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영상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 현장에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그런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갑니다. 여러 직군에 있는 종사자들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 꿈과 보람, 함께 바꾸고자 하는 가능성까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한빛이 만난 사람들> 열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촬영 스태프로 일한 O님입니다. 드라마 산업 빙하기의 한복판에 있는 스태프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촬영스태프 O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드라마 불황의 풍경
“7년 전에 드라마를 같이 했던 동료들을 만났어요. 동료들이 하는 말이 재작년에 드라마 촬영이 200편 정도였고, 작년에는 80편, 올해는 촬영 예정이 50편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앞으로는 어떨 것 같은지 물어보니, 2025년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최근 오랜만에 만난 다른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O는 그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10명 중 9명꼴로 영화나 드라마 현장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O도 오랜만에 만난 동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최근에 유명 유튜브 채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는 드라마 쪽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차원에서 해보고 있다고 하였다. 일주일에 2편 씩 올라오는 짧은 콘텐츠인데 생각보다 재밌다며, 만일 도움이 안 된다고 느껴지면 다시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한다.
카메라 하나에 다섯 명이 매달리는 이유
유튜브와 드라마의 촬영장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이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촬영팀이 돌아가는 방식을 설명해주었다. 우선 현장에서 카메라가 한 대일 때와 여러 대를 쓸 때는 차이가 있다. 카메라 하나로 촬영을 하면 그 영상 프레임 안에서 조명을 세팅하고 연출하기 수월해진다. 그 프레임 안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배우를 바스트샷, 풀샷 등 여러 범위로 다시 찍어야 하므로, 같은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하며 촬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카메라가 여러 대가 되었는데, 여러 범위로 동시에 찍으므로 한 번에 끝낼 수가 있게 되었다. 대신에 여러 가지 프레임을 쓰는 것이니 품이 든다. 마이크를 카메라에 안보이게 숨기는 일이나, 조명을 설치하는 일 등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카메라 하나로 찍는 것이 작품성을 올리는 데에는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가령 눈물 연기는 여러 번 반복해서 요구할 수는 없으니 여러 대로 촬영을 한다. 단순하고 평범한 대사를 촬영하거나 좁은 공간 안에서의 촬영이라면 카메라 하나로 깔끔한 조명과 마이크를 사용한다. 카메라 하나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5명의 스태프가 붙는다. 촬영감독과 1st가 초점을 맞추는 포커스 풀러 역할을 하고, 2nd는 장비렌즈를 관리하며, 2nd를 보조하는 스태프로 3rd, 배터리 충전과 모니터 관리를 하는 막내 스태프가 붙는다.
유튜브에서 찍는 영상은 소비 주기가 짧다. 바이럴이 돌거나, 알고리즘을 따라 회자가 되면 한 달 남짓 소비되고 잊히기도 한다. O는 짧게 소비되는 영상이어도 공을 들여서 찍고 싶고, 지금 일하는 팀도 그런 것을 지향하고 있다. 완전 드라마 수준은 아니어도 퀄리티를 높이려고 하다보니, 3분짜리를 촬영하더라도 짧으면 6시간에서 길면 10~12시간을 촬영한다고 말한다.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세계
유튜브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고충은 대본이 하루 전 또는 촬영 시작을 네다섯 시간 앞두고 나온다는 점이라고 한다. O는 촬영 과정에서는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배우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그림 콘티를 짜고 공유한다고 한다. 보다 효율적인 촬영으로 모두의 노동시간을 아껴주는 것이고, 자신의 창작에 대한 욕심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서는 여러 역할을 겸해서 하게 되다보니 그렇게는 잘 안된다고 느낀다고 한다.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인 채널이라고 하면 콘텐츠 제작에는 15~20명이 투입되기도 하는데, 아주 간단한 촬영은 3명이서 진행하기도 한다. 지금 하는 채널은 게스트가 많이 출연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시간적 압박을 느낀다. 촬영은 빛이 중요하니까 일몰시간도 고려해야 하는데, 게스트 출연자가 뒤에 일정을 잡아놓는 경우는 난감해질 때도 있다. 많을 때는 하루 10명 가까이 나오기도 하는데, 서로 품앗이 개념으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참여하는 채널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 회사 대표부터 작가, 감독, 섭외팀까지의 역할을 다양하게 겹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시나리오 양식도 다르다고 한다. 길이가 짧다보니 드라마보다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촬영장 분위기도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이 많은 만큼, 촬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위계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소규모로 진행하다보니 출연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좀 더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촬영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경우도 확실히 덜하다고 한다. 촬영 내용에 따라서 잦은 이동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점심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라고 하면, 촬영을 밥 먹고 진행하자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이다.
