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1 : 흑산 청년어부

이용관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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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1 : 흑산 청년어부

 

지난 5월 26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 건설노동자 고 정순규님 항소심 선고공판이 갑자기 이유도 알 수 없이 6월 23일로 연기되었다.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 올라오는 열차 속에서 흑산 청년 어부로부터 긴급하게 연락이 왔다. 돌돔을 크고 씨알이 좋은 걸로 몇 마리 잡았는데 그중 한 마리를 한빛 아빠를 위해 내일 목포항으로 오란다.

“이 돌돔 한 마리면 여름을 너끈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꼭 오세요.”

흑산 어부의 지극한 마음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흑산 어부의 배려와 응원이 듬뿍 담긴 ‘돌돔’의 값어치를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목포까지 KTX 열차 왕복비용과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아 득달같이 목포항으로 달려가 흑산어부를 만났고 회집에 가서 싱싱한 회를 떠 광주에 올라왔다.

혼자 먹기가 너무 아깝고, 518광장에서 며칠째 3000배를 올리며 시민들에게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강은미의원이 눈에 밟혀 광주에 가서 같이 먹었다.

흑산도에서 아름다운 청년어부 최*진과 인연을 맺게 되어 한빛엄마와 난 참으로 큰 축복을 받게 되었다. 흑산어부는 40대 중반으로 고등학생의 예쁜 따님의 아빠이지만 마음씨가 청년처럼 곱고 아름다워 ‘청년어부’라 부른다. 청년어부라 부르는 걸 쑥스러워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농어촌의 고령화가 어제오늘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흑산도에 가보니 대부분의 바닷일을 어르신과 이주노동자들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흑산도 청년어부가 더 젊어 보이고 눈에 뜨였으며 마음씨가 진짜 청년이다.

지난해 한빛센터에 내부문제가 발생하여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빛엄마랑 흑산도와 홍도에 갔다가 아름다운 청년어부를 만났다.

흑산도에 다녀온 후로 한빛엄마와 나는 페북의 친구가 되어 흑산어부와 소통하며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좋은 친구로 인연을 맺으며 오늘까지 오게 되었다.

흑산어부는 흑산도에서 태어났으며 뭍에 나와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어부로 고향을 지키는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이다. 그는 단순히 고기를 양식하고 잡는 어부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책을 읽고 사색하기를 좋아하고, 매주 뭍에 나와 여행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만남을 거르지 않고, 흑산도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공부도 하며 흑산도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청년이다. 그는 물질적 가치보다 의미 있는 삶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그 가치를 실천하는 삶을 즐기는 행복한 생활인이다.

그는 흑산도 해산물을 페북의 지인들에게 판매하여 그 수익금 일부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후원금으로 기부하였으며 정기후원회원이다. 뿐만아니라 김용균재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 등 좋은 일 하는 여러 개 시민단체에 후원하고 있다. 흑산어부를 만난 덕에 전복, 우럭, 농어, 오징어, 문어, 해삼, 미역, 홍합, 돔, 멸치 등은 물론 10년 숙성된 멸치액젓, 난생처음 먹어보는 황게와 같은 싱싱하고 바다맛이 살아있는 해산물을 자주 먹을 수 있게 되어 해산물 먹는 낙을 즐기게 해준 은인이다. 지난달에는 황게를 페북 친구들께 판매하던 중 특별히 저에게는 무료로 보내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하늘모임(예수회 자녀 사별자 모임에서 만났던 네 부부가 정기적으로 만나 상실의 아픔을 나누는 모임)이 코로나로 못 만나다가 오랜만에 도고 우리집에 모여 한방 닭백숙으로 복날 보양식을 먹고 나서 특별 음식으로 흑산어부가 보내준 황게를 쪄 먹었는데 모두 그 맛에 반해 먹방을 즐겼다. 덕분에 흐뭇하게 취해 흑산어부 자랑에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마셨다.

지난해 흑산도에 가던 즈음에 마침 흑산도와 관련 있는 정약전의 ‘자산어보’ 영화가 개봉 중이어서 서둘러 관람하고 갔다. 정약전의 유적지와 자산어보 촬영지 비금도 등을 흑산어부와 같이 둘러보는데 그의 흑산도에 대한 사랑과 그 깊이가 놀라울 정도였다. 급기야 흑산도 사랑이 자산어보로 인해 정약전과 천주교로 이어지면서 요즘 그는 황사영과 최양업 신부 등 천주교 신자도 아닌데 공부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경에 매주 하던 뭍나들이를 광주에세 새벽부터 출발해 도고집에 왔다. 아침을 먹고 점심때까지 그의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아쉽게도 제천 배론성지로 서둘러 떠났다. 배론성지는 황사영이 백서를 썼던 곳이며 그로 인해 순교한 유서 깊은 곳이며, 최양업 신부가 순교한 성지라서 가봐야 한다며 떠났다. 그의 관심과 공부가 흑산도에서 정약전을 거쳐 황사영으로 이어지면서 확장되는 모습 또한 놀라웠다.

그는 바다고기를 기르고 잡는 단순한 어부에 머무르지 않고 매우 특별한 어부로 살고 있다. 고기 잡고 기르는 일에 매달리고 집중하는 단조로운 일상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매일 책을 놓지 않고 책을 읽는 어부이다. 매주 뭍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고 즐기는 역사기행, 맛기행에 빠진 멋있는 여행가이고, 흑산도를 진짜로 사랑하는 흑산도 이야기꾼이며 역사가이다. 흑산도 아이들 교육에도 애를 쓰는 마을교육활동가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는 자신이 바다에서 모진 풍파를 뚫고 힘들게 잡은 고기를 팔아 그 이익금을 힘들고 어려운 여러 군데 시민사회단체에 후원하는 이 시대의 깨시민으로 살아가는 참삶의 실천가다.(8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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