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김혜영
별빛 반짝이는 방
어느 날 만난 도고 신유리의 이 집. 2층집이어서 무조건 살고 싶었다. 어린 시절 고향마을에는 2층집이 딱 하나 있었다.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그 앞을 지나가면서 궁금한 게 많았다. 집안에 어떻게 계단이 있을까? 2층에서는 동구 밖도 다 보이나? 하늘도 가깝나? 구름도 잡을 수 있겠지? 하며 로망을 가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2층집에 살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 거실에서는 바로 앞으로는 넓은 밭과 저수지 일부분이 보였다. 2층에서는 저수지와 낮은 산이 어우러진 마을이 한 눈에 잡혔다. 어떻게 보면 전망좋은 카페였다. 무엇을 더 고민하랴? 남편과 나는 고민없이 결정했고 이 집을 갖게 되었다.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잘 설계하자며 행복해했다.
2층에는 방이 두 개 있다. 한빛은 저수지가 다 보이는 2층 방을 좋아했다. “여기서 글 쓰면 좋겠네요. 베란다에 작은 꽃들과 작은 테이블을 놓으면 정말 멋지겠어요. 엄마가 평소 그리던 카페라고 생각하시고 퇴임하시면 이 방에서 글을 쓰세요” 내 생각과 똑같았다. “그래. 엄마가 작은 화분도 놓고 예쁘게 꾸밀게. 이 방은 너가 써. 네 방이야. 힘들거나 지칠 때 와서 쉬기도 하고 글 쓰고 싶을 때 조용히 글 써도 되고. 이 방엔 아무 가구도 안 놓을게. 텅 빈 방. 명상하는 곳처럼 해 놓을게. 나중에 너가 글을 쓸 책상만 놓으면 되겠지?” 했다.
2층 남쪽에 있는 방은 하루 종일 햇살이 눈부셔 <햇살 가득한 방>으로 이름지었다. 한빛이 좋아했던 방은 항상 창문 가득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 <별빛 반짝이는 방>으로 이름짓자고 했다. 조금 있다가 서울에서 글쓰는 넓은 책상도 갖다 놓고 베란다 테이블도 한빛의 취향으로 꾸미려고 했는데 모든 게 멈췄다. 텅 빈 방에는 더 이상 별빛도 반짝이지 않는다.
한빛은 이 집에 두 번쯤 왔을까? 군대기간도 있었고 취업준비로 마지막 학기를 바쁘게 보내느라 여유가 없었다. 한번은 김장때 같이 왔었다. 와서는 그 많은 무를 다 썰었다. 다리가 길어서 부엌 바닥에 불편한 자세로 비스듬히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많은 무채를 다 썰고 깍두기를 썰었다. 고급인력을 이렇게 단순노동에 부려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그 집을 떠나면서 한빛은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모한테도 찍어 달라하고 셀카도 많이 찍었다. 장례식때 친구들이 만든 추모엽서에서 그때의 한빛을 만났다. 파랑색 야상을 입고 검은 테 안경을 쓴 한빛이가 도고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빛이가 잠들어 있는 봉안당 <하늘의 문>에도 그 엽서 사진이 우리를 맞이한다. 너가 지치면 언제든 와서 쉬라고 마련한 집인데 한빛은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으로나마 남기려고 했을까? 한솔이는 대학 총학생회 MT를 여기서 하고 계절마다 친구들과 잘 모여 즐겼는데 정작 한빛은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지금 데크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와서 여유롭게 나를 쳐다본다. 며칠 전만해도 밥을 주러 나가도 울타리 밖에서 내 눈치를 살폈던 고양이들이다. 한 마리가 용감하게 다가와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다가오곤 했었는데. 오늘은 아예 데크에 길게 누워있거나 호랑이 자세로 앉아있거나 예쁘게 식빵을 만들고 있다. 옆집 아저씨가 우리 집은 고양이의 파라다이스, 동물의 왕국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우리가 없는 평일이면 마을 고양이들이 다 우리집 데크에서 해바라기도 하고 그루밍도 하며 놀이터처럼 편하게 논다고 한다. 이 모습을 한빛이가 보았다면 한빛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대학 2학년때인가 글을 쓰는 사람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고 자기도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책 한 권을 필사하고 있길래 그렇게 필사하면 정말 글쓰기 실력이 느니? 하고 물었었다. 한빛은 어리석은 질문이라서였을까 웃으면서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요 했다. 그래서 한빛이 글 쓰고 싶을 때 마음껏 쓰게 이 방을 꾸며주고 싶었다.
