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스물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촬영 현장에서 빛을 다루는 조명 감독 U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조명감독 U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빛을 다루게 된 우연한 계기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였어요. 보조출연을 해보려고 업체에 등록했는데, 카메라 보조로 현장에 보내더라고요. 학교 선배가 조명 일을 하고 있다보니 처음에는 그냥 돈이라도 벌자고 일을 했었죠.”
수능이 끝나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해서 벌써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U는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계속 했다고 말했다.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당시 조명감독도 또래들보다는 더 잘 대우해줬고, 그러다보니 군대를 다녀와서도 계속 조명 일을 했다고 한다.
“옛날하고 달라진 거라면, 장비가 많이 바뀌었죠. 장비를 가져오면 콘센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어디서 연결선을 끌어와야 하는지 생각하고, 전력 배분도 생각해야 했어요. 요즘은 장비가 많이 바뀌었고, 예전보다 역할도 세분화되어서 일이 수월해진 것이 있죠. 전기 관련해서도 발전차에서 담당해주시고요.”
현장에 있던 세월만큼 여러 가지 변화도 느끼는 U는 조명팀의 업무에 대해서 설명했다. 콘센트츨 찾고 조명이 켜지는 데에 필요한 장비 세팅을 신입(‘막내’) 스태프가 해주고, 현재 빛의 상태와 씬에 대한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조명 감독과 선임(1st) 스태프가 상의해서 어떤 분위기로 어떻게 빛을 조절하고 할 것인지 지시를 한다. 2nd, 3rd 스태프는 조명을 키고 끄고, 밝기를 조절하는 등의 일을 한다. 빛이라는 것이 촬영 결과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명 감독은 촬영 감독, 연출 감독과 프리 단계에서 회의를 하면서 참고 자료를 가져와서 논의하고, 사용할 장비를 정하고 이를 구현하는 등의 일을 미리 한다. 촬영장에서는 장비를 옮기는 것부터가 일의 시작이다. 컷이 바뀌면 또 다시 장비도 움직여야 한다.
단순해보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조명 일
조명 일을 처음 시작하면, 장비를 옮기고 배터리만 가는 일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분야에서 처음 시작하는 일이 그렇다. 방송 촬영 현장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곳에서는 이러한 업무가 설명을 해주면서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근데 일이라는 게, 이제 5년 한 사람이랑 처음 하는 사람이랑 지시를 받았을 때 알아듣는 것도 다르고, 장비 다루는 능숙함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제 생각에서는 자기 할 일은 다 하면서 불만이든 의견이든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비를 올리고, 켜고, 바꾸고 등 조명 일은 단순 노동처럼 보이기 쉬울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 혹은 1st 스태프 입장에서는 좀처럼 뜻대로 안 되는 정교한 업무라고 U는 말한다. 같은 조명을 같은 방식으로 써도, 그 때 그 때가 다르고, 똑같은 장소인데 느낌이 다르기도 한다.
실내 촬영과 야외 촬영도 기본적으로 장비의 양도 다르지만,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다고 한다. 촬영 일정표가 나오면 계산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장면을 잘 찍기 위해서 여기서 너무 장비를 많이 설치하려고 하면 시간이 안 될 수 있다거나, 야외에서도 반사판만 들고 찍을 때도 있지만, 자연 빛을 가리고 찍을 때도 있다. 빛을 가리는 천도 투과율 등에 따라 여러 가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U는 색보정에 대한 업무 비중도 제작 과정에서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생방송 드라마’가 많이 없어지고, OTT를 통해서 방송하는 것이 늘어나다보니 후반 작업의 비중이 커지고, 디지털화된 부분이 많아지면서 생긴 일이다. 조명과 관련이 있는 분야여서, 색보정 업무도 관심을 갖고 있다.
촬영 현장의 시간을 바라보는 여러 생각들
“현장에서 장비를 쓰더라도 세팅이 힘들어도 일할 때 편하게 하자고 생각해요. 장비가 두 번 움직일 것을 한 번으로 줄이려는 거죠. 촬영 전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길게는 2~3시간 걸리기도 하는데, 촬영을 마치고도 정리하는 시간이 몇 시간씩 걸리니까, 촬영시간 외적으로도 일을 해야 하죠.”
