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을 후원해주신 MBC 해고복직 아나운서 열 분과의 인터뷰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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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빛센터로 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후원금을 쾌척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MBC의 부당해고에 맞서 싸운 열 분의 아나운서들입니다.

 MBC는 2016∼2017년 전문계약직으로 아나운서 11명을 채용했습니다. 모두에게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으나 특별채용 전형을 치러 11명 중 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나머지 아나운서들은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합니다. 해고당한 아나운서 중 9명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MBC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MBC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엠비시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정규직 전환이나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권한이 인정된다”며 아나운서 9명의 복직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힘들고 오랜 싸움 뒤에 얻은 결과였습니다.

 열분의 아나운서들은 왜 이 판결 후 한빛센터에 후원을 결심하게 된 걸까요? 또, 복직 후엔 어떤 날들을 보내고 계실까요?

[ 함께 싸운 열 분의 아나운서 - 김민형, 김민호, 김준상, 박지만, 안주희, 엄주원, 이선영, 이휘준, 정다희, 정슬기 ]


1. 한빛센터에 큰 후원을 해주셨어요. 정말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원을 결심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처음 저희 이야기를 알리려고 광화문에서 시위도 하고 많은 언론사에 메일을 써 보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저희 아나운서들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아서, 저희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습니다. 정말 막막했던 때, 처음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준 곳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였어요. 저희 아나운서들이 적폐라는 잘못된 시선에서 벗어나, 그저 억울한 일을 겪은 방송노동자로 처음 바라봐준 곳이예요. 그렇게 한빛을 만나고 나서부터 많은 진보 언론사들과 시민단체들도 차차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방송 환경 곳곳에서 아우성은 끊이지 않고 있을거예요. 다만 저희 목소리가 그랬듯 잘 들리지 않을 뿐이죠. 그런 목소리를 찾아 세상에 알려달라는 부탁을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드린 것입니다.


2. 복직 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사실 원래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복직 후에 크게 달라진 걸 느끼진 못했어요. 사무실이 12층에서 9층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그런데 계약서를 쓰고 나니까 ‘아 이제 MBC가 정말 내 회사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년 만에 적(籍)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복직 후에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방송을 오래 쉬었기 때문에, 방송 실무교육도 받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교육에 들어오신 선배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2년간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회사 외적으로는 그간 저희에게 힘써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을 뵙고, 감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 해고 후 긴 투쟁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저희에 대한 오해를 푸는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저희가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 했다는 소식에 당시 많은 분들이 저희를 '파업 떄 들어온 대체인력' 이라 오해를 하여 해고를 정당화하했습니다. 저희는 파업이 시작되기 이전, (길게는 1년 반 전에) 입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때 졸속채용으로 입사한 대체인력'이라는 오해가 늘 꼬리표처럼 붙어다녔습니다. 오해를 풀고자 인터뷰, 입장문 등을 통해 파업 떄 들어오지 않았다고 수없이 주장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 때 힘을 주신 분들이 한빛과 같은 노동·인권단체였습니다. 제3자가 계약직이었던 저희의 설움을 공개적으로 공감해주셨고, 당신들의 일처럼 기자회견 등에 동행해주시기도, SNS에 글을 기재해주시기도 하며 저희와 연대해주셨습니다.


4. 가장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면?


 작년 9월 27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모시고 함께 했던 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들려드릴 노래를 연습하면서 저희끼리 더 끈끈해지기도 했고, 그날만큼 직접적으로 응원해주시는 사람들을 함께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전하는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까지 귀기울여 들어주시며,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져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그 날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비췄던 뜻은 저희가 잘 되더라도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원했던 곳으로 돌아와 일하면서 저희와 함께 했던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이 관심 놓지않고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9년 10월 27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서포터즈' 첫 모임. 왼쪽부터 이선영, 엄주원, 박지민, 김민호, 안주희, 정슬기 아나운서 (사진=미디어스)]


5. 현재도 방송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많은 노동자가 있습니다. 싸우고 계신 분들께 연대의 한말씀 부탁드려요.


언론사는 각계각층의 부조리를 파헤치며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용기 내어 싸워왔지만, 큰 성과는 없었고 너무 괴로운 나머지 청주방송 이재학 피디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채용 차별 철폐, 퇴직금 정산, 비정규직 처우 개선, 부당해고구제 등의 사안으로 싸우고 계신 많은 분들께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건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입니다. 한빛센터 같은 감사한 단체뿐만이 아니라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직접 말과 글, 행동으로 지지해주시는 분들께 가장 감사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요. 그 외에도 생계가 걸려있어 표현은 못하지만 마음으로 함께해주는 사람도 많다는 거 잊지 마시고, 끝까지 힘내세요.


6. 앞으로 방송현장을 바꿔가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국의 '인식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의 채용 성차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 유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나운서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아나운서의 입을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어느 조직보다 열려있어야 할 방송국이 '기존에 그렇게 해왔다.' 같은 닫혀있는 생각을 갖고 노동자를 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부터 변화해야 방송현장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이에 더해 방송노동자에 대한 법안 마련이 필요해 보여요. 주 68시간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열악한 처우도 더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방송노동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도록 해야합니다.


7. 마지막으로 한빛센터 후원회원 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려요~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었던 저희에게 한빛센터는 한줄기 동아줄이었습니다. 간절히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지만 '지노위 결정 이행 촉구 기자간담회', '서포터즈 모임' 등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곁에 있어주셨습니다. 한빛센터는 그런 존재입니다. 그리고 회원 분들이 있기에 한빛센터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려운 방송 제작 환경 속에서 아파하고 있을 이들을 응원합니다. 한빛 PD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도록 저희도 회원으로서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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