나도 한빛이 좋아했던 2층 이 방을 사랑한다. 한빛과 이 방에서 함께 있었던 적은 한 번밖에 없지만 이 방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었다. 어떻게 글쓰는 방으로 꾸밀까? 책상만 놓을까? 일단 텅 비우자. 베란다에는 서울 아파트 베란다 다육이를 다 갖다놓자. 어떤 야외테이블을 놓을까? 아주 작아야 하겠지? 참, 이 방이름도 정하자. 뭐로 할까하며 이야기는 무성하게 나누었다. 그래서인가 이 방에 들어오면 한빛과 함께 있는 것 같다. 한빛이 그리울 때 문득 이 방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나 도고에 와도 아직 이 방을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힘들었다. 아팠다.
이 방은 북향이라 햇볕이 잘 들지는 않지만 밤이면 큰 창으로 별빛이 쏟아진다. 방이 텅 비어 있어서 별빛을 더 잘 느끼는 것 같다. 한빛을 키우면서 한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같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다. 내 아이니까 모든 게 좋아 보이려니 했다. 그러나 한빛이가 떠난 후 대학 친구들도 한빛이 문화기획 등을 맡았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참 반짝반짝하는 별같다고 했다. 울컥했다. 한빛아 너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야 하고 칭찬해줄걸 그러지 못했다. 한빛아 이 방이름. 엄마가 혼자서 결정했어. ‘별빛 반짝이는 방’으로. 너하고도 비슷하게 이야기했었지? 여기는 영원히 너 방이야.
밤하늘의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면 한빛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너무 그립다. 나의 별 한빛아 너가 채우고자 했던 마음을 잊지 않고 엄마가 이 방 잘 채워갈게. 한빛 사랑해.
- 엄마 김혜영
별빛 반짝이는 방
어느 날 만난 도고 신유리의 이 집. 2층집이어서 무조건 살고 싶었다. 어린 시절 고향마을에는 2층집이 딱 하나 있었다.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그 앞을 지나가면서 궁금한 게 많았다. 집안에 어떻게 계단이 있을까? 2층에서는 동구 밖도 다 보이나? 하늘도 가깝나? 구름도 잡을 수 있겠지? 하며 로망을 가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2층집에 살 수 있다는 기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 거실에서는 바로 앞으로는 넓은 밭과 저수지 일부분이 보였다. 2층에서는 저수지와 낮은 산이 어우러진 마을이 한 눈에 잡혔다. 어떻게 보면 전망좋은 카페였다. 무엇을 더 고민하랴? 남편과 나는 고민없이 결정했고 이 집을 갖게 되었다.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잘 설계하자며 행복해했다.
2층에는 방이 두 개 있다. 한빛은 저수지가 다 보이는 2층 방을 좋아했다. “여기서 글 쓰면 좋겠네요. 베란다에 작은 꽃들과 작은 테이블을 놓으면 정말 멋지겠어요. 엄마가 평소 그리던 카페라고 생각하시고 퇴임하시면 이 방에서 글을 쓰세요” 내 생각과 똑같았다. “그래. 엄마가 작은 화분도 놓고 예쁘게 꾸밀게. 이 방은 너가 써. 네 방이야. 힘들거나 지칠 때 와서 쉬기도 하고 글 쓰고 싶을 때 조용히 글 써도 되고. 이 방엔 아무 가구도 안 놓을게. 텅 빈 방. 명상하는 곳처럼 해 놓을게. 나중에 너가 글을 쓸 책상만 놓으면 되겠지?” 했다.
2층 남쪽에 있는 방은 하루 종일 햇살이 눈부셔 <햇살 가득한 방>으로 이름지었다. 한빛이 좋아했던 방은 항상 창문 가득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 <별빛 반짝이는 방>으로 이름짓자고 했다. 조금 있다가 서울에서 글쓰는 넓은 책상도 갖다 놓고 베란다 테이블도 한빛의 취향으로 꾸미려고 했는데 모든 게 멈췄다. 텅 빈 방에는 더 이상 별빛도 반짝이지 않는다.