조명팀의 일은 촬영 전후의 추가 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명감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보상이나 관련 개선을 나서서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U는 말한다. 같이 일하는 다른 팀의 상황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분장팀, 의상팀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6시 집합이면 무조건 1시간 또는 2시간 일찍 와야 해요. 우리만 이야기하기에는 괴리감이 있죠. 준비시간과 정리시간까지 포함해서 52시간 안으로 맞춘다고 하면, 그거는 그거대로 또 어려운 것이 있으니까. 저는 팀 내에는 그냥 그런 부분 다 포함된 비용이라고 말하기는 해요. 다른 팀은 휴차 때 일하기도 하니까요. 일에 특수성이 있는데, 결국 급여 문제로만 갈 때가 많아요.”
팀의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또한 다른 팀과 조율해야 하는 부분도 많은 입장에서는 좀 더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U의 이야기이다. 특히 시간에 대해서는 방송 제작의 전체적인 구조와 관행 하에서 개별 현장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령 이 촬영 장소는 오늘 1시간만 더 찍으면 끝이고 안와도 되는데, 법적 제한을 초과하였다고 접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해요. 다음에 또 여기 세팅을 몇 시간을 해야 하고, 또 그때 똑같이 세팅을 하려고 해도 절대 그게 쉽지가 않아요.”
맡은 업무나 직급, 또는 상황에 따라서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고,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서로간의 고충이 이해되고 조정되어서 수렴되는 여유가 없고, 또 서로 양해를 구해가면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런 소통이 이루어질 여유가 없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결국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기준이 부족한 문제로 이야기는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제작사가 소통을 해서 이번에는 이렇게 할 거라는 매뉴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밤 늦게 끝나잖아요? 원래는 대중교통 타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조명팀은 정리하다보니 막차 시간을 넘겼을 때,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제작사도 있는데, 아닌 곳도 있죠.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제작사끼리도 규칙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죠.”
하루하루 노력한 결과들이 모여 세상에 나올 때
“조명 일은 현장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으로 입봉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고요. 또 작품이라는 게 한정되어 있으니까 가령 60살 넘어서까지 조명 감독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죠.”
어디에나 피라미드식으로 인력 구조가 있을 수밖에 없고, 감독 역할을 하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있음을 U는 이야기한다. 조명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묻자 U는 일이 재미있었다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이야기를 하였다.
“드라마 만드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찍고 뭐 하고 그냥 이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고 뒤에서 노력하고 이런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사실 칭찬을 들을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죠. 사람이 보통 모든 일에 100점을 맞기 위해서 노력하잖아요. 근데 현장에서 찍는 수많은 컷이 다 100점 맞을 수는 없어요. ‘그래도 80점은 맞자, 70점은 맞자, 또는 실수했으니까 만회하자.’ 저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찍고, 한 편을 찍고, 그렇게 해서 한 드라마가 끝나고, 이제 방송에 나오고 그랬을 때, 요즘은 그냥 그때 그냥 그때 기분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 노력들이 모여서 ‘이게 16부작짜리가 다 되었네’, ‘이게 세상에 나왔네’ 그런 마음이 들고 그래요. 같이 일한 팀원들과 고생했다고 하고 같이 술 먹으러 가고.”
어쩌면 세상의 모든 노동의 모습이다. 하루하루 성실한 노력이 쌓이고 모여서 세상에 나올 때, 그리고 그러한 기쁨을 함께 한 이들과 나누는 마음. 조명 일이 따로 대학 전공도 거의 없고, 조명 일은 생소한 편이고 마음먹고 시작하는 경우도 잘 없는데, 다행히 자신에게는 이 일이 맞았다며 신기했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의 색감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촬영 현장의 빛을 다루는 U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책임감과 더 좋은 영상을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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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촬영 현장에서 빛을 다루는 조명 감독 U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조명감독 U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빛을 다루게 된 우연한 계기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였어요. 보조출연을 해보려고 업체에 등록했는데, 카메라 보조로 현장에 보내더라고요. 학교 선배가 조명 일을 하고 있다보니 처음에는 그냥 돈이라도 벌자고 일을 했었죠.”
