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의 십일조(서울주보 / 2022.6.5)

김혜영
2022-06-17
조회수 58

진초록 나무들과 웅성대는 꽃들로 눈부신 6월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하루하루 성실히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화려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2년 전 퇴직하면서 ‘아침기도’와 ‘미사’를 매일 하리라 결심했습니다. 하루가 온전히 저의 자유의지에 달렸으니 가능할 것 같았고 어느 날 피어날 은총의 꽃을 자랑할 욕심에 미리부터 흥분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저는 기도와 미사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 있었습니다.

문득 오래전 주보에서 읽었던 신부님의 글이 떠오릅니다. 신부님이 어렸을 때.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눈을 비비며 나오면 항상 어머님께서 촛불을 켜고 묵주기도를 하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때 어머님의 기도가 신부님을 사제의 길로 이끌었고 가장 깨끗한 옷차림으로 새벽미사를 가시는 어머님의 뒷모습이 지금껏 하느님 안에서 살게 하는 뒷배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었습니다. 엄마는 자식을 적당히 사랑하지 않고 자신보다 자식을 위한 기도를 더 많이 하니까 조금만 신경 써도 될 것 같았습니다. 다른 엄마들처럼 ‘수험생을 위한 기도’를 빼먹지 않으려고 분투했고(?), 한빛(프란치스코) 군입대기간은 새벽미사를 하고 출근해 종일 비몽사몽 했지만 뿌듯했습니다. 조금만 틈새가 생겨도 기계적으로 묵주기도를 했으니 누가 보면 신앙심이 대단한 엄마라고 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한빛이 하늘나라에 있어 슬픈 기억이지만 신부님의 어머님처럼 나도 참 괜찮은 엄마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적도 있습니다. 한빛이 공군 훈련소 때.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사와 고해성사를 했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고해소에서 가슴이 벅차 아무 말도 못하다가 엄마가 자기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몰래 봤다고 띄엄띄엄 고백하니 신부님께서 엄마한테 ‘미사드렸다고 전화하라’는 보석을 주셨다고 했습니다. “엄마, 고마워요”하는 한빛에게 울컥하면서도 저는 예수님의 마음을 깊이 묵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열심히 기도한 덕분이라고 자만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저에게 미사와 기도는 자식에 대한 욕심을 감춘 교만이고 저의 불안함을 달래고자 하는 이기심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사 지향도 목적이 바뀌었고 진심으로 기도하기보다는 시간을 때우는 데 급급한 저 나름의 율법에 매여 있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셨기 때문에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따름’이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미사와 기도의 마음을 가르쳐 줍니다. 하루는 이미 차지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하루의 십일조는 2시간 24분인데 최소한 이 시간이라도 봉헌하고 있나 반성합니다.

이번 예수성심성월에는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내주심으로써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드러내신 예수님께 한빛을 의탁하며 정성껏 내 하루의 십일조를 봉헌하겠습니다. 이제라도 한빛에게 진짜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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