한빛은 이 집에 두 번쯤 왔을까? 군대기간도 있었고 취업준비로 마지막 학기를 바쁘게 보내느라 여유가 없었다. 한번은 김장때 같이 왔었다. 와서는 그 많은 무를 다 썰었다. 다리가 길어서 부엌 바닥에 불편한 자세로 비스듬히 앉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많은 무채를 다 썰고 깍두기를 썰었다. 고급인력을 이렇게 단순노동에 부려먹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그 집을 떠나면서 한빛은 그렇게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모한테도 찍어 달라하고 셀카도 많이 찍었다. 장례식때 친구들이 만든 추모엽서에서 그때의 한빛을 만났다. 파랑색 야상을 입고 검은 테 안경을 쓴 한빛이가 도고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빛이가 잠들어 있는 봉안당 <하늘의 문>에도 그 엽서 사진이 우리를 맞이한다. 너가 지치면 언제든 와서 쉬라고 마련한 집인데 한빛은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으로나마 남기려고 했을까? 한솔이는 대학 총학생회 MT를 여기서 하고 계절마다 친구들과 잘 모여 즐겼는데 정작 한빛은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지금 데크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와서 여유롭게 나를 쳐다본다. 며칠 전만해도 밥을 주러 나가도 울타리 밖에서 내 눈치를 살폈던 고양이들이다. 한 마리가 용감하게 다가와 밥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다가오곤 했었는데. 오늘은 아예 데크에 길게 누워있거나 호랑이 자세로 앉아있거나 예쁘게 식빵을 만들고 있다. 옆집 아저씨가 우리 집은 고양이의 파라다이스, 동물의 왕국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우리가 없는 평일이면 마을 고양이들이 다 우리집 데크에서 해바라기도 하고 그루밍도 하며 놀이터처럼 편하게 논다고 한다. 이 모습을 한빛이가 보았다면 한빛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대학 2학년때인가 글을 쓰는 사람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고 자기도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소설책 한 권을 필사하고 있길래 그렇게 필사하면 정말 글쓰기 실력이 느니? 하고 물었었다. 한빛은 어리석은 질문이라서였을까 웃으면서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요 했다. 그래서 한빛이 글 쓰고 싶을 때 마음껏 쓰게 이 방을 꾸며주고 싶었다.
나도 한빛이 좋아했던 2층 이 방을 사랑한다. 한빛과 이 방에서 함께 있었던 적은 한 번밖에 없지만 이 방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었다. 어떻게 글쓰는 방으로 꾸밀까? 책상만 놓을까? 일단 텅 비우자. 베란다에는 서울 아파트 베란다 다육이를 다 갖다놓자. 어떤 야외테이블을 놓을까? 아주 작아야 하겠지? 참, 이 방이름도 정하자. 뭐로 할까하며 이야기는 무성하게 나누었다. 그래서인가 이 방에 들어오면 한빛과 함께 있는 것 같다. 한빛이 그리울 때 문득 이 방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러나 도고에 와도 아직 이 방을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힘들었다. 아팠다.
이 방은 북향이라 햇볕이 잘 들지는 않지만 밤이면 큰 창으로 별빛이 쏟아진다. 방이 텅 비어 있어서 별빛을 더 잘 느끼는 것 같다. 한빛을 키우면서 한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같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다. 내 아이니까 모든 게 좋아 보이려니 했다. 그러나 한빛이가 떠난 후 대학 친구들도 한빛이 문화기획 등을 맡았을 때를 이야기하면서 참 반짝반짝하는 별같다고 했다. 울컥했다. 한빛아 너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야 하고 칭찬해줄걸 그러지 못했다. 한빛아 이 방이름. 엄마가 혼자서 결정했어. ‘별빛 반짝이는 방’으로. 너하고도 비슷하게 이야기했었지? 여기는 영원히 너 방이야.
밤하늘의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보면 한빛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너무 그립다. 나의 별 한빛아 너가 채우고자 했던 마음을 잊지 않고 엄마가 이 방 잘 채워갈게. 한빛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