유튜브 채널의 수익구조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 하는 채널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노동조건에 대해 어느 정도 양해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촬영에는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3kg 짜리 가벼운 카메라를 주로 쓴다. 지금 쓰는 카메라는 그보다는 무겁지만 혼자서 운용할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장비가 가벼워진 만큼 투입되는 인원은 줄어든다.
유튜브는 운에 많이 좌우되다보니까, 밤새가면서 작품을 만들어도 조회 수가 잘 안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밤 새가면서 멋있게 찍고 잘 편집하고 열심히 만든 그런 영상보다 3명이 한 두시간만에 만들어서 올린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가 나오기도 한다. 영상을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으로 퍼가는 사람들 덕분일 수도 있고, 인기급상승 동영상에 포함되면 노출이 높아지면서 조회수가 올라간다.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다른 영상과 비교된다는 점에서 시청률 경쟁보다도 훨씬 잔인하다.
어떤 성취들은 계속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다. 드라마 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비록 유튜브 속의 노동이 계속 쪼개지고, 모든 것을 구글 만이 아는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구조가 문제가 분명 있지만, 유튜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라는 순기능이 보다 잘 작동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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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빛이 만난 사람들》 만난 분은 촬영 스태프로 일한 O님입니다. 드라마 산업 빙하기의 한복판에 있는 스태프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함께 한 사람들
인터뷰이 : 촬영스태프 O / 인터뷰어 : 김영민 센터장
내용각색 : 김영민 센터장
드라마 불황의 풍경
“7년 전에 드라마를 같이 했던 동료들을 만났어요. 동료들이 하는 말이 재작년에 드라마 촬영이 200편 정도였고, 작년에는 80편, 올해는 촬영 예정이 50편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앞으로는 어떨 것 같은지 물어보니, 2025년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최근 오랜만에 만난 다른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O는 그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10명 중 9명꼴로 영화나 드라마 현장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O도 오랜만에 만난 동료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최근에 유명 유튜브 채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는 드라마 쪽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차원에서 해보고 있다고 하였다. 일주일에 2편 씩 올라오는 짧은 콘텐츠인데 생각보다 재밌다며, 만일 도움이 안 된다고 느껴지면 다시 영화나 드라마 쪽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한다.
카메라 하나에 다섯 명이 매달리는 이유
유튜브와 드라마의 촬영장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 이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촬영팀이 돌아가는 방식을 설명해주었다. 우선 현장에서 카메라가 한 대일 때와 여러 대를 쓸 때는 차이가 있다. 카메라 하나로 촬영을 하면 그 영상 프레임 안에서 조명을 세팅하고 연출하기 수월해진다. 그 프레임 안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신에 배우를 바스트샷, 풀샷 등 여러 범위로 다시 찍어야 하므로, 같은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하며 촬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카메라가 여러 대가 되었는데, 여러 범위로 동시에 찍으므로 한 번에 끝낼 수가 있게 되었다. 대신에 여러 가지 프레임을 쓰는 것이니 품이 든다. 마이크를 카메라에 안보이게 숨기는 일이나, 조명을 설치하는 일 등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카메라 하나로 찍는 것이 작품성을 올리는 데에는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가령 눈물 연기는 여러 번 반복해서 요구할 수는 없으니 여러 대로 촬영을 한다. 단순하고 평범한 대사를 촬영하거나 좁은 공간 안에서의 촬영이라면 카메라 하나로 깔끔한 조명과 마이크를 사용한다. 카메라 하나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5명의 스태프가 붙는다. 촬영감독과 1st가 초점을 맞추는 포커스 풀러 역할을 하고, 2nd는 장비렌즈를 관리하며, 2nd를 보조하는 스태프로 3rd, 배터리 충전과 모니터 관리를 하는 막내 스태프가 붙는다.
