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날을 맞아, 프리랜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 노동실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2026-03-09
조회수 288

118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프리랜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 노동실태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는 방송 산업에서도 여성들이 가장 성차별적 노동환경을 감내하면서 일하는 직종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해에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님의 죽음이 드러나면서, 지상파 본사에서 일하는 기상캐스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서울 본사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 지방 방송사의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할 것이 분명합니다. 지난 여름, 한빛센터는 전국을 다니며 아나운서·기상캐스터로 일하고 있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종사자 분들을 만났습니다.

※ 이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하는 2025 공익콘텐츠제작지원사업의 일부로 진행되었으며, 결과물 일부는 다른 인터뷰 내용과 함께 웹인터랙티브 페이지에도 수록되었습니다. (바로가기) 화면 너머 듣는 방송미디어 노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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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을 맞아, 이러한 내용을 정리한 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하였습니다. 토론회는 이용우 의원(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주희 의원(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조인철 의원(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임미애 의원(성평등가족위원회)이 함께 주최해주셨습니다.

방송 분야의 대표적인 여성 비정규직 직군인 방송작가들의 노동조합, 방송작가유니온의 권지현 영남지회장이 사회를 맡아주셨습니다. 권지현 지회장은 지방 방송사에서의 방송비정규직의 현실과 MBC에서 기존 기상캐스터를 모두 내보낸 상황이 문제를 삭제하는 방식이라는 지적과 함께, 토론회 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먼저 바쁜 시간 속에서 현장에 참석해주신 이용우 의원과 임미애 의원의 인사 말씀을 듣고, 현장에 함께해주신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님의 말씀도 청해들었습니다. 이후 간단한 기념촬영을 마친 후 본격적인 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 토론회 자료집 보러가기 : https://hanbit.center/achive/?idx=170267512&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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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인터뷰를 담당한 김영민 센터장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고용 형태와 고용 불안, 업무 방식과 내용, 노동조건, 휴가, 해고 등 다른 여타 방송 비정규직과 유사한 문제들을 겪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다른 방송 비정규직들과는 다르게 겪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외모에 대한 압박과 꾸밈노동, 사이버불링 등의 문제입니다. 이는 아나운서·기상캐스터·리포터 등과 같이 방송에 출연하는 업무를 하면서 겪게되는 문제이고, 특히 여성의 경우 성차별적인 사회 분위기와 이를 당연시하는 업계 환경으로 인해서 더욱 심각하게 노출됩니다.

주된 시청층이 남성인 경우, 그들을 끌어들일만한 진행자가 필요하니까 항상 그 일정한 나이대의 여성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나이가 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그냥 거의 아이돌 준비생만큼 외모에 대한 그런 강박도 압박도 심한 것 같아요. 근데 또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는 게 너희가 선택한 일이잖아 라는 반응이라서… (참여자 A3)

일단은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죠. 근데 기상캐스터는 매일 매일 화면에 전신이 나오니까, 그 몸에 뱃살이 너무 잘 보이는 거예요. 일하면서 저녁을 한 번도 안 먹었고 거의 아침 점심 위주로 먹어요. 왜냐면 또 이게 조금만 먹어도 배가 나와 보여서 어쩔 수가 없는데, 너무 딱 붙는 옷 입으면 특히 너무 잘 보여서 또 그게 막 유튜브에 영상으로 남고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여서 그때는 진짜 먹는 걸 많이 제한했었고 운동도 많이 했죠. (참여자 C2)

리포터 할 때 입는 옷은 다 제가 제 옷이거든요. 코너 특성상 좀 스포티한 옷도 입어야 하고, 등산복을 입을 때도 있고, 다 제가 샀죠. (...) 소득으로 모자라서 월세는 부모님이 내주셨어요. 너무 스트레스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도 너무 죄송하지만, 돈을 모을 수 없는 거예요. 나한테 들어오는 돈이 다 일하면서 써야하는 돈인 거죠. (참여자 C1)

대여 업체에서 옷이 오면 다섯 벌 다 맘에 들지 않아요. 특히 기상캐스터 옷을 막 파이고 이런 걸 일부러 보내주는 업체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러면 유명해져서 옷도 (자기 매출에 도움이) 좀 될 거 아니에요. 저는 그게 싫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 옷을 좀 구비를 해놨었어요. (...) 기상캐스터 할 때는 유독 원피스를 많이 입기도 하고 이러니까 좀 옷을 바꿔야 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요. 또 기상은 날씨라는 키워드가 있잖아요. (참여자 C3)

방송 영상 캡처해서 짤 올리면은 그 밑에 댓글들 뭐 이렇게 성희롱 댓글도 엄청 많이 달리고 근데 그거 뭐라고 되게 그냥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냥 어쩔 수 없지 기분 나쁘지 뭐 약간 여기서 끝나는 느낌이에요. 요새는 거의 유튜브에 그냥 개인적으로 누가 짤을 만들어서 올린다거나 이런 게 많아요. (참여자 A3)


고질적인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 짧은 직업수명으로 끊임없이 이직을 준비해야만 합니다. 이직 과정에서도 높은 비용을 부담합니다. 카메라 테스트 영상 제출이나 면접에서 스튜디오 사용료,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 대여 등에 이르기까지 높은 비용 부담을 하게 됩니다. 자연히 미래에 대해 계획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영상 스튜디오도 진짜 비싸서 거의 20만 원 정도 잡으면, 메이크업까지 감안하면 한 번 영상 포트폴리오 찍는데 4~50만원은 기본이에요. 그럼 한 달에 두 군데만 지원해도 100만원 날아가죠. 영상도 여러 번 찍어봐야 자기가 시행착오를 겪고, 보는 눈이 생기고, 학원 선생님들한테도 피드백을 받죠. 그러니까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관점을 파악하기가 너무 수월한 구조가 돼버렸어요. (참여자 C1)

