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너의 방(1)

관리자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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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김혜영


너의 방(1)

  



  한빛이 원룸생활을 청산하고 도봉동 집으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왜 나는 한빛 방 꾸미기에 집착했을까큰 선물을 주고 싶어 며칠을 고민했는데 한빛 방 꾸미기 이상이 생각나지 않았다옛 기억때문이었을까한빛이 재수를 시작할 때 강남의 학원 주변으로 원룸을 구하러 갔었다여학교시절 가정시간에 배운 원룸을 상상했다네모난 평면 공간 위에 방부엌화장실이 다 갖춰져 있고 조금 넓으면 거실도 있는 아늑하고 작은 집을 그렸다아파트와 원룸의 장점은 동선이 짧다가 주관식 답안의 제1정답으로 달달 외웠던 기억도 떠올랐다물을 뜨려면 주인집 마당까지 가야하고 부엌도 신발을 신고 나와야 했던 읍내 자취방의 불편함을 그럭저럭 잘 살아낸 것도 이다음에 나도 원룸에 살 거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시절을 기억하며 원룸을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아들의 재수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이게 뭐지 순간 한빛에게 미안했다

  부동산에 들어가니 고시원원룸, 1.5투룸오피스텔 등 집 종류가 엄청 많았다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도 있었고 크기를 말 할 때 44.5, 6평 등 한 자리 숫자로 평수를 말하는데 전혀 감이 안 잡혔다고시원이란 곳도 처음 가 보았다세상에 이렇게 좁은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니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여기서 어떻게 살아요더구나 재수생인데 최소한 공부할 환경은 되어야 하는데좀더 쾌적하고 좋은 곳 없어요?” 나의 말을 순수하게 해석한 중개인은 우리를 오피스텔로 데려갔다오피스텔 역시 나는 처음 보았다사무실과 호텔을 합쳤다는 고급진 말처럼 오피스텔은 고시원보다는 훨씬 넓고 좋았다일단 현관문을 여는 순간 창문이 보였다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햇살이 반갑기까지 했다네모난 공간에는 냉장고드럼세탁기인덕션 등이 옵션으로 갖추어져 있었다고시원을 보고 난 나에게 오피스텔은 신세계였고 딴 세상이었다여성 잡지의 집들이 튀어 나온 것 같았다내가 너무나 만족해하는 것을 보고는 부동산 중개인이 3,000에 월 70이여요 했다현실감각이 없는 걸까 경제개념이 없는 걸까나는 3,000이라는 숫자가 이 사회에서는 3천만원을 말한다는 것을 몰랐고 70만원은 나혼자 7만원으로 해석했다아니 자연스럽게 7만원으로 들렸다이렇게 다 갖춘 좋은 집이 월 7만원만 내면 된다고너무 좋네 하며 이거로 하자한빛이도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데 그깟 1년 부모로서 이 정도도 뒷바라지 못해하며 내 집이 된 것 마냥 흥분했다남편이 의아해 하며 매달 70만원을 어떻게 내려고?” 했다. “? 70만원무슨 월세가 그렇게 비싸그런 게 어딨어어떻게 매달 70만원씩 내말도 안 돼.” “저 옆집은 월 120인데요?” 하며 중개인이 어이없어하며 비웃듯 말했다문득 어쩌면 이 사회에서는 70만원을 7만원쯤으로 우습게 쓰는 부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씁쓸해야 하는데 순간 그 부자들을 부러워하는 내 속마음을 들킬까봐 얼른 빠져 나왔다

  다시 허름한 원룸도 가보고 종일 돌아다니다가 결국 고시원으로 결정했다고시원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나에게 주인은 빨리 결정하세요이번 주 토요일이면 재수생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방 구하느라 난리일 텐데그때는 이 주변에서는 빈 방 못 구해요.” 아주 작은 창문은 있지만 열 수는 없는 방에 좁은 침대와 작은 책상만 간신히 있는 곳이었다셋이 방안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 내가 짐정리를 할 동안 남편은 밖에 나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한빛이 대학 들어가서 살았던 녹두거리에 있던 원룸거실 ․ 침실 ․ 부엌이 구분되지 않고 섞여 있고 정말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을까 의심이 가는 싱크대머리를 감을 때 허리를 굽힐 수 없고 샤워를 하면 변기가 다 젖는 좁은 화장실로 구성된 곳이 원룸이라는 것을 알았다학창시절에 꿈꿨던 나만의 공간인 귀여운 원룸이 아니었다한빛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돌아보았다교도소 같았다. 4층짜리 집에 긴 좁은 복도가 있고 칸칸이 철제문에 호수가 적혀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교도소였다.. 하나 둘 셋 넷.... 1층만 해도 12개가 넘는 방이 있는데 곱하기 4하면?.... 주인 할아버지는 도대체 한 달에 얼마의 임대료를 거두시는 거야세상에는 별난 직업돈벌이가 다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 충격도 컸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을까그동안 특별히 해 준 것이 없어서 오로지 한빛만을 위해 꾸민 한빛방을 선물하고 싶었다그러나 한빛은 자기방에서 1년도 못 살고 떠났다오늘도 퇴근하면서 한빛아 엄마 왔어.”하고 한빛 방에 들어간다한빛이 쓰던 책상과 의자한빛이 읽었던 책들양말 넣어두던 수납박스에어컨다 그대로 있다한빛만 없다한빛을 위해 새로 바른 벽지도 점점 푸른 빛을 잃어가고 있다환하게 웃고 있는 대학졸업사진 속의 한빛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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