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의 바로 뒤에서 _ 오디션프로그램 스타일리스트 Q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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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방송미디어콘텐츠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열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Q님입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 뒤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스타일리스트 Q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무대 준비

채널을 돌리다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돌부터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오디션 경연에 나선다. 적어도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에 이르는 경연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그 곁에는 역시 수많은 스태프들이 존재한다. Q는 그런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팀원이다. 보통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경험하는데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른 팀원들과 함께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인 업무는 비슷하다. 아티스트 소속 기획사와 의상 컨셉 관련해서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 PD나 작가와 소통을 한다. 프로그램 녹화 중간 중간에 의상 구입과 세탁 등에 대한 비용을 계산해서 정산 받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처음에는 출연자가 매우 많을 수밖에 없다. Q가 일하는 팀에서도 처음에는 임시로 일할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총 5명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투입되었고 지금은 3명이다. 의상을 준비하는 업무는 3명이서 하지만, 현장에 나갈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어제도 의상이 실린 탑차에 헹거 10개, 캐리어 8개를 셋이서 날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촬영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이번 촬영에서 출연자가 20명이면 공연 직후에 따로 인터뷰 촬영을 또 하면, 의상을 입은 채로 인터뷰를 하고, 그걸 20명이 팀별로 반복하니까, 공연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옷을 반납 받고 정리한다. 매주 촬영하면 그걸 밤새서 찍으니 사실상 이틀이 걸리는 셈인데, 이것도 덜 힘든 편이라고 한다.

경쟁이라는 특성은 의상 준비에서도 더 잘 준비해달라는 요청도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출연 팀마다 담당 작가가 있어서 함께 경쟁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곤란한 점은 받을 수 있는 의상비 예산이 정해져 있는데, 제작해야만 하는 시안을 요청할 때가 있다고 한다. 또 촬영 전날에 의상 변경이나 추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촬영장에 가기 전에 사전 작업을 할 때도, 담당 아티스트만 책임질 때는 그 아티스트에게 맞는 체형 등을 고려해서 의상을 준비할 수 있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많으니 같은 옷도 사이즈에 따라 다르게 준비해야 하고, 또 경쟁이니까 서로 콘셉트가 다른 의상을 준비하다보니, 준비할 의상의 양이 확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정식 데뷔 전이니 대행사로부터 협찬을 받기는 어려우니 대체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주문도 하지만 직접 의상을 구하러 간다.

 

아이돌의 화려한 무대 뒤에서

Q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돌 가수의 현란한 무대를 보면서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의상 관련해서도 패션 브랜드에도 관심이 많아서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는 것을 오래 전부터 생각했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도 관련 전공으로 하게 되었다. 관련 전공을 한 경우가 그래도 옷에 대하여 이해하는 정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다만 경력이 쌓이고 나면 크게는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은 6년 전에 70만원 받고 일을 시작했다. 일하고 받는 돈이 너무 비교되니깐 허탈감도 많이 느꼈다. 주말에도 일하다보니 친구들 만날 시간도 없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데도 돈도 여의치 않으니 안 나가게 되고, 그래도 당시에 일한 팀은 경력이 쌓이면 임금을 잘 올려줬고,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고 한다. 아이돌 가수들을 밖에서 볼 때보다 안에서 볼 때의 차이를 묻자, 아이돌은 너무 바쁘고 일정도 터무니없이 많고 하였다. 당연히 이를 담당하는 스태프들의 일정도 그렇게 된다. 어떤 일은 전날에 주먹구구로 겨우 결정되기도 하고, 촉박한 시간에 준비해야할 것은 너무 많고, 그에 대한 대가는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다.

가수를 담당하지 않으면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배우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드라마 현장에서 일을 많이 하긴 하지만, 쉬는 날도 있다. 정해진 촬영 날짜가 있고 쉬는 날이 있으니 시간 자체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는 편이다. 가수는 보통 팀을 맡는 경우가 많으니 짧은 시간에 동시에 여러 명을 작업해야 한다. 음악방송을 나가면 매일 나가야 하고, 4주 활동을 하면 20~24번 정도의 공연 의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음악방송의 경우에서는 미리 어떤 의상을 입힐지는 두세 달 전부터 준비해서 전달하고, 또 무대 배경 영상을 따로 준비하기도 하니까 그런 것과도 맞춰보기도 해야 한다. 만일 신인이더라도 팬싸인회부터 예능프로그램까지 가능하면 여러 곳에 나가니까 빡빡한 것은 비슷하다. 음악방송 사전녹화도 신인이면 더 일찍 움직여야 한다. 녹화가 새벽 5시니까 미리 새벽 2시부터 의상 준비해서 미용실에 가서 같이 준비하고, 그런 식으로 두 달을 매주 심하게는 4~5번 반복한다. 리허설과 사전녹화, 생방이 각각 진행되다보니 시간이 중간에 뜨기도 하는데, 의상에 문제가 생긴 것을 조치하기도 하고, 다른 곳의 옷을 준비하러 가기도 한다. 때로는 대기실이나 피팅룸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때는 이렇게 눈코 틀 새 없이 일하는 것이 좀 줄어서 오히려 좋기도 했다. 해외 스케쥴도 취소되고, 음악 방송도 개별로 사전 녹화하고 1위 발표까지 대기하지 않아서 일찍 퇴근할 수 있었고, 출근길 의상 코디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돌 담당을 하여도 활동이 끝나고 나서도 예능 등의 고정 스케쥴이 있으면 그걸 하면서 다른 팀에도 투입되기도 한다.

바빠도 이 일을 하면서 그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것이 좋다고 Q는 말한다. 내가 만든 의상이 계속 남아서 아티스트의 활동을 구성하는 장면으로 남는 것이다. 드라마를 찍으면 그 드라마가 세상에 남고, 그 안에서 의상이 영상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SNS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보고, 내가 스타일링한 아티스트의 의상에 대한 좋은 평가를 보게 되거나, 드라마를 보고 주변에서 친구들이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좋은 실장이 될 수 있을까

“저도 나중에 실장이 되고 싶어서 이 일하는 거지만, 실장이 되었을 때 4대보험 이런걸 잘 모르자나요. 아까워하면 안 되는데 퇴직금 같은 것도 챙겨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그럴까봐 무섭기도 해요. 잘 모르기도 하고, 이런걸 알아야 하는데, 일하는 만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스타일리스트 팀원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Q도 언젠가는 실장을 달고 독립하는 것을 꿈꾼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독립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비슷하게 묶이는 헤어나 메이크업 쪽도 각각의 고충은 있겠지만,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필요한 물품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상은 보관을 해야 하니까 사무실이 무조건 필요하고 거기에 따라서 팀원이 있어야만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일을 받아와야만 유지가 되고, 또 그런 게 부담이 되니깐 요즘에는 책임지기가 부담스러워서 30살 넘게 일을 해도 팀장을 남아서 같이 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한다.

실장 개인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일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어느 회사와 일하느냐에 따라 업무에 들어가는 택시비나 퀵 운송비, 세탁비, 수선비부터 해외 일정에서의 숙소나 식대까지, 비용에 대한 부담 방식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로 어떻게든 굴러갔던 업계가 이제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적정한 수준의 처우를 보장하면서 나름의 규칙과 관행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기회가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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