고 한다. 막상 해보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겠지만, 창작을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도 이 현장에서 성공할 수 있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10년 넘게 현장에 남아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요.”
X는 계속 작가로 버티면서 일하는 이유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제작 현장이 되어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했다. 창작의 고독함과 고달픔이 고통을 수반해야만 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 제작의 시작점에 있는 작가들의 노동이 기본적인 보호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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