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현장개선우수사례공모전] 수기 우수상작 "방청 알바, 엑스트라 알바에 대한 나의 추억들" (김민경)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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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우수상] 방청 알바, 엑스트라 알바에 대한 나의 추억들

김민경



* <방송현장개선 우수사례공모전> 수상작을 게재합니다.


제가 수험 생활을 하면서, 잠깐 방청 알바, 엑스트라 알바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편의점 알바, 포장 알바 등에 비해서 ‘꿀알바’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연예인도 보고 방송국 알바도 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환상과는 다르게, 꽤나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꿀알바’인 줄 알았던 방청 알바의 현실


방청 알바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합니다. 손이 아프게 박수치고,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질러야 하는 방청 알바. 일단 신청을 하면, 녹화가 시작되기 1시간에서 2시간 전부터 대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1시간 가까이 밖에서 기다리다가, 겨우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갑니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직원들이 어떤 방청객은 앞자리에 앉게 하고, 어떤 방청객은 뒤로 보냅니다. 그 기준은 모르겠지만, 뒷자리로 가라고 하면 조금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청객들이 딱딱한 의자 위에 앉고, 30분 가량 기다리면 연예인들이 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카메라 세팅이 끝나면, 그때야 방청이 시작됩니다.

방청할 때는 표정 관리도 해야 합니다. 리액션이 좋지 못하면 쉬는 시간에 지적받습니다. 박수치고 함성 지르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어떤 방송은 하루에 10시간을 녹화합니다. 딱딱한 의자에 바른 자세로 허리를 펴고 10시간을 내리 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픕니다. 방청을 하면서 생수를 주는 경우는 딱 한 프로그램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어떤 방청은 다행히도 김밥을 나눠줍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방청은, 중간에 쉬는 시간에 점심을 따로 사서 먹어야 합니다.

방청 알바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제 촬영이 끝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촬영이 끝날 줄 알고 방청을 신청했는데, 새벽 2시까지 방청을 계속해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찜질방에서 자야 합니다. 제가 새벽 2시까지 10시간을 넘는 방청을 하고 받은 돈은 고작 2만 5천원이었습니다. 목이 쉬었고, 24시간 카페에서 버티느라 음료수를 하나 주문해야 했고, 그 다음날 저에게 남은 돈은 얼마 없었습니다. 방청 알바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으나, 추가 교통비를 받지도 못하고, 사과 또한 받지 못하였습니다. 또 제가 듣기로는, 다른 분은 얼굴에 점이 있다는 이유로 제 시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방청에 참여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한번은 에어콘 때문에 너무나도 추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도저히 말하기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방송 촬영은 아주 바쁘게 진행됩니다. 제가 너무 추워서 에어컨 온도를 조금 올려달라고 하기가 매우 껄끄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추위를 타고 있었던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수십 명의 방청 알바생들 모두였는데도, 아무도 에어컨을 꺼달라는 요청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방송이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그 전에 차가 끊기니까 집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저 말고 다른 방청객들도 모두 당황하고 있었지만, 저희의 우려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촬영은 계속 되었습니다. 방송을 위해서, 저 같은 방청객, 엑스트라들은 그저 희생되어야만 하는 것 일까요? 저는 많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이처럼 근무 환경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환경은 방송 알바가 유일했습니다.


임금 늦장 지급이 ‘관행’이라는 보조출연 알바


어느 날 저는 엑스트라(보조출연자)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실내에서 촬영하는 알바였고, 엑스트라인 저는 앉아서 가만히 있기만 하는 역할이라, 운 좋게도 편안하게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봤던 방송 스태프분들은,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드라마 특성상 실내에서 촬영하는 시간이 대다수인 장르의 현대극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골프선수만큼 피부가 새까맣게 타있었고, 어떤 분은 잠시 풀썩 주저 앉아서 한숨을 돌리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정말 많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보았지만, 공장에서도 최소한의 휴게 시간, 근무 환경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왜 방송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노동법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것 일까요? 저야 방청 알바, 엑스트라 알바를 지나가는 일로 했었기에, 언제나 그만두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자신의 꿈과 방송에 대한 열정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을 것 입니다. 그렇기에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열심히 근무하고 계셨습니다.

엑스트라 알바를 하면, 보통 돈은 다다음 달에 입금이 된다고 합니다. 어떠한 알바도 이렇게 늦게 입금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엑스트라 알바는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행태가 묵인됩니다. 다른 어떤 업종의 근무에서도 절대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한류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영국에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만들 때, 아이들이 영화를 찍으면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루에 일정한 시간만 촬영할 수 있도록 시간에 제한을 두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방송 현실에서, 아역 배우들의 권리는 과연 보장이 되고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요즘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많은 방송 프로그램 및 영화 촬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드라마들이 계속 촬영되고, 방송되고 있습니다. 저 드라마들을 촬영하는 분들은 코로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도, 걱정이 됩니다.


방송노동자의 권리에 시청자도 관심 기울여야


한류 열풍으로 인하여 최근 제작되는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는데, 왜 힘들게 일하는 방송업계 근로자들은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해야 할까요? 이 상황을 다들 알고 있는데, 왜 아무도 개선을 하지 않을까요? 텔레비전은 우리 모두가 봅니다. 방송을 보면서 울고 웃고, 우리는 희로애락을 느낍니다. 하지만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 그 수많은 방송업계 근로자들의 기본권은 누가 챙겨줄 수 있을까요? 방송을 보는 우리들이 더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조금씩만 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드라마 이야기, 어제 봤던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이야기의 절반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방송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여전히 힘들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그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이 사회에서 당연시되면 안 됩니다. 인권은 천부적입니다. 최소한의 쉬는 시간과, 근무 환경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할 인권입니다.

제가 방청 알바를 그만두고 나서, 시간이 지나 어느 날 한빛미디어노동센터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뻤고,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정말로 방송업계의 현실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을 하고,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는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던 것보다, 더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보통의 드라마’라는 책이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습니다. 이제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같은 드라마 팬들에게, 스태프분들이 정말 힘들게 촬영을 하고 있을 테니, 조금만 더 그 문제에 관심을 갖자고 이야기합니다. 다들 이 문제가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저는 방청 알바, 엑스트라 알바를 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텔레비전을 보며 여가시간을 보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나들이를 줄인 많은 사람들에게, 드라마는 몇 안 되는 힐링을 주는 취미입니다. 다들 조금만, 방송 업계의 현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도 밤을 새면서 촬영을 하고 있을 모든 방송업계 근로자분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드리고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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