수능이 끝나고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해서 벌써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하고 있는 U는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계속 했다고 말했다.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데 당시 조명감독도 또래들보다는 더 잘 대우해줬고, 그러다보니 군대를 다녀와서도 계속 조명 일을 했다고 한다.
“옛날하고 달라진 거라면, 장비가 많이 바뀌었죠. 장비를 가져오면 콘센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어디서 연결선을 끌어와야 하는지 생각하고, 전력 배분도 생각해야 했어요. 요즘은 장비가 많이 바뀌었고, 예전보다 역할도 세분화되어서 일이 수월해진 것이 있죠. 전기 관련해서도 발전차에서 담당해주시고요.”
현장에 있던 세월만큼 여러 가지 변화도 느끼는 U는 조명팀의 업무에 대해서 설명했다. 콘센트츨 찾고 조명이 켜지는 데에 필요한 장비 세팅을 신입(‘막내’) 스태프가 해주고, 현재 빛의 상태와 씬에 대한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조명 감독과 선임(1st) 스태프가 상의해서 어떤 분위기로 어떻게 빛을 조절하고 할 것인지 지시를 한다. 2nd, 3rd 스태프는 조명을 키고 끄고, 밝기를 조절하는 등의 일을 한다. 빛이라는 것이 촬영 결과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명 감독은 촬영 감독, 연출 감독과 프리 단계에서 회의를 하면서 참고 자료를 가져와서 논의하고, 사용할 장비를 정하고 이를 구현하는 등의 일을 미리 한다. 촬영장에서는 장비를 옮기는 것부터가 일의 시작이다. 컷이 바뀌면 또 다시 장비도 움직여야 한다.
단순해보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조명 일
조명 일을 처음 시작하면, 장비를 옮기고 배터리만 가는 일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분야에서 처음 시작하는 일이 그렇다. 방송 촬영 현장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곳에서는 이러한 업무가 설명을 해주면서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근데 일이라는 게, 이제 5년 한 사람이랑 처음 하는 사람이랑 지시를 받았을 때 알아듣는 것도 다르고, 장비 다루는 능숙함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제 생각에서는 자기 할 일은 다 하면서 불만이든 의견이든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비를 올리고, 켜고, 바꾸고 등 조명 일은 단순 노동처럼 보이기 쉬울 수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 혹은 1st 스태프 입장에서는 좀처럼 뜻대로 안 되는 정교한 업무라고 U는 말한다. 같은 조명을 같은 방식으로 써도, 그 때 그 때가 다르고, 똑같은 장소인데 느낌이 다르기도 한다.
실내 촬영과 야외 촬영도 기본적으로 장비의 양도 다르지만, 분위기에 따라서 다르다고 한다. 촬영 일정표가 나오면 계산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장면을 잘 찍기 위해서 여기서 너무 장비를 많이 설치하려고 하면 시간이 안 될 수 있다거나, 야외에서도 반사판만 들고 찍을 때도 있지만, 자연 빛을 가리고 찍을 때도 있다. 빛을 가리는 천도 투과율 등에 따라 여러 가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U는 색보정에 대한 업무 비중도 제작 과정에서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생방송 드라마’가 많이 없어지고, OTT를 통해서 방송하는 것이 늘어나다보니 후반 작업의 비중이 커지고, 디지털화된 부분이 많아지면서 생긴 일이다. 조명과 관련이 있는 분야여서, 색보정 업무도 관심을 갖고 있다.
촬영 현장의 시간을 바라보는 여러 생각들
“현장에서 장비를 쓰더라도 세팅이 힘들어도 일할 때 편하게 하자고 생각해요. 장비가 두 번 움직일 것을 한 번으로 줄이려는 거죠. 촬영 전에는 준비하는 시간이 길게는 2~3시간 걸리기도 하는데, 촬영을 마치고도 정리하는 시간이 몇 시간씩 걸리니까, 촬영시간 외적으로도 일을 해야 하죠.”
