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한 풀 꺾인 9월입니다. 너무나 더워 녹아내릴 것 같던 여름이었지만 어느새 더위가 한 발자국 물러나고,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는 명절이 다가왔습니다. 명절 잘 보내시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라며 9월의 유가족 활동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9월 20일 <산재 유가족이 촉구한다! 산재 없는 일터를 위한 노조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참석

노조법 2조, 3조 개정운동이란?

노조법 2조, 3조 개정은 기존 노동조합 결성 시 사용자가 노동자성을 부정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간 법률 다툼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에 이를 해결하고자 소송을 통하지 않고도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며, 일터에서 문제가 생겨도 원청은 책임을 하청에게 미루는 경우가 많아 이를 막기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누구인지 가릴 수 있도록 하고, 또 헌법으로 보장된 파업 등 쟁의행위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가 잦아 이를 막기 위헌 법 개정운동입니다.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현 상황

지난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거부로 노란봉투법 상정이 불발되었고,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있으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해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며 그 여파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 본회의는 오는 11월 9일로, 11월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 등 굵직한 현안이 있어 올해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0일 아침 11시,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유가족 활동은 이어졌습니다.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은 이용관님이 참여하시는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으로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업안전 책임을 방치하는 진짜 사용자인 원청의 의무를 강화하고자 진행되었습니다.  이용관님은 산재유가족으로서 다시는 일터에서의 산업재해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오셨습니다. 아래 이용관님의 발언 전문을 남깁니다.

이용관 (산재피해네트워크 다시는, 이한빛PD 아버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

우리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답게 노조활동을 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존재의 이유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관계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 노조할 권리인 단결권과 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노동 3권 어느 것 하나도 온전하게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지 않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인 노동안전의 측면에서 보면 노조할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당하여 노동자가 매일매일 죽어가고 있다. 노조할 권리의 첫 번째인 단결권에서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제한하여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마저 없다. 그래서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는 위험의 외주화로 가장 취약하고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면서도 노동안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할 수가 없다.

산업재해 사망 통계」에 따르면 산재 사고 사망률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81%가 발생했고 그중 5인 이상 49인 미만은 45.6%이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5.4%이다. 이처럼 소규모 사업장과 대부분 하청 업체에서 산재사고가 일어나지만 하청 노동자는 실질적인 교섭력을 가진 원청과는 교섭을 할 수가 없다. 노동조건과 노동안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는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없으니 노동조합의 활동의 기본인 교섭권이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노조)를 상대로 불법적인 교섭을 요구하고 불법파업을 했기때문에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노조법 2조는 하청노동자와 취약 노동자가 정당하게 교섭을 요구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여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못하게 하고 있으며, 원청은 교섭에 응하지 않고, 노조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고, 사용자는 불법파업을 빌미로 상상을 초월하는 손배소를 제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가 죽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노조를 악마화하고 적대시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노조를 악마화하고 적대시하고 탄압한 정권은 성공한 적이 없다. 어이 상실 윤석렬 정권과 국민의힘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분노가 넘쳐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일터에서 자식과 가족을 잃고 상실의 아픔으로 고통의 세월을 살아가는 저희 산재피해가족은 통절하게 윤석열 정권과 국회에 촉구한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힘은 노조법 2,3조 개정에 함께 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라.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노동자의 민심이 돌아서서 정권을 넘겨주게 뼈아픈 과거를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노조법2,3조 개정을 주도하고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완수하라. 국회는 국민 70%가 동의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라.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노동자들은 표로 응징할 것이다.

- 9월 25일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북토크 콘서트

성북청년시민회가 얼마 전 오픈한 '계절의 목소리'에서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북토크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책의 저자이신 김혜영님을 모시고 공간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청년들을 함께 애도하고, 애도 이후 할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인데요. '남겨진 사람'으로서, 엄마로서, 기록자로서, 방송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한 활동가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 오신 김혜영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로 꾸며졌습니다.

책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

2016년 10월,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폭언, 비정규직 해고 등의 부당한 업무 강요를 고발하며 세상을 떠난 고(故) 이한빛 피디의 엄마 김혜영님이 쓴 에세이 입니다.