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관리자
201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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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김혜영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연수가 있어서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에 갔었다대학 때 친구들과 팔공산에 갔었던 것 같은데 이후 갈 일이 없다보니 대구라는 도시가 무척 낯설었다모처럼 온 대구이고 멀리서 갔기에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시간 여유가 없어 저녁에 김광석 거리를 찾아가기로 했다김광석 관련 벽화와 김광석 노래가 가득한 골목그가 간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김광석은 자신의 노래로 지금여기의 사람들을 안아주고 있었다

  공연장 앞 버스킹에서는 한 젊은이가 기타를 치며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부르고 있었다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한 걸음 만큼의 인생의 추억을 꺼내보고 보듬어 보게 된다는 김광석 거리아름다운 의미네 하는 순간울컥 한빛이가 생각났다그래추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면 나도 밤새도록 이 골목을 걷고 걸을 텐데

나에게 김광석을 처음 가르쳐준 건 초등학생이었던 한빛이었다선생님 가족들과 동해안에 갔을 때 아이들만 함께 탄 선생님 차에 김광석의 테이프가 있었다김광석의 노래를 처음 접한 한빛은 곧바로 김광석 테이프를 사달라고 했고 특히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금방 외워서 여행 내내 불러댔다

  한빛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에 완전히 빠져있었다시도 때도 없이 천사를 찾아 사바 사바 사바’ 하며 엉덩이춤을 추고 다녔다초등학교 1학년 꼬마 아이가 아파트 마당을 걸으며슈퍼 계산대 앞에 잠깐 서 있을 때마을 버스에 오르면서 천사를 찾아 사바 사바 사바’ 하며 엉덩이를 살짝살짝 때리며 흔들 때면 솔직히 엄마로서 창피했다한 번은 조카들이 노래방에 갔는데 한빛이가 목에 핏줄을 세우며 룰라 노래를 쉬지 않고 불렀다고 한다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마이크를 놓지 않아 외삼촌이 교통정리를 했다고 했다오빠가 우리 부부에게 한빛은 아무래도 돌연변이인 것 같다고 했다부모는 전형적인 모범생인데 한빛은 어디서 그런 끼가 발동하는지 모르겠다며아니면 아이가 뭔가 스트레스가 심해 미친 듯이 발산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며칠 전 담임선생님께서도 상담을 다 끝낸 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동요나 고운 노래(?)를 불러야 하는 1학년답지 않게 가요만 흥얼거린다며 가정에서 아이의 예술문화면으로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피아노 학원을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하셨다힙합 청바지를 질질 끌며 등교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내심 학교생활은 모범적일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속상했다그러더니 고학년이 되서는 또 장나라 열성팬이 되었다장나라 팬 싸인회에도 가고 장나라 사진이 있는 컵책받침 등 책상위에는 온통 장나라 사진과 싸인이 새겨진 물건들로 수북하였다그때 한빛이가 사용하던 책꽂이에는 아직도 곳곳에 장나라 스티커가 빛바랜 채 붙어있다

  중학교 교사라 다양한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여느 부모처럼 나도 처음 학부모가 되면서 내 아이가 공부도인성도 괜찮은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욕심을 가졌다그런데 한빛이가 1학년때부터 기대했던 방향으로 가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다강요할 수도 없고 저러는 것도 한 때려니 하고 이해하고자 했다가끔 욱~하고 치밀어 오르기도 했지만 부모의 간섭으로 순식간에 망가지는 아이들을 보아왔기에 꾹 참고 참았다

  한빛이 고등학교 입학선물로 사 달라고 했던 비틀즈 앨범을 다시 꺼내보았다많이 닳고 무성한 스크래치가 있는 케이스에서 수없이 듣고 들었을 한빛의 숨결을 느낀다한빛이가 브루컬리 너마저를 좋아하는지는 한빛이 떠난 후 알았다서울대 사회대 신양에서 있었던 1주기 추도식때 기꺼이 와 주었던 브루컬리 너마저’. 한빛이가 좋아할 거라는위로받을 거라는 그 마음 하나를 위해 그들은 함께 해주었다한빛처럼 참 따듯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한빛 원룸에서 <골빛닉네임이 쓰인 검은 옷을 보고 이게 뭐야물었더니 춤 동아리 골패’ 단복이란다그 많고 많은 동아리 중에 웬 춤 동아리하면서도 언제 공연에 초대해 주렴 하니 초딩도 아닌데요 하며 웃었다한빛은 엄마가 소심한 걸 배려했다. ‘골패는 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춤 동아리가 아니었다몸짓 동아리였다노동절이나 노동문화제 행사 때 무대에 올라 행사 주제를 표현해 분위기를 돋구는 동아리였다추모제때 친구들이 만든 추모 영상 ‘rememberbit’에 골패 공연 중 한빛이 열정적으로 춤추는 영상이 있었다땀을 뻘뻘 흘리면서 키가 엄청 큰 애가 몸짓 하나 하나에 온 힘을 실어 표현하고 있었다내가 몰랐던 한빛이었다

  어느 날 한빛이 PD가 된 후 예능분야라는 게 걸려 한빛아엄마가 보기에는 너가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사고의 틀도 원칙적일 것 같아또 엄마 아빠도 답답할 만큼 정도만 걸어왔고이런 환경에서 자랐는데 예능이라니까 좀 그러네.”하니 그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예능 쪽으로 많이 키워주셨잖아요발레공연 간다니까 친구들이 남자가 발레 본다고 놀렸었어요그때 공연이나 체험학습을 엄청 다녔잖아요다 도움이 된 것 같아요친구들한테는 끼가 있다는 말도 꽤 듣고 문화기획도 잘 한다는 소리 들어요.”하며 엄마를 덜 미안하게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한빛이가 엄마이 노래말 참 좋아요.”하며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처음 알려주었을 때 나역시 노래보다는 노래말이 주는 역발상에 신기했다한빛이가 악을 쓰듯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 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노래를 불렀을 때 함께 호응해주며 같이 부르지 못했다어린 한빛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했다

나는 한빛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깊게 격려하지도 못했다아마 나는 한빛이가 예능보다는 공부를 잘 하길 바라고 아이를 은근히 그 방향으로 조정하려 했는지도 모른다엄마로서 미안하다그래서 아무 도움이 못 된 게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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