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 _ 지역방송 작가 T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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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스물 한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지역 방송사에서 일하는 방송작가 T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방송작가 T / 인터뷰어 : 송하민 사무차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지역에도 방송이 있다.

방송 속에는 서울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수도권 밖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이슈는 서울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도 방송의 역할이 있고, 방송사가 있다. T는 지역 방송사에서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코너 제작을 함께 하는 작가이다. 어느덧 20년 차가 되는 숙련된 방송작가로, 그는 살고 있는 지역의 축제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업무를 해낸다. 섭외, 영상 구성안, 소품 제작, 촬영 보조, 내레이션 대본, 자막, 영상편집 등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한다. 자잘하지만 티가 많이 나지는 않고, 또 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이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이 너무나도 익숙해져가는 요즘, 비수도권 지역 방송사에서 일할 수 있는 작가도 많지가 않다.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적은 현실에서 방송사들이 그나마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기도 한다고 느낀다.

“회사가 프리랜서인 작가들을 기계들처럼 쓰고 버린다기보다는 지역 방송사는 규모도 작고 인력도 별로 없어서, 사람 많은 서울처럼 인력을 갈아 넣어 가며 돌릴 수 없어요. 지역방송인 만큼 지역 소식을 잘 아는 사람을 고용해야 하지만 그게 가능한 젊은 사람이 별로 없죠. 그래서 그나마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고, 간간히 떨어진 의욕을 불어넣으려고 상품권을 준다거나 하는 성의를 보여줘요. 그 점에서 가족(정규직)이 아닌데 가족(정규직) 같은 착각을 일으키면서 일하게 만드는 거죠.”

지역 방송사 입장에서는 방송작가는 방송제작에 꼭 필요한 인력이지만, ‘을’의 처지에 놓인 것은 똑같다.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비정규직이고, 임금에 해당하는 원고료 기준도 낮은 상태로 머물러있다.

“고용불안정이 너무 큰 직장이죠. 제가 항상 을이니까 너무 낮은 단가에도 불만 없이 일해야 해요. 한 번은 제 연차에 비해 너무 낮은 가격이라 항의했더니 정규직 PD가 ‘요즘 배가 불렀다’는 식으로 섬뜩하게 하는 말을 할 때도 있죠. 비슷하게는 ‘여기서 네가 일을 안 하면 어디 가서 일하겠냐’고도 하죠.”

지역의 방송사는 많지도 않고 규모도 크지 않으니, 좁은 바닥에서 평판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지역에서는 일을 진짜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공포감이 있는 것이다. 헐값으로 임금을 받게 되어도 그냥 얌전히 일하게 되는 이유이다.

“보통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숙련자는 그 자체로도 인정받는데 저희 지역방송 작가들에 한해서는 적용받지 못해요. ‘어디 작가 따위가’ 같은 사고방식이죠. 사소한 일상에서 그런게 드러나요. 가장 연차가 낮은 PD가 있으면, 그 PD보다 후배 PD인 것처럼 취급돼요. 새로운 정규직 직원이 오게 되어도 정규직 먼저 소개하고 한참 있다가 간단하게 소개해주고 말죠. 때로는 ‘네가 여기서 오래 일했다고 우리 식구인지 알아?’라며 화풀이 할 곳이 되기도 합니다.”

 

임시적 미래와 항시적 불안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임시적 고용으로 여겨지는 방송작가들에게는 정년은커녕 10년 후에도 무엇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욱 작가들을 속상하게 하는 것은 함께 일하는 정규직 동료들의 인식이다. 몇 년을 일을 해도 일하면서 쌓아 온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같이 고용의 안정성을 걱정해주는 동료는 거의 없고, 임시적인 직업이니 얼른 미래를 위해 직업을 바꿔야할 거라는 식으로 쉽게 말하기도 한다.

“저희 작가들끼리도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저보다 5살 많은 선배 작가랑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 선배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 거 같은지 물어보니 짧게 보면 5년이라 보고 계시더라고요. 정규직들이 작가들에게 ‘빨리 늦기 전에 OOO이라도 얼른 지원해’ 이런 이야기를 한단 말 이예요. 저희들도 방송을 만드는 일원이지만 저희들의 미디어 세상 속에서의 고용안정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정규직은 없어요. 방송미디어가 아닌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생각 기저에는 ‘너희는 언제까지 이런 임시직으로 일하고 살거야?’라는 생각이 깔린 상태에서 하는 말이죠.”

지역의 방송사를 점점 없애는 추세도 작가들의 불안을 심화시킨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방송사를 모아서 합치고, 프로그램 개수는 줄이는 것이다. 이런 경우 방송사의 정규직들도 고용 불안이 있을 수 있지만, 무늬만 프리랜서로 고용되어 있는 방송작가가 가장 손쉽게 정리되는 인력이 되는 것이다. 지역 소멸은 모두가 심각하게 말하는 문제이지만, 정작 지역의 시선에서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 역할을 할 지역 방송사의 역량은 끊임없이 축소되고 있다.

“타 사 작가들 이야기만 들어도 방송사 여러 곳을 하나로 통합하고 프로그램은 하나만 만들어서 수많은 작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하거든요. 저도 그런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일단 지역 방송사 자체가 사장되어가는 분위기라 지역 미디어 환경에 따라 일자리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해요. 짧으면 2~3년 안에 이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다고 싶기도 하고요.”

 

온갖 고용 형태 속에서 층층이로

“너무 많은 프리랜서를 쓰고 있고 기형적인 채용 형태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날이 갈수록 노동계급에서도 층이 나누어지지만 가장 아래에 있는 프리랜서들 사이에서도 층이 나누어지며 온갖 고용 형태가 나타나다 보니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사람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가 아니라 저 사람과 비슷하게 벌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의 고용이 남발되고, 함께 일하는 이들이 층층이로 나눠지는 현실에서 T는 소속감을 갖고 동등한 인격체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방송사가 모두가 함께 동등한 동료로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하나씩 바꿔가는 내일을 꿈꿔본다.

“채용도 복지도 좀 공평하게 하고, 동등한 환경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동등하고 억울하지 않게 같이 소속감을 가지고 일하고 싶고 고용형태가 보편적이게 되는 것이 제가 바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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