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제작 현장에도 수많은 아동·청소년들이 있습니다. 2018년 12월부터 한빛센터는 여러 인권, 방송, 노동,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舊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Pop-Up')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에서는 아동·청소년 연기자 관련 실태조사와 현장 간담회, 입법 활동 등을 진행해왔습니다.

K-POP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하였는데요. 이러한 케이팝에서의 아동·청소년 아이돌/연습생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1%도 안되는 극소수의 아이돌이 보여주는 세계적인 성공에만 주목할 뿐, 그 그늘에 놓인 수많은 아동·청소년의 현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추진되었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이를 보여줍니다.

지난 30일, 국회에서 이러한 아이돌/연습생의 노동과 인권에 대해서 경험자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토론회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국회에 간 아이돌, K-POP의 성공 뒤에 가려진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론회는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가 준비하고 이기헌·김준혁· 박수현· 임미애· 장철민 의원이 공동 주최로 함께해주셨습니다. 현장에는 국회 문체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도 참석해주셨습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는 먼저 현장 발언으로 아이돌/연습생 생활을 경험한 세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지적한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업계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꺼이 나서주셨습니다.

먼저 2010년부터 14년 정도를 틴탑 멤버로 활동했던 방민수님은 최소한의 소득도 보장받지 못하는 전속계약으로 인하여 생계의 문제를 겪고, 또한 이미지를 이유로 사생활과 여러 다른 사회생활에 제약을 심하게 받게 되는 부분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사실상 데뷔하고도 정산을 받지 못하는 99%의 아이돌들이 부모님에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죠. 주변에 나름 이름 있는 팀들도 많이 보았는데, 계약금 빼고는 정말 7년 동안 아무 돈도 받지 못하면서 생활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적어도 최소한의 나라가 보장하고 정해 놓은 최소한의 월급 정도는 받으면서 살아가는데, 왜 아이돌들은 데뷔 후에 계약금을 배제하면은 전혀 아무 돈도 받을 수 없는가라는 점에서 월급이라는 시스템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 아이돌들이 한 푼도 못 받으면서 생활을 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음지로 빠져들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안 좋은 곳에서 일을 한다거나 안 좋은 길로 빠져드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 친구들이 7년 후에 회사에서 계약이 만약에 해지가 되었다고 쳤을 때 이 친구들은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절대 다수의 아이돌이 7년의 전속계약 기간동안 처음 받은 계약금 300만원만 받고 데뷔 후 실패하면 버려진 채 아무런 소득 없이 버텨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회사는 계약을 유지한 채로 있어도, 더 이상 나가는 비용도 없기도 하고, ‘역주행’ 사례들처럼 혹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계약 해지를 해주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너는 네 발로 나가지 않았냐' 그리고 '너는 어느 정도 잘 벌지 않았냐'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과연 내가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라고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저는 그만둔 사람이고 이런 제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현 실태에 대해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제가 욕을 먹을 걸 알지만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브레이브걸스의 1기 멤버로 활동했고 지금은 솔로가수로 활동하는 노혜란님은 아이돌이 회사에 종속될 수 밖에 없어서 자생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아이돌의 환경은 을의 입장에서 회사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것을 할 것이고 우리가 이만큼 투자하였다는 것에 의견을 내기보다는 회사가 하자는 대로 따라와주고 주어야 한다라는 입장이 큽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아이돌이라는 생활은 지갑도 이제 핸드폰도 없고 세상과 차단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이 묵살되기 쉬운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이제 금전적인 요소를 포함한 본인의 이제 자생적인 부분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이후에 성장해가는 데에 큰 문제가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의 같은 경우에는 사실 들여다보면은 실속은 잘 없는 경우가 많고, 직원분들도 같이 힘들고 월급을 못 받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스타트업에서도 여러 기준이 있는 것처럼, 엔터테인먼트도 또한 이제 법적인 기준 안에서 만들어져야 된다라고 생각해요."

연습생 생활만 7~8년을 경험했던 허유정님은 현재는 K-POP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활동하며 여러 연습생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함에도 엔터테인먼트사가 갖춰야할 제도적 기준이 부재하여, 아동·청소년기에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위험은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사에서는 전문성 없이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연습생들을 관리하다 보니까 비전문적인 지식과 비현실적인 다이어트 기준 강요를 하는 등 교육의 일관성과 부족과 일관성 부족과 불합리함이 생깁니다."

"관리의 책임 회피와 연습생 간 갈등 조장하기도 합니다. 인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연습생들 간의 관리 책임을 방기하고, 그 부담을 동료 연습생들에게 떠넘기기도 하고요. 직원의 기분을 맞춰주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됩니다."

"인터뷰한 친구 중에서는 이러한 권위주의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중학생인데 원형 탈모가 온 친구도 있었고요. 기면증이라든가 불면증이나 무혈경은 기본이었고요. 건강의 많은 문제가 이런 권위주의적인 감정노동과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연습생에게 정신적 정서적으로 굉장히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룹이 해체되고 다음 회사를 선택할 때,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협의할 수 있어서, 1년 안에 앨범이 제대로 안 나오면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썼어요. 근데 1년이 지나도 데뷔를 안 시켜줬어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했어요. 녹음도 해오고 멤버도 구해오고, 레슨 선생님도 구해오고, 이것저것 다해놨으니 데뷔만 시켜주면 된다고 했는데도 활동을 안시켜줬어요. 돌아온 얘기는 제가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애매한 말들로, 그러니까 결국에는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도 아까 다 알고 계시겠지만 수명이 있잖아요. 주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진술서도 받고 무조건 이긴다는 법적 자문도 받았는데, 개인으로서는 부담이 너무 컸고, 또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이 될까봐 그래서 포기하게 되었죠."

