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빛 PD 7주기 추모제, 빛을 이끄는 목소리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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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26일은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되는 날입니다.

추모제를 앞둔 10월 24일, 이한빛 PD가 잠든 신곡2동 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진행했습니다. 2017년 7월, CJ ENM의 사과를 받은 후, 함께해주셨던 수많은 시민들과 성당을 찾아 추모행사를 진행했던 바가 있습니다. 당시에도 성당에서 특별히 배려해주신 덕분이었는데요. 올해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신곡2동 성당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성당에서 특별히 허락해주신 덕분에 소성전에서 추모 미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미사 집전은 의정부교구 총대리 이정훈 신부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약 40여 분이 함께 모여 이한빛 PD를 추모하고 그가 남기고 간 뜻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일 월요일 저녁 시간에 진행된 미사였지만,  많은 분들께서 함께 해주셔서 추모제의 시작을 앞두고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10월 26일, 이한빛 PD의 7주기 추모제 ‘빛을 이끄는 목소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추모제에는 80여 명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모여, 이한빛 PD를 추모하고 그가 남기고 간 뜻에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발 디딜 곳이 모자랄 만큼 많은 분들께서 함께 해주셔서 추모제가 더욱 빛이 날 수 있었습니다.

 

추모제는 1부 추모식과 2부 마주하기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요. 시작에 앞서서 김영민 센터장의 경과보고가 있었습니다. 11년 전 이한빛 PD가 사회 운동을 하던 시기에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관해 지난 해에 한빛센터에서 관련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운영위원회와 정기총회 등을 통해 정리한 바 있음을 이야기드렸습니다. 사회적 죽음으로서 방송 노동 현장의 열악함을 고발한 고인의 뜻을 온전히 이어가고, 방송 노동 현장의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함께 이끌어 활동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추모제 시작하며 한빛센터의 권오성 이사장의 인사말을 통해 추모제에 오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한빛센터의 앞으로의 계획을 전하였습니다. 다음은 현안 발언을 진행했는데요. 현안 발언에는 지난 8월 부산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일용직으로 첫 출근한 날 사망한, 29살 청년 노동자 강보경 님의 유가족께서 자리하여 공사 현장의 원청인 건설 대기업 DL이앤씨와의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와 함께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발걸음을 이어 나가기 위한 모두의 연대를 요청하였습니다.

 


“(중략) DL이앤씨에서 1년 8개월 동안 8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정으로 귀가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금만 관심을 주시고, 힘을 보태어 주세요.”

- DL이앤씨 건설 일용직 노동자 강보경님 유가족 말씀 중에서 -



다음은 현장 종사자 발언으로 10여 년간 대기업 방송사와 OTT 플랫폼에서 연출가로 활동해 오신 김영은(가명) PD가 이한빛 PD의 사회적 죽음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방송미디어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어야 함을 전하였습니다.

 

“ (중략) 저는 작년, 이곳에서라면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줬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해 실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자신의 꿈과 능력을 다 바친 구성원들에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얼마나 쉽게 전가할 수 있는지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계약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이라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제가 속했던 곳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을 잃은 방송 시장 전체가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불안정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방송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요. 하지만 방송 시스템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이 시점이야말로 시스템 스스로가 자성의 기회를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변의 냉소와 무력감에 지쳐있었던 구성원들이, 그 절망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자문하고 변화하면서요. 그게 고인이 남긴 뜻이며, 현업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추모의 방식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변화하며 현장에서 버티는 동료들이 만들 이야기가 세상에 꼭 필요하다고 전 믿고 있습니다. 그들이 사랑하는 일터에 남을 수 있도록 한빛센터가 빛을 내어준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방송 노동자 김영은(가명) PD의 이야기 중에서 -




이어서 이한빛 PD의 친구이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인 김수지님과 퇴직자 노동조합 ‘이음나눔유니온’의 박상규 상임위원장의 추모사를 통해 이한빛 PD가 떠난 후에도 계속되는 연대와 추모의 마음을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순서로는 유가족을 대표하여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님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유가족 인사에서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님께서 ‘(한빛의 죽음 이후 세워진) 한빛센터를 인연으로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인연은 저에게 연대와 나눔 그리고 부축하는 삶을 가르쳐주었다’며 이한빛 PD의 추모와 한빛센터의 활동에 많은 힘을 보태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전하였습니다.

이어서 추모제에 모인 많은 분과 함께 헌화의 시간을 가지며 1부의 마지막 순서를 보내었습니다.

 

 

2부 마주하기는 방송 노동 현장의 실태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 방송 노동 현장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한빛의 연대 단체의 연대 발언 등이 있었습니다. 2부의 시작은 한빛센터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방송미디어 현장의 다양한 직종의 일 경험과 노동환경을 살펴보고,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와 관련해 KBS의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용 불안 경험 조사, 미디어 산업의 주류로 부상한 유튜브 플랫폼의 영상 편집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은 이한빛 PD의 어머니 김혜영님의 10.29 이태원참사 기록단 활동을 통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 출간 소식과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대회 소식을 전하였고, 제4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상 공모에 관한 경과보고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어서 방송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인터뷰 영상 ‘카메라가 꺼진 후에’를 시청하며 방송미디어 현장 곳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을 살피며 더 옆으로, 더 아래로 방송 현장의 소외된 이들의 곁에서 더욱 힘차게 활동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연대발언에서는 방송 비정규직의 대표 조직 중 하나인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박선영 수석부지부장의 연대발언과 이한빛 PD 대책위부터 지금까지 한빛센터와 연대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김설 위원장의 연대발언이 있었습니다.


 

“방송작가들은 98% 이상이 여성이고, 99%에 육박하는 정도가 비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을 위해 싸우고 고민했던 한빛 PD가 각 방송사에 한 명씩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중략) 더욱 한빛 PD의 유지를 새기어 방송 비정규직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연대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박선영 수석부지부장의 이야기 중에서 -




“(중략) 변화의 가능성보다는 세상의 냉소가 너무나도 짙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서로에 대한 연대보다는 각자의 삶이 너무 벅찬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낮아진 신뢰와 흩어진 연대를 모아내고 새로운 전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 답을 만들어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빛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처럼 연대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중략)”

-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의 이야기 중에서 -

 


뿐만 아니라 2부에는 특별한 분들의 참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 총괄 프로듀서를 맡던 중 드라마 제작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다 생을 마감한 이힘찬 프로듀서의 유가족께서 함께 해주셨는데요. 이힘찬 프로듀서의 유가족들께서 한빛센터의 활동에 연대하고 더욱 힘을 보태기 위해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에 한빛센터는 이힘찬 프로듀서의 유가족들께 후원증서 전달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또한 방송 노동 현장의 개선을 위해 후원으로 연대하신 이힘찬 프로듀서 유가족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졸지에 당한 일이라 황망하고 많이 힘들어할 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도움으로 겨우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중략) (한빛센터를 비롯해) 세상 어딘가에, 어느 때나 힘든 이들을 위해 항상 위로하고 연대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를 위해 응원하겠습니다.”

- 故 이힘찬 스튜디오S 프로듀서 유가족의 이야기 중에서 -






2부의 마지막 순서는 추모공연이었습니다. 이한빛 PD의 사회적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달을 삼킨 밤’을 만든 싱어송라이터 듀오 ‘선과영’의 공연을 통해 이한빛 PD 7주기 추모제 ‘빛을 이끄는 목소리’의 막을 내렸습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이들과 뜻을 함께 이어 나가고, 목소리를 낸다는 의미가 더욱 빛나는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추모제에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과 추모제 현장에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의 한 줄기 빛이 되도록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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