남자 아나운서는 경력이 쌓일수록 진행 역량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여자 아나운서는 외형이 중요한 거죠. 암묵적으로 여자 아나운서는 나이가 들면서 아나운서로서의 가치 상실, 마치 생명이 죽어가는 것처럼 동일시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참여자 A6)

기상캐스터로 일하면서 이 일은 나만 할 수 있다. 그 누구에게도 대체될 수 없다. 그만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그 생각의 기저에는 너무 쉽게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항상 증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전문직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선입견이 왜냐하면, 저는 잘 알고 있는 것과 잘 전달하는 건 진짜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참여자 C1)

플랜B를 항상 생각할 수밖에 없죠. 만약에 방송을 안 하면 내가 뭘 할까 이런 생각들 항상 하고 있어요. 허탈감도 많이 와요. 다른 친구들은 (사회생활) 똑같이 시작했는데 일반 기업 들어간 친구들은 점점 올라가는데, 나는 계속 이사를 해야 되니까. 이사 비용도 있고 월세도 있고, 그 다음에 아나운서는 꾸밈 비용도 들잖아요. 얼굴에 다른 걸 못 하더라 피부 관리라도 하나 해야 되지. 일은 열심히 하는데 모이는 돈이 많지 않고. 프리랜서라서 행사 일이 들어오잖아요. (경제적으로) 그걸 떨쳐낼 수가 없는 거죠. 해야 되는 거죠. (참여자 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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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센터장은 발제를 마치면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 직무 재설계와 고용안정을 강조하였습니다. 먼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준의 급여가 책정되어야 하며, 정보 전달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중심으로 직무가 구성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고용안정을 위해 비정상적인 프리랜서 계약이 아니라 최소한 노동법의 테두리 안에서 근로계약이 이뤄져야 하며, 상시 지속 업무에 해당하는 만큼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어서 첫 번째 토론으로 한국여성노동자회 레나 사무처장이 여성성이 방송산업에서 어떻게 자원화되는지에 대해서 짚어주셨습니다. 방송사가 요구하는 신선함이라는 것이 여성 아나운서·기상캐스터의 노동을 사람으로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식료품으로 보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며, 특히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과잉경쟁과 자기착취를 내면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강도 높은 꾸밈노동이 구조적으로 강제되는 것임에도 개인의 문제로 치환되며, 대체 가능성을 무기로 불안정성을 이용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두 번째 토론으로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이 제도적 개선 방향에 대해서 짚어주셨습니다. 발제에서 다룬 16개의 영역을 6개의 영역으로 재정리하면서, 단기적인 정책 수립부터 장기적인 구조 전환까지의 해법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노동자성 인정과 고용보호, 임금의 현실화와 사회보험 적용, 성차별·성적대상화 관행 규제와 피해 구제 절차 실효화로 이를 다시 종합하면서, 이들 영역을 종합적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노사정 및 전문가 TF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삭제되었던 방미통위 방송사 재허가 조건에서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 조항을 다시 복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세 번째 토론으로는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탁종열 소장이 방송의 공공성 차원에서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 중요성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최근 새 정부에서의 언론 정책에서 방송사에 대한 공적 지원 논의에서도 그러한 공적 지원이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의 측면에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언론노조와 같은 기존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일례로 세계언론노조연맹에서도 프리랜서 노동권에 대해서 중요 의제로 다루고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마지막 토론으로 고용노동부의 송유나 근로기준정책과장이 이러한 실태 개선을 위해서 고용노동부 차원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방송사 재허가 조건 관련한 방미통위와의 협의 부분과, 적정 보수 가이드라인의 필요성, ILO 제190호 협약 비준 추진 등에 대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관련 부처로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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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C에서 기상캐스터를 없애고, 정규직 기상분석관으로 채용하여 첫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보다 전문성 있는 방식으로 직무 내용을 바꾸고, 고용안정성을 높인 것은 긍정적이고, 다른 방송사도 추진해야 할 부분 입니다. 하지만 기존 고용 인원은 모두 내보낸 점, 그리고 이전에는 4명의 비정규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를 1명의 정규직 인력으로 대체한 것은 고용을 축소한 점에서 대단히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전문성을 보다 높인 직무에 공교롭게도 남성이 채용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방송사가 여성 진행자의 전문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존에 이런 업무를 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역량을 요구해왔는지를 곱씹어볼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러한 아나운서·기상캐스터와 같은 여성 방송 비정규직의 문제에 대해서 제도적인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빛센터도 계속 노력해가도록 하겠습니다.


* 관련 언론보도

미디어스 / 여성 아나운서·기상캐스터의 노동권은 여전히 뒷전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331

미디어오늘 / 차별·성희롱 노출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기상캐스터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841

노컷뉴스 / MBC 기상전문가 투입 "긍정적"…근본적 문제는 '여전'[파고들기]
https://www.nocutnews.co.kr/news/6480302

노컷뉴스 / '전문성' 대신 '성상품화'…법 밖에 놓인 여성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https://www.nocutnews.co.kr/news/6480837

매일노동뉴스 /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삭제'만이 해법일까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3039

데일리안 / ‘논란’의 기상캐스터 대신 기상분석 전문가…MBC 선택이 남긴 씁쓸함  [D:방송 뷰]
https://www.dailian.co.kr/news/view/1618038

한국일보 / 사라진 MBC 기상캐스터… 구조적 문제 해결됐나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5184100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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