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제작현실 속에 방송스태프들 _ 촬영 스태프 S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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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스무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요즘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은 드라마 산업의 현장을 겪고 있는 촬영 스태프 S님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촬영 스태프 S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촬영장의 매력

“원래는 대학에서 연출 관련된 전공을 했는데, 어느 날 촬영 현장에 나갔다가 이름도 모르는 스태프 분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예요. 이름도 모르는 장비들을 혼자서 체크하고 정리하고 카메라 짊어지고 어깨에 메고 가는 모습이 멋있었죠.”

S는 10년 가까이 촬영 스태프를 해왔지만 첫 시작은 우연했다. 처음에는 광고 분야에서 견습으로 일을 경험하면서 시작을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광고는 한 컷 한 컷을 몇 시간에 걸쳐서 찍는다고 한다. 드라마로 치면 한 두 시간으로 끝날 분량이지만 광고는 제품 촬영이므로 많이 찍게 된다. 테이크(촬영 스위치를 한 번 작동해서 촬영한 화면)도 많이 나오게 되고 하염없이 서있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촬영을 고정적으로 나간 것은 반년 가까이 되어간다. 중간에 몇몇 작품이 제안이 들어왔지만, 제작이 중간에 중단되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 촬영팀 2nd 역할을 많이 했고 1st 역할도 해보았지만, 지금은 일이 없다보니 막내라고 하고 싶다는 심정이라고 S는 말한다. 이렇게 기약 없이 쉬어본 것은 처음인데, 그 전에는 길게 쉬어도 서너 달 쉬고 다음 촬영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주변에는 다른 분야로 전향한 동료들도 많다. 웨딩 영상 촬영을 하는 업체에 들어가기도 하고, 아예 관련 없는 분야로 넘어가기도 한다. 광고 분야와 같이 더욱 단기로 일하는 촬영장에 나가거나, 촬영장에서 갑작스러운 펑크에 대타로 나가는 식으로 일한다. 간혹 촬영장에 카메라가 3대 있는 경우, C캠(3번째 카메라)을 운용할 조수가 있어야 하니까 연락이 와서 일하러 가기도 한다. 예능이나 단편 영화 촬영을 나가기도 하는데, 드라마에 비해서는 처우가 좋지는 않지만, 현장 분위기가 다르고 하다 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함께 ‘으쌰으쌰’하는 현장이 더욱 많았으면

“옛날에는 방송 3사 제작 드라마로 작품이 한정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종편이나 OTT까지 많이 생기다보니, 영화 쪽에서도, 광고 쪽에서도 제작 인력이 넘어와서 많이 섞이다 보니깐 용어도 많이 섞였어요. 일을 모르는 사람이랑 하게 되면, 어느 쪽 시스템을 따르는지를 물어보게 되죠.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S는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 차이를 노동시간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는 주간 촬영과 야간 촬영을 나눠서 하고 휴식시간 포함해서 12시간 정도까지만 한다. 드라마에서는 15시간을 꽉꽉 채워서 하고, 식사도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동시간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촬영이 밤늦게 끝났어도 잠만 조금 자고 다음날 촬영을 아침까지 나가는 경우가 많다. 월급의 지급 방식도 영화는 주로는 월급제였고, 드라마는 일급제이다. S는 과거에는 드라마도 월급제가 많았다고 말한다. 드라마 쪽에 익숙해지다 보니, 영화쪽 시스템을 따르는 현장에서 일할 때면, 촬영이 금방 끝났나 싶은 때도 있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S는 광고든, 드라마든, 영화든 결국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든 현장이라도 다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하면 할 만한데, 권위적이거나 심하면 폭력적인 사람이 선임으로 있는 경우도 제법 있다. 처음에 광고 쪽에서 일할 때는 뒤통수를 때리거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었다. 정말 못된 분을 많이 만났는데, 그동안 우격다짐으로 버티고 견뎠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S는 나는 저런 촬영감독이 되지는 않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아직도 현장에서 권위적인 분들이 많다. 도제식으로 굴러가는 현장의 습성 때문에, 조금만 기다리면 1st로 올려주겠다는 희망고문을 수 년 동안 겪는 것도 보았다고 한다.

“아직도 권위적인 분들이 엄청 많아요. 요새는 대본 첫 페이지에 현장에서 지켜야하는 수칙들에 욕설이나 성폭력 관련된 것들이 써있는데, 여전히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아직도 개XX 소XX하는 분들이 많아요. 일이 없어서 떠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분위기를 못 견디겠다고 떠나는 친구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어도 폭언이나 욕설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S의 주변에도 한 달 정도 해외촬영 일을 다녀왔는데 현장 분위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했던 동료가 있었다고 한다. 해외여서 폭언과 욕설을 들어도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고, 나가있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보니, 일이 생겼을 때는 팀 구성을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함께 연대하는 경험

요새는 드라마 전반이 침체되면서, 마치 ‘유령프로덕션’ 같은 곳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급여를 주지 않고 ‘마음대로 해봐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나오는 경우들이 있다. 두 달 넘게 임금을 못 받는다거나, 작년에 끝난 것을 봄이 되어도 받지 못하기도 했다. 폐업처리도 되어있지 않아서 실업급여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경우도 보았다.

광고 분야에서는 그런 일들이 더 흔했다고 한다. 기껏 촬영해놓고 방송하지 않고 회사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광고 쪽의 지인들에게 들어보면 요새 광고 쪽도 일이 많이 없고, 폐업 처리된 업체도 엄청 많다고 한다. 못 받은 임금은 소송을 걸어도 해를 넘기기 마련이다. S의 지인이 임금 체불을 당한 경우도 광고나 다른 분야를 하던 업체가 처음으로 드라마 제작을 시도했던 경우였다고 한다. 아마 제작 방식에 대한 차이를 넘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방송 산업의 불황으로 드라마가 방영될 곳을 못 찾은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S가 임금체불을 당했는데, 적당히 타협하여 해결했다고 이야기하였다. 각 팀의 감독급, 1st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서, 조금씩 양보를 하고 모두가 받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감독이나 1st들은 더 많은 금액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 막내급을 포함하여 모두가 받아낼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였고, 또 그렇게 빨리 끝내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함께 일한 이들 중에서 더 불리한 처우에 놓인 이들의 몫을 먼저 고민하는 것. 그리고 모두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찾은 것. 연대라는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록 업계의 상황은 악화되었지만, 함께 연대하고 이겨낼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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