유튜브에서 찍는 영상은 소비 주기가 짧다. 바이럴이 돌거나, 알고리즘을 따라 회자가 되면 한 달 남짓 소비되고 잊히기도 한다. O는 짧게 소비되는 영상이어도 공을 들여서 찍고 싶고, 지금 일하는 팀도 그런 것을 지향하고 있다. 완전 드라마 수준은 아니어도 퀄리티를 높이려고 하다보니, 3분짜리를 촬영하더라도 짧으면 6시간에서 길면 10~12시간을 촬영한다고 말한다.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세계
유튜브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고충은 대본이 하루 전 또는 촬영 시작을 네다섯 시간 앞두고 나온다는 점이라고 한다. O는 촬영 과정에서는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배우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위에서 그림 콘티를 짜고 공유한다고 한다. 보다 효율적인 촬영으로 모두의 노동시간을 아껴주는 것이고, 자신의 창작에 대한 욕심을 채우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서는 여러 역할을 겸해서 하게 되다보니 그렇게는 잘 안된다고 느낀다고 한다.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인 채널이라고 하면 콘텐츠 제작에는 15~20명이 투입되기도 하는데, 아주 간단한 촬영은 3명이서 진행하기도 한다. 지금 하는 채널은 게스트가 많이 출연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시간적 압박을 느낀다. 촬영은 빛이 중요하니까 일몰시간도 고려해야 하는데, 게스트 출연자가 뒤에 일정을 잡아놓는 경우는 난감해질 때도 있다. 많을 때는 하루 10명 가까이 나오기도 하는데, 서로 품앗이 개념으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참여하는 채널의 경우, 소수의 인원이 회사 대표부터 작가, 감독, 섭외팀까지의 역할을 다양하게 겹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시나리오 양식도 다르다고 한다. 길이가 짧다보니 드라마보다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촬영장 분위기도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이 많은 만큼, 촬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위계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소규모로 진행하다보니 출연자를 포함하여 모두가 좀 더 친밀감을 느끼기도 한다. 촬영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경우도 확실히 덜하다고 한다. 촬영 내용에 따라서 잦은 이동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점심시간이 늦어지는 경우라고 하면, 촬영을 밥 먹고 진행하자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이다.
유튜브 채널의 수익구조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 하는 채널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노동조건에 대해 어느 정도 양해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촬영에는 아이폰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대부분은 3kg 짜리 가벼운 카메라를 주로 쓴다. 지금 쓰는 카메라는 그보다는 무겁지만 혼자서 운용할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장비가 가벼워진 만큼 투입되는 인원은 줄어든다.
유튜브는 운에 많이 좌우되다보니까, 밤새가면서 작품을 만들어도 조회 수가 잘 안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밤 새가면서 멋있게 찍고 잘 편집하고 열심히 만든 그런 영상보다 3명이 한 두시간만에 만들어서 올린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가 나오기도 한다. 영상을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으로 퍼가는 사람들 덕분일 수도 있고, 인기급상승 동영상에 포함되면 노출이 높아지면서 조회수가 올라간다.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다른 영상과 비교된다는 점에서 시청률 경쟁보다도 훨씬 잔인하다.
어떤 성취들은 계속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다. 드라마 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비록 유튜브 속의 노동이 계속 쪼개지고, 모든 것을 구글 만이 아는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구조가 문제가 분명 있지만, 유튜브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라는 순기능이 보다 잘 작동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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