조명팀의 일은 촬영 전후의 추가 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명감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보상이나 관련 개선을 나서서 요구하기가 어렵다고 U는 말한다. 같이 일하는 다른 팀의 상황도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분장팀, 의상팀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6시 집합이면 무조건 1시간 또는 2시간 일찍 와야 해요. 우리만 이야기하기에는 괴리감이 있죠. 준비시간과 정리시간까지 포함해서 52시간 안으로 맞춘다고 하면, 그거는 그거대로 또 어려운 것이 있으니까. 저는 팀 내에는 그냥 그런 부분 다 포함된 비용이라고 말하기는 해요. 다른 팀은 휴차 때 일하기도 하니까요. 일에 특수성이 있는데, 결국 급여 문제로만 갈 때가 많아요.”
팀의 업무 전반을 책임지고, 또한 다른 팀과 조율해야 하는 부분도 많은 입장에서는 좀 더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는 U의 이야기이다. 특히 시간에 대해서는 방송 제작의 전체적인 구조와 관행 하에서 개별 현장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령 이 촬영 장소는 오늘 1시간만 더 찍으면 끝이고 안와도 되는데, 법적 제한을 초과하였다고 접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이해가 잘 안되기는 해요. 다음에 또 여기 세팅을 몇 시간을 해야 하고, 또 그때 똑같이 세팅을 하려고 해도 절대 그게 쉽지가 않아요.”
맡은 업무나 직급, 또는 상황에 따라서 의견은 다를 수밖에 없고, 불만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서로간의 고충이 이해되고 조정되어서 수렴되는 여유가 없고, 또 서로 양해를 구해가면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런 소통이 이루어질 여유가 없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결국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기준이 부족한 문제로 이야기는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제작사가 소통을 해서 이번에는 이렇게 할 거라는 매뉴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밤 늦게 끝나잖아요? 원래는 대중교통 타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조명팀은 정리하다보니 막차 시간을 넘겼을 때,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제작사도 있는데, 아닌 곳도 있죠.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데, 제작사끼리도 규칙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죠.”
하루하루 노력한 결과들이 모여 세상에 나올 때
“조명 일은 현장마다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으로 입봉하는 데까지 오래 걸리고요. 또 작품이라는 게 한정되어 있으니까 가령 60살 넘어서까지 조명 감독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죠.”
어디에나 피라미드식으로 인력 구조가 있을 수밖에 없고, 감독 역할을 하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있음을 U는 이야기한다. 조명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에 대해 묻자 U는 일이 재미있었다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이야기를 하였다.
“드라마 만드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찍고 뭐 하고 그냥 이 사람들이 영상을 만들고 뒤에서 노력하고 이런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사실 칭찬을 들을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죠. 사람이 보통 모든 일에 100점을 맞기 위해서 노력하잖아요. 근데 현장에서 찍는 수많은 컷이 다 100점 맞을 수는 없어요. ‘그래도 80점은 맞자, 70점은 맞자, 또는 실수했으니까 만회하자.’ 저는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찍고, 한 편을 찍고, 그렇게 해서 한 드라마가 끝나고, 이제 방송에 나오고 그랬을 때, 요즘은 그냥 그때 그냥 그때 기분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 노력들이 모여서 ‘이게 16부작짜리가 다 되었네’, ‘이게 세상에 나왔네’ 그런 마음이 들고 그래요. 같이 일한 팀원들과 고생했다고 하고 같이 술 먹으러 가고.”
어쩌면 세상의 모든 노동의 모습이다. 하루하루 성실한 노력이 쌓이고 모여서 세상에 나올 때, 그리고 그러한 기쁨을 함께 한 이들과 나누는 마음. 조명 일이 따로 대학 전공도 거의 없고, 조명 일은 생소한 편이고 마음먹고 시작하는 경우도 잘 없는데, 다행히 자신에게는 이 일이 맞았다며 신기했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의 색감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촬영 현장의 빛을 다루는 U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책임감과 더 좋은 영상을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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