이어서 개별토론은 다양한 시선에서 실태와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최근에 [K팝: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이라는 제목으로 기획취재를 함께한 비즈한국의 전다현 기자가 취재하면서 기사로 다 담지 못한 아이돌/연습생의 인권 실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제가 방치된 신체라고 표현했는데, 요즘은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연습생을 시작하는데, 다이어트를 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저희가 들었던 증언 중에는 이제 아이들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50kcal 젤리를 먹고 밥을 먹지 않으면서 버틴다는 경우도 있었고, 보통 학교에서는 몸이 아프면 보건실을 보내고 병원을 보낼텐데 기획사는 몸이 아프면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한 본인의 책임이 됩니다. 그래서 오히려 몸이 아픈 친구에게 벌을 주기도 하고 이런 문제들이 있고 연습실을 하다가 쓰러져도 연습을 하다가 쓰러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에서 함께해주고 계시면서 K-POP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오신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그동안의 제도적인 접근들과 해외 사례에 대해 설명하며, 제도적인 틀 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기자분들이 많이 연락을 주시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해외의 10대들도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의 연습생이 되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져서,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고 해요. 아이돌만 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공연을 다니지만 비용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해서 활동하고 있는 10대들이 너무 많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역으로 저희가 이런 제도라든지 현장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관련돼서 다른 형태로 이제 문제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관련해서, 예를 들면 연기자나 뮤지컬 그리고 연습생을 포함한 아이돌, 이 세 분야가 시스템이 다릅니다. 다른 분야는 시작과 끝이 있고, 시간제한 기준도 있는데, K-POP 같은 경우는 그게 부재하죠. 영국이나 캘리포니아처럼 제도적인 규제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오메가엑스 사건을 비롯하여 여러 사건을 담당하며, 엔터 산업의 적나라한 모습과 인권이 부재한 현실에 대해서 노종언 변호사가 산업 구조적 원인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아이돌 산업은 상품 자체가 인간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감정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 상품으로서 기능하고 인간은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서 사생활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보호받아야 되고요. 그런데 아이돌 한 팀을 육성하는데 50억 정도의 비용이 투여됩니다. 중소 기획사들은 빚을 내서 자금을 투입하는데 그럼 완전히 문제의 본질이 바뀌어버립니다. 대표는 아이돌들을 쥐어짜서 그 이자 빚을 갚아야 되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아이돌 산업은 대규모의 자본 투입에 비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돌 산업은 또 짧은 활동 기간을 가지고 있죠."

"소속사가 투자금을 다 회수할 때까지 아무 급여를 받지를 못하고 생계 유지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소속사 인맥을 통하지 않은 경우 방송 활동이 불가능하니까 소송을 이겼는데도 활동이 막혀있기도 합니다. 이런 건 법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구조에요. 그래서 특수한 동업 관계의 형식은 띄어도 사실상 권력적 상하관계에 있습니다. 권력적 상하관계는 근로자들보다 훨씬 강합니다."

이 밖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와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에서도 함께 참석하여,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을 표해주셨습니다.

* 토론회 자료집 보기 : https://hanbit.center/popup2/?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17907545&t=board

화려한 K-POP 산업에서 아이돌/연습생의 인권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성공한 0.1%의 아이돌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 년에 걸친 땀을 흘려도 데뷔조차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경험하는 시기는 아동·청소년기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학교 생활을 비롯하여 일상적인 부분을 모조리 희생해야만 합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으로 계약하거나, 위탁 교육을 맡기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사의 상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업의 논리에 의해서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유보되게 됩니다. 아무리 본인의 자발적인 선택이고, 부모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여도, 그러한 선택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용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제도적 논의로 끌어올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한빛센터는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에서 함께 방송산업 전반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및 인식의 개선을 위해서 계속해서 활동해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관련 언론보도

매일경제 /  “최소한 의식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필요” 아이돌 출신이 밝힌 실태
https://www.mk.co.kr/article/11128388

매일노동뉴스 / 국회 찾은 K-POP 아이돌 "노동법 그늘 봐 달라"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916

여성신문 / 케이팝 세계적 성공 뒤 어두운 그늘…“아이돌 연습생 무월경·불면증은 기본”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599

비즈한국 / [K팝: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국회 찾은 전직 아이돌 "K팝 기형적 성장 막아달라"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8332

미디어오늘 / 국회 찾은 전 K팝 아이돌 "지갑도 핸드폰도 없고 의견 묵살…법적기준 필요해“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1238

노컷뉴스 / "욕먹을 거 알지만"…前아이돌이 직접 밝힌 'K팝 그늘'[현장EN:]
https://www.nocutnews.co.kr/news/6220914

법조신문 / 1% 빛 보기 위해 버려지는 99% 아이돌… “산업 특수성 고려한 법제도 마련을”
https://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3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