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 어머니 11주기 추도식에 다녀왔습니다.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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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열린 11주기 이소선 어머니 추도식에 다녀왔습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이 미디어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아 추도사를 낭독하였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왔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간이 만든 거리는 연대의 마음도 멀어지게 한 것만 같습니다. 이러한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에 가장 커다란 변화를 겪은 것이 있다면 방송미디어 산업일 겁니다. 유튜브는 방송사들을 모두 합친 것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 컨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모습은 생경하기만 합니다. 아마 이소선 여사가 소천하셨던 11년 전만 해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그 뒤에 노동의 모습이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제 최대 근로시간이라는 개념이 방송산업에 나타난 지 4년이 넘었지만, 촬영시간 13시간, 이동시간과 휴식시간을 합치면 드라마 스태프들이 촬영장에 나와 있는 시간은 18시간에 달합니다. 갓 일을 시작한 조연출들은 퇴근시간이라는 개념 없이 일하기도 합니다. 매일 방송되는 방송 프로그램이 창의적으로 만들어지려면 방송작가는 언제든지 잘릴 수 있어야한다고 합니다. 미술, 소품, 의상, 패션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카메라가 꺼진 시간에도 일하면서 초-저임금에 시달립니다.

청계천에서 상암으로, 재봉틀에서 카메라로, 국가 경제의 규모가 달라지고, 생활수준이 전반이 향상되었을지언정, 젊은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노동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싸워야만 하는 것이 숙명과도 같은 이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쪼개지고 파편화되어 무한프리랜서화가 진행되는 주변부 노동의 모습 속에서, 성 안에 안정된 소수의 노동과의 괴리가 나날이 심해집니다.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는 안전망 없는 무한 경쟁에 놓여있는 성 밖의 노동이 서로 연대할 가능성을, 승리의 경험을 만들기는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이소선 여사께서 남기신 ‘하나되어라’라는 말씀이 단순히 어떤 조직의 형태나 형식, 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오직 연대의 마음, 더욱 불안하고 취약한 상태에 있는 노동의 모습을 향한 하나됨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최저임금 위반이 없고, 노동의 가장 기본적인 시간주권이 지켜지며,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는, 그런 일터들을 만들기 위해 하나 된 발걸음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연대의 마음이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여사의 삶과 뜻을 이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 